찰리 XCX와 트로이 시반이 발표한 싱글 '1999'의 싱글 커버

찰리 XCX와 트로이 시반이 발표한 싱글 '1999'의 싱글 커버 ⓒ 워너뮤직 코리아


'세기말 키드'들도 복고를 논할 때가 왔다. 팝 유망주 1992년생 찰리 엑스씨엑스(Charli XCX)와 1995년생 트로이 시반(Troye Sivan)이 함께 발표한 신곡 '1999'는 제목 그대로, 1999년 '좋았던 그 시절'의 대중문화를 오마주한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마이클 잭슨 노래를 방 안에서 부르고, 스케쳐스 운동화와 나이키 에어에 열광하던 시절. 조잡한 픽셀 애니메이션과 컴퓨터 그래픽도 최첨단으로 여겨지던 시절. 어느덧 2030 세대가 된 1990년대생들에게는 위안을, 그 시절을 겪지 못한 2000년대 학생들에게는 신기한 과거의 유물들을 간접 경험시키는 '1999'. 노래와 뮤직비디오 속 밀레니엄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Hit me baby one more time'을 부르던 시절로
 
 찰리 XCX가 재현하는 무대는 영국 3인조 걸 그룹 TLC의 히트곡 'Waterfalls' 뮤직비디오다.

찰리 XCX가 재현하는 무대는 영국 3인조 걸 그룹 TLC의 히트곡 'Waterfalls' 뮤직비디오다. ⓒ 1999 뮤직비디오 캡쳐

 2000년 <The Marshall Matters LP>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악동 에미넴. 'The real slim shady'의 뮤직비디오를 오마주한 장면이다.

2000년 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악동 에미넴. 'The real slim shady'의 뮤직비디오를 오마주한 장면이다. ⓒ 1999 뮤직비디오 캡쳐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밀레니엄 최고의 여성 아이돌이었다. 관능적인 교복 튜닝과 치어걸로 분한 금발의 '...Baby one more time'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브리트니는 온 세계 소년들의 심금을 울렸고 소녀들의 롤 모델로 등극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대성공을 필두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힐러리 더프 등 틴 팝의 짧은 전성기가 시작된다. 

밀레니엄 시절 1990년대 말 쿨 브리태니아(Cool Britania)의 상징이었던 스파이스 걸스의 'Wanna be'는 현재 젊은 여성 팝 뮤지션들이 '닮고 싶은' 제일의 노래다. 천만장 앨범 < Millennium > 주인공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경쟁자 엔싱크, 그로부터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이뤄낸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빼놓을 수 없다.

'1999' 뮤직비디오에선 걸 그룹 TLC의 'Waterfalls' 무대에서 춤추는 찰리 XCX,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오마주하는 트로이를 볼 수 있다. 그 시절 '세기의 커플'이었던 고딕 로커 마릴린 맨슨과 배우 로즈 맥고완의 파격 패션은 덤. 아 참, 그 시절 음악계 최고의 악동 '슬림 셰이디' 에미넴을 빼면 섭섭하다.

스티브 잡스와 아이맥
 
 스티브 잡스로 분한 찰리 XCX. 그가 안고 있는 컴퓨터가 아이맥 g3버전이다.

스티브 잡스로 분한 찰리 XCX. 그가 안고 있는 컴퓨터가 아이맥 g3버전이다. ⓒ 1999 뮤직비디오 캡쳐


1997년 애플은 10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었다. 1985년 스티브 잡스를 몰아낸 후 쭉 악화 일로를 걷던 회사는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토이 스토리>로 대박을 터트린 전 CEO를 다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1997년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캠페인으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잡스는 이듬해 아이맥(iMac) G3을 발표하면서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하게 된다. 무거운 본체와 복잡한 인터넷 연결 과정이 필요했던 과거 컴퓨터들과 달리, 아이맥은 선 하나로 인터넷 연결이 가능했고 특유의 블루 플라스틱 컬러도 대인기였다. 2001년 아이팟을 내놓으면서 애플은 지금 우리가 아는 '혁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1990년대 명화들
 
 더는 설명이 필요치 않은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더는 설명이 필요치 않은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 1999 뮤직비디오 캡쳐

 샘 멘데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 속 너무도 유명한 그 장면의 오마주

샘 멘데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 속 너무도 유명한 그 장면의 오마주 ⓒ 1999 뮤직비디오 캡쳐


<타이타닉> 이래로 전 세계 모든 연인은 배만 타면 십자 백허그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매트릭스> 이래로 우리는 총알 비슷한 무언가가 날아오면 허리를 뒤로 젖혀 피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아메리칸 뷰티> 이래로 흩날리는 장미꽃으로 수북이 덮인 나체의 여성은 유혹의 아이콘이 됐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 이래로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핸드헬드 촬영 기법은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열심히 파괴했다. 1990년대 말을 상징하는 영화 유산들은 어린 트로이와 찰리에게도 큰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훗날 우리는 어떤 영화의 장면을 추억으로 기억하게 될까.

PC 시대의 추억
 
 초창기 PC 게임 <심즈>를 가져온 '1999'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심즈>는 전 세계 2억장 판매고를 올린 PC게임의 전설이다.

초창기 PC 게임 <심즈>를 가져온 '1999'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 <심즈>는 전 세계 2억장 판매고를 올린 PC게임의 전설이다. ⓒ 1999 뮤직비디오 캡쳐


가정마다 컴퓨터가 보급되는 'PC 시대'가 열리며 컴퓨터 게임이 비디오 게임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조잡한 3D 모델링과 2D 배경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CD 한 장과 클릭 몇 번으로 펼쳐지는 가상 세계는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다. '1999'가 재현하는 게임은 세계적으로 2억 장 판매량을 올린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인생 시뮬레이션 <심즈>다. 한국 가수였다면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가 들어갔겠지만.

뮤직비디오 중간 등장하는 '댄싱 베이비(Dancing Baby)'는 인터넷 유행을 이끈 최초의 바이럴 비디오(Viral Video)로 평가받는다. 1996년 3D 렌더링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춤추는 아기는 오묘한 배경음과 흥겨운(?) 춤사위로 '밈(Meme)'이 되어 널리 사랑받았다.

원곡은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의 주인공이자 스탠더드 팝의 거장 비제이 토마스(B.J. Thomas)의 'Hooked on a feeling'으로, 1974년 스웨덴 그룹 블루 스위드(Blue Swede)가 리메이크한 버전에서 우리가 아는 '우가차카 우가우가'가 등장한다. 이 곡은 2014년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운드트랙으로 다시 한번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248)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1999 대중문화 음악 오마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