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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만여 명의 작은 마을. 이곳에 매년 400만명이 넘는 성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포르투갈 중서부에 있는 파티마가 그곳입니다. 파티마는 1917년 성모 마리아가 빛을 발하며 세 명의 어린 목동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발현지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곳은 포르투갈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순례자들이 모이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성지이자 순례지인 파티마 대성당.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은 로사리오 성당으로 불립니다.
 세계적인 성지이자 순례지인 파티마 대성당.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은 로사리오 성당으로 불립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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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성모 발현지하면 프랑스 루르드 성지, 멕시코 과달루페 성지와 함께 포르투갈 파티마 성지가 유명합니다. 우리는 유럽대륙 땅끝 호카곶에서 대서양의 푸른 물결을 눈에 담고, 포르투갈 사람들의 종교적 정서를 대표하는 파티마에 입성하였습니다.

"호카곶에서 맞았던 대서양의 거센 바람이 여기까지 불어 오네!"

우리 일행은 쌀쌀한 날씨에 몸을 움츠렸습니다. 벗어두었던 긴팔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한낮의 날씨와 너무 다른 기온차가 느껴집니다.
 
파티마 성당 가까이 있는 성물가게에는 많은 기념품과 다양한 성물들로 가득하였습니다.
 파티마 성당 가까이 있는 성물가게에는 많은 기념품과 다양한 성물들로 가득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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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안내한 성물(聖物)을 파는 가게부터 찾았습니다. 가게 안은 종교 관련 기념품과 다양한 성물들로 가득합니다.

"파티마 성모 발현 100주년 기념 묵주가 있네! 나 이거 사야겠어요!"

아내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묵주를 발견하며 기뻐합니다. 일련번호가 있고, 1여권, 1구매가 가능한 한정 판매 묵주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누구에게 묵주를 선물할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것이 있는 파티마 대성당 
 
성삼위일체 성당. 슬립한 예수상이 인상적입니다.
 성삼위일체 성당. 슬립한 예수상이 인상적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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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짐을 부랴부랴 호텔에 부려놓고, 파티마 대성당으로 향하였습니다. 성당 가는 길이 깔끔하고 호젓합니다.

얼마 가지 않아 신고전주의 양식의 바실리카식 파티마 대성당이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본 고색창연한 유럽의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어찌 보면 소박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기, 하얀 대리석이 깔려 있는 길이 보이죠. 뭐 같아요? '고난의 길'이라 합니다. 깊은 신앙심으로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무릎으로 걸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무릎을 꿇는 공경의 자세도 모자라 고행하듯 순례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가이드가 설명한 '고난의 길'이란 이름이 실감납니다. 회개하고, 기도하는 신앙심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고 합니다.

대성당 왼쪽에 자리잡은 작은 성당이 바로 성모 마리아 발현 예배당입니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하였던 곳에 개방된 성당을 지었다고 합니다. 순례자들 중에는 '고난의 길'을 따라 무릎을 꿇고 이곳으로 걸어와 성모님을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초를 태우는 의식이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수치심, 증오, 분노 등을 태워 버리고, 기도를 바칩니다. "분노보다는 사랑으로 삶을 지탱 해 달라고!"
 초를 태우는 의식이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수치심, 증오, 분노 등을 태워 버리고, 기도를 바칩니다. "분노보다는 사랑으로 삶을 지탱 해 달라고!"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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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행진을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행진을 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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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이곳 성당에서 촛불 봉헌 미사가 드려져요. 미사에 참례하고 싶으신 분들은 저녁을 먹고 다시 이곳에 오시면 됩니다."

성모 마리아 발현 예배당 왼쪽 옆에는 여느 성지와 마찬가지로 초를 봉헌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로마 바티칸 대성당 다음으로 가톨릭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파티마 대성당. 거대한 광장과 대성당 건물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종탑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해가 진 뒤의 아름다운 파티마 대성당.
 해가 진 뒤의 아름다운 파티마 대성당.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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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 대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순백을 상징하듯 하얀색 건물이 인상적입니다. 성당 중앙에 65m 높이의 탑과 대리석 기둥이 늘어선 로마 양식의 통로가 있습니다. 1917년에 일어난 성모 발현이 알려진 이후 수많은 성지 순례객들을 위해 1928년에 성당을 짓기 시작하여 25년에 걸쳐 1953년에 완성하였습니다.

"파티마의 기적 이후 특히, 5월 13일과 10월 13일에는 광장에 수십만명이 함께 미사를 드리기도 하지요!"

가톨릭 신자라는 가이드는 이곳 성지에 올 때마다 뭔가 모를 기쁨이 찾아들고, 마음의 평화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성모 마리아가 그녀의 집에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저녁에 마련된 미사. 로사리오 미사 시간이 되자 하나 둘 모여 어느새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저녁에 마련된 미사. 로사리오 미사 시간이 되자 하나 둘 모여 어느새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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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에 입문하여 매주 미사에 참례하는 우리 부부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낍니다. 아내와 나는 저녁 촛불 미사에 참례하며 기쁨과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성모 발현의 파티마 기적

파티마는 성모님 발현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는 농사와 양치기로 살아가는 이름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파티마의 기적은 1917년 5월부터 10월까지 성모 마리아가 파티마의 목동들 앞에 빛과 함께 수차례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말합니다. 어린 목동들은 루시아(10세), 그녀의 사촌 프란체스코(9세)와 히야신타(7세)였습니다. 
 
대성당 앞 쪽에는 파티마 어린 목동들의 동상도 있습니다.
 대성당 앞 쪽에는 파티마 어린 목동들의 동상도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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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은 양치기들에게 기도를 많이 하고, 매달 같은 날, 같은 곳으로 나오라 하였습니다. 목동들은 6월과 7월에는 이를 행하였으나, 8월에는 행하지 못했습니다. 민심의 동요를 우려한 관리들이 1917년 8월 13일 아이들을 체포하여 성모의 비밀을 캐려고 심문하였기 때문입니다. 9월이 지나 마지막 발현인 10월 13일에는 약 7만명의 사람들 앞에서 '태양의 춤'이라 불리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성삼위성당 한편에 거대 예수 십자가상과 요한 바오로 2세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성삼위성당 한편에 거대 예수 십자가상과 요한 바오로 2세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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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의 기적은 1930년 레이리아 주교가 신빙성을 인정하였고, 이어 로마 바티칸 명의로 성지 인정을 하였습니다. 1917년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때입니다. 사람들은 성모님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쟁의 종식과 세계평화를 위해, 또 불쌍한 죄인들의 영혼을 위해 우리의 고통을 봉헌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믿습니다. 
 
할아버지와 어린 소녀가 촛불을 붙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할아버지와 어린 소녀가 촛불을 붙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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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의 발현이 이루어진 포르투갈은 전 국민 90% 가까이가 가톨릭을 믿고 있습니다. 자신의 나라가 침략을 당하여 피를 흘릴 때, 탐험가들이 모험에 가까운 항해를 떠날 때, 그리고 리스본 대지진으로 절망의 늪에 빠졌을 때, 그들은 어려운 순간의 극복을 위해 자신과 이웃, 나라를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합니다. 파티마 대성당 유리벽에 여러 나라 언어로 새겨진 성경 구절 중, 우리말로 된 시편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낍니다.

태그:#파티마, #성모 발현 순례지, #파티마 대성당,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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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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