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먹힐까?>의 한 장면

<현지에서 먹힐까?>의 한 장면 ⓒ tvN

 
분석은 신중해야 한다. 또, 치밀해야 한다. 하물며, '국뽕(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심취돼 있는 상태를 의미)'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언급하려면 더욱 그래야 한다. 놀랍게도 어떤 문화평론가는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만' 성공한 이유를 '국뽕' 때문이라 설명했다. 

"'윤식당'에 이어 '국뽕'이 작동했다. ... 한국식 중국요리에 본고장의 중국인들이 '하오츠'를 연발하며 '엄지척'을 드는 모습이 시청자를 뿌듯하게 했다. 결국 '윤식당'과 비슷한 구도가 된 것이다."

정말 '국뽕' 덕에 성공한 걸까? 우선, 팩트부터 확인해 보자. 실제로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성공'했다.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첫회 시청률 3.778%로 힘찬 스타트를 끊은 후 5회에서 5.359%로 최고점을 찍었다(아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꾸준히 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모 문화평론가가 "중국편'만' 성공"했다고 강조한 건, 시즌1인 '태국편'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실이다. <현지에서 먹힐까?> 태국편은 첫회 1.853%로 시작해 최고 시청률은 고작 1.881%(7회)에 그쳤다. 이 수치만 놓고 단순 비교하게 되면, 중국편은 성공했고 태국편은 실패했다고 결론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게 되는데, 태국에서 태국 음식을 팔았을 때와 달리 중국에서 사실상 한국 음식인 짜장면을 팔았을 때 비로소 '국뽕'이 피어올랐다는 분석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현지에서 먹힐까?>의 한 장면

<현지에서 먹힐까?>의 한 장면 ⓒ tvN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일정 부분'만' 사리에 맞다. 우선, '조건'을 따져보는 수고가 빠졌다. 태국편은 화요일 23시를 배정받았는데, 그 시간대에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반면, 중국편은 토요일 18시라는 프라임 시간대를 부여받았다. 태국편과 중국편은 서로 다른 수저를 손에 쥐고 태어난 것마냥 출발부터 달랐다. 따라서 중국편이 시청자들과 만나기 훨씬 수월한 조건이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짜장면'의 힘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짜장면이 어떤 음식인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음식이면서 많은 추억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요리가 아닌가. 그런데 그게 전부였을까? 그 짜장면을 '누가' 만드는가, 라는 질문을 빠뜨리면 곤란하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지금과 같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이연복 셰프로부터 나왔다. '이연복의 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분야에 수십년을 몸담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 엄청난 세월동안 변함없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지닌 내공과 노하우가 어느 정도일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 놀라운 존재가 바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이연복 셰프다. 그가 중식에 전념한 지 어언 46년,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의 요리 실력은 이미 대중으로부터 완벽히 검증받았다. 

"항상 그걸 알아야 해. 업주들이 재료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막 그러는데, 백날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아끼려 해도 소비자들은 그걸 알아."
 
 <현지에서 먹힐까?>의 한 장면

<현지에서 먹힐까?>의 한 장면 ⓒ tvN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연복 셰프에 대한 심층 탐구'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요리'만을 맛보는 게 아니라 이연복 셰프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래서 방송은 이연복 셰프가 지금껏 어떻게 장사를 해왔는지, 또 성공에 이르게 된 비결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들여다 본다. 실제로 이연복 셰프가 직접 장사를 하는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이것보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또 있을까?

그는 매일마다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침마다 현지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수고를 들였고, 그렇게 구입한 최상의 식재료들을 손수 손질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장사의 기본'이라 강조했다. 또, 야심차게 준비했던 멘보샤의 판매가 저조해 새우의 수분 때문에 빵이 젖어버리자 과감히 멘보샤를 버리는 선택을 한다. "매출보다는 먹는 사람이 걱정이니까." 그의 철학은 단호했다. 진정한 프로다웠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의 성공은 이연복 셰프의 역량과 인품, 그리고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그 요인들이란 맨땅에 헤딩을 했던 태국편과 달리 중국편은 기존 시청자들을 흡수한 상태였고, 훨씬 유리한 방송 시간대를 확보했으며, 대중에게 친근한 짜장면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 등이다. 이를 단순히 '국뽕'에 기댄 성공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먹힐까 이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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