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려시대 최석 부사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출 수 있을까? 팔마시민예술제라면 상상도 현실로 변한다. 

올해로 36회째를 맞이한 팔마시민예술제가 전남 순천시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순천시가 주최하고, 시민의 날 및 팔마문화제행사추진위원회가 주관했다. 13일부터 14일은 팔마비가 있는 원도심권인 중앙로와 문화의거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준비하고 체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15일은 선암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며 신도심권인 조례호수공원에서 백지영, 홍경민 등 초대가수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13일 순천시 중앙로 일대에서 열린 팔마시민예술제에서 가장행렬로 팔마비의 주인공인 고려시대 최석 부사가 인사를 하며 지나가고 있다.
▲ 가장행렬 13일 순천시 중앙로 일대에서 열린 팔마시민예술제에서 가장행렬로 팔마비의 주인공인 고려시대 최석 부사가 인사를 하며 지나가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주말 동안 시민들은 각 읍면동 주민들이 직접 요리한 먹거리들을 먹으며 개막식 축하공연, 팔마인간장기대회, 역사토크쇼, 가장행렬과 시민노래자랑, 팔마시민놀이터와 유마놀이터, 추억의 벽사극, 각종 전시전 등을 즐겼다.

특히 올해 개장한 영동1번지의 '순천아카이브 지도전'을 통해 과거의 순천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팔마시민소장품전'에서는 서양화 김덕기 화백과 더불어 순천 미술계 원로인, 월암 오웅진 화백의 <팔마도> 등을 비롯한, 말을 소재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문화의거리 미솔갤러리에서는 순천문인협회의 시화전이 열려 여순사건이나 지역의 풍경을 담은 시들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최대 관심사는 개막식 직전에 벌인 시민가장행렬이었다. 팔마상 300만원, 시민예술상 100만원, 새로운순천상 50만원 상금을 두고, 공모를 통해 엄선된 10개 읍면동과 일반, 거리예술, 기획팀 등이 참여했다.
  
13일 열린 팔마시민예술제에서 김명수 추진위원장(좌측), 서정진 시의장, 허석 순천시장(우측)이 서서 시민들과 힘께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 관람중인 시민들 13일 열린 팔마시민예술제에서 김명수 추진위원장(좌측), 서정진 시의장, 허석 순천시장(우측)이 서서 시민들과 힘께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공정성을 위해 시민평가단이 도입되어 가장행렬이 끝나면 바로 즉석에서 버튼을 눌러 점수를 매겨, 건너편 위치한 대형전광판에 공개되었다. 그런데 이 평가단이 어찌나 짜던지 최저 49점에 최고도 85점에 불과하여 70점대만 되어도 기뻐하는 상황이 생겼다. 한편, 최종 수상은 이 짠내 가득한 점수에 다른 평가자들의 점수도 합산되어 결정되었다.    

계단 형태로 된 단상에 자리 잡은 평가단 아래쪽에는 내빈들을 위한 의자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허석 시장과 서정진 의장, 김명수 추진위원장은 옆에서 시민들과 함께 계속 서서 관람하고, 시·도 위원 등은 배치된 의자에 앉아, 새 시장이 취임하면서 바뀐 파격 의전을 이어갔다.

조례호수공원에서 열린 축하공연의 경우도 내빈용 의자가 흰색으로 구분되어 앞줄에 별도로 마련되긴 했으나, 시민들을 위한 회색의자 역시 앞줄에 배치되었다. 그런데 준비한 의자가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인파가 몰려서 안전을 위해 앞줄에 친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은 대신, 앞줄 의자 앞 땅바닥에도 앉아서 관람하는 시민들까지 있었다. 이에 시장과 시의원 사이에서 어린이들이 나란히 앉아 구경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3일 팔마시민예술제 개막식 후 열린 아트불꽃 쇼를 시민들이 감상하고 있다.
▲ 아트불꽃 쇼 13일 팔마시민예술제 개막식 후 열린 아트불꽃 쇼를 시민들이 감상하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가장행렬은 팔마의 고장답게 팔마와 최석 부사, 청렴과 적폐청산 주제가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독창적이지 못한 경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별량면은 "보내는 사람 최석, 받는 사람 순천시장, 물품 말 8마리"의 '반송' 택배차량을 도입했으나 시민평가에서 58점을 받았다.

그나마 허석 시장과 최석 부사 평행이론을 주창한데다 비슷한 외모의 시민까지 섭외하며 노력한 덕분인지 도사동은 70점을 받았다. 한편, 화려한 무술 쇼를 보여주고, 여건상 말 대신 가마를 타고 이동하는 최석 부사에게 사회자가 한 재치 멘트에 시장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석 부사님, 허석 시장님에게 인사 좀 해주며 지나가 주세요. 이름이 같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점수는 크게 받지 못했다. 아마도 유마가 없어서 그런 듯.

실은 이번 가장행렬에서 '유마(어린 말)'가 치명적인 매력 아이템이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덕연동은 어르신들이 팔마 댄스까지 췄으나 49점, 한우로 유명한 황전면 어르신들도 강남스타일 노래에 춤을 추었으나 62점을 받았다.

반면에 시민예술상을 받은 월등면은 처음엔 시들시들 분위기였다가 마지막에 아이들의 외발 자전거로 급반전, 77점을 획득했다. 가장 다수에 낮은 연령의 '유마'가 집단 등장한, 코끼리어린이집 축구팀은 공차기만으로도 관중들의 기립박수에 85점으로 최고점을 받더니, 시민공로 부문 팔마상을 거머쥐었다. 한편, 트럭 위에 장착한 대형연꽃까지 내세운 서면이 읍면동 부문 팔마상을 획득했다.
 
15일 조례호수공원에서 열린, 선암사 세계유산 등재 축하 시민의날 공연에서 댄스곡에 흥이 난 여성 시민이 앞에 나와 춤을 추고 있다.
▲ 흥에 겨워 춤을 추는 관객 15일 조례호수공원에서 열린, 선암사 세계유산 등재 축하 시민의날 공연에서 댄스곡에 흥이 난 여성 시민이 앞에 나와 춤을 추고 있다.
ⓒ 배주연

관련사진보기

 
초청가수 공연은 13일 원도심에서 열린 개막식에 국악인 오정해에 러블리즈, 바다의 공연 순으로 진행되었다. 신도심은 국악인 박애리, 장재인, 라붐, 홍경민, 백지영이 등장하여 분위기를 달구었다.

조례호수공원 공연에서 사회자 역할도 겸한 홍경민은 입담으로도 좌중을 휘어잡고 대표곡 <흔들리는 우정>에서 아이돌 부럽지 않는 댄스를  선보였다. 이에 앞줄에 앉은 아줌마 팬이 가이드라인을 넘어와 한동안 댄스신 접신한 듯 춤을 추는 돌발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에 홍경민은 "저 분에게는 내가 최고의 가수"라며 기뻐했다.

그리고 업계의 명언인 "어는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처럼 순천에서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인지, 7월에 발표했다 접었다는 신곡 <다다다>를 신 나게 불러주었다. 한편, 백지영은 시민들의 열광에 매우 기뻐하며, 엄마의 고향이 순천이라 깜짝 밝히더니 "언제든 불러주면 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팔마시민예술제 축하공연 후에 한 아트불꽃 쇼는 호불호가 심하게 엇갈렸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며 즐거워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거주자들은 소음과 빛공해로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시민들과 너무 가까운 곳에서 불꽃축제가 벌어져 안전도 우려가 되었다. 다행히 안전사고는 없었으나, 서로 배려하는 성숙하고 알찬 축제문화가 되기 위해서 좀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해보인다.

개막식에서 오정해가 부른 <홀로 아리랑>의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 잡고 가 보자 다 함께 가 보자"처럼 팔마시민예술제는 28만 순천시민이 모두 함께 참여하고 즐거워서 더욱 뜻깊은 축제이다. 앞서 올해 시민의 상은 향토사학자로 지역의 역사를 밝히는 데 큰 공을 세운 고 진인호씨가 수상했다.

태그:#팔마시민예술제, #순천축제, #팔마의고장, #시민의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