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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로 보이는 이가 지난 14일 우포늪 생태체험장 전시관에서 '물고기 밟기'를 하고 있다.
 유아로 보이는 이가 지난 14일 우포늪 생태체험장 전시관에서 "물고기 밟기"를 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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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자연 늪을 가진 경남 창녕군의 우포늪. 생태보호를 교육하기 위해 만든 생태학습장의 전시관에서는 '가상 물고기를 밟아 죽이는 체험'이 날마다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14일 오전, 전시관 1층 가로세로 각각 4m 크기로 마련된 IT체험존에 유아와 초등학생들이 달려왔다. 그러더니 1층 바닥을 오고 가는 물고기를 밟기 시작한다. 빨간 테두리가 있는 외래 물고기를 밟아 죽이기 위해서다. 물고기 모습은 실제처럼 세밀하게 표현됐다.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수십 마리의 물고기는 아이들이 발로 밟을 때마다 이리 저리 도망 다닌다. 살기 위해서다. 그러다가 등 한복판을 세게 밟힌 물고기가 꿈틀대며 바닥에서 사라진다. 어떤 아이는 물고기를 더 세게 밟기 위해 콩콩 자리에서 뛰기도 했다.

자신을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한 남자아이는 "(물고기 밟기가) 재미있다"고 밝게 웃었다. 이런 모습을 일부 어른들이 흐뭇하게 지켜봤다.

유아로 보이는 자녀를 '물고기 죽이기' 체험에 참여시킨 한 부모는 '잔인해보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게 가짜 물고기이고, 이런 활동을 아이들이 좋아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초등학생 학부모 이아무개 씨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생태체험장이라고 해서 왔는데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밟도록 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면서 "이런 잔인한 물고기 죽이기 게임은 다른 지역에서도 여러 번 봤는데,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창녕군이 우포늪 관리사업단에 위탁해 '가상 물고기 밟기' 체험장을 만든 때는 2016년쯤이다. 이 사업단 관계자는 "외래 물고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가상 체험장을 만든 것"이라면서 "여태까지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포늪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이날 기자와 만나 "우포늪 체험장 안에 가상이기는 하지만 물고기를 밟는 체험을 하도록 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주민들이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시민교육단체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의 박인희 교육팀장은 "물고기 밟기를 게임형태로 형상화한 체험은 그 자체로 생명경시를 가르치는 폭력적인 교육"이라면서 "외래 물고기를 옆으로 밀어내는 등의 비폭력 체험으로 얼마든지 내용을 바꿀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5일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자 관리사업단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그렇지 않아도 이번 겨울에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가상 물고기 체험장을 없애려고 했는데, 당장 내일(16일)부터 없애겠다"고 말했다.

태그:#우포늪, #물고기 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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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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