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22 13:34최종 업데이트 18.10.22 13:34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대한민국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정치와 돈'의 긴장관계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현행 정치자금법은 특히 원외에 있는 정치인들을 교도소 담장 뿐 아니라 칼날 위에 서게 만든다. 지난 7월 노회찬 의원은 그 칼날 끝에서 결국 비극적 선택을 했다.


이른바 '노회찬 법(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을, 3선)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직 국회의원 후원회만 허용하고 지역 지구당을 폐지해 원외 정치인의 활동 폭을 옥죈 현행 정치자금법을 뜯어 고치는 것이 정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차떼기 사건'의 본질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지구당은 정당 활동의 실핏줄과 같다. 그런데 소위 차떼기 사건으로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질 당시 모든 문제를 지구당으로 규정해 버렸다.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만드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아예 지구당을 폐지한 거다. 지구당은 없어졌는데 (원외) 지역위원장은 남아 있고, 이 위원장이 활동하기 위한 모금 방법은 사라진 굉장히 기형적인 정치 구조를 낳게 됐다."
 

우 의원은 구·시·군당의 후원회 허용(연간 모금 및 기부 한도 5천만 원)을 포함한 '오세훈법' 전면 개조를 추진하고 있다. 필연적 범법에 방치된 원외 정치인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돈 먹는 하마'라는 지구당의 오명은 정치자금을 받거나 쓰는 동시에 7일 내 보고토록 하는 '완전 공개' 시스템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이다.
 
"나도 현역이지만, (정치자금법 개정은) 현역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제도다. 원외 인사들도 정치활동을 하게 해주자는 거니까. 법안이 올라와도 그냥 방치되곤 했다. 자기 경쟁자를 도와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구당이 사무실을 가지면 그게 불법이다. 지역위원장, 지역위원회 간부 등 체계는 다 있는데 회의할 곳이 없다. 지속적으로 모이면 또 정당법 위반이다. 활동을 하려면 위원장이 다 자기 돈 써야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돈 있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할 수 있다. 결국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우 의원은 원외정치인들의 현실을 전하면서 18대 낙선 당시 자신이 겪은 경험을 전했다. 그는 "그때 '아 정치가 교도소 담장위에 있다는 말이 이거구나'라고 느꼈다. 고통스러웠다. 운이 좋으면 그냥 넘어가고, 운이 나빠 누가 신고하면 다 걸리게 된다. 담장 위에서 이쪽을 갈지, 저쪽을 갈지 선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회의 목적이 정당 활동이 되면 불법이기 때문에, 숱한 포럼을 만들어 지역위원회를 연명하기도 했다.

'여의도 안 사람들'의 기득권 앞에서 번번이 좌절됐던 정치자금법 개정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와 노회찬 의원의 죽음 이후 달라진 외부 요건 등으로 인해  조금씩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 의원은 "촛불항쟁까지 한 나라다, 자기 권리에 대한 국민 의식이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이제 돈만 쓴다고 제대로 (정치가) 되겠나?"라고 반문하면서 "국민 여론을 잘 모아내기 위해서라도 지구당 활성화는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국민적 의식과 사회적 틀은 충분히 만들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오세훈법이 정치자금의 투명성은 높였지만,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강화시킨 측면도 크다"면서 "경쟁자의 활동을 묶는 방식으로 선거에 임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각자가 열심히 해야 지지를 받는다, 다수의 국회의원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법안도 잘 통과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필요한 만큼 모으고 깨끗하게 공개하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남소연

 
"회계책임자는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이 있는 때에는 그 행위 발생 일부터 7일 이내에 그 내역을 인터넷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공개하도록 하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할 수 있도록 함."

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 주요 내용(바로가기) 중 먼저 눈에 띈 것은 신설 조항인 '제36조 제7항'이었다. 후보자 1회, 국회의원 2회로 선거 후에만 공개하도록 한 현행법의 빗장을 푼 대목이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모든 돈 사용을 수시 공개하자는 게 핵심 골자다. 꼼꼼한 공개 시스템으로 음지의 원내외 정치자금을 사전 차단하자는 목적이다. 우 의원은 "정치자금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투명하게 하는 게 좋다, 불투명한 요소를 남기는 건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서 "수입과 지출이 발생했을 때 그때그때 공개해야 한다, 확실한 투명성을 갖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 상으로는 정치자금 내역이 담긴 영수증 마저도 공고일로부터 3개월까지만 해당 선관위를 방문해야 열람할 수 있고, 기간이 지나면 해당 정보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선거 전 20일, 선거 후 20일까지 1000달러 이상의 고액 기부의 경우 48시간 이내 보고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한참 못미친다.  

우 의원은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정치인에게도 후원회를 허용하되, 미국의 '슈퍼팩'처럼 '무제한 후원'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액 한도를 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방식이 꼭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다, 거액을 지원하는 쪽의 이해관계에 끌려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자금이 슈퍼팩처럼 특정 집단을 위한 로비 자금이 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면서 "노회찬법 내용을 보면 정치자금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고, 꼭 필요한 정도로 (금액을) 제한하고, 필요한 만큼 모으도록 했다. 그렇게 가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더이상 법 개정 미뤄서는 안 된다"

우 의원은 인터뷰 내내 "더이상 법 개정을 미뤄선 안 된다"고 거듭 말했다.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복기하면서도 노 의원의 죽음이 원외정치인에 대한 "가혹한 규정 때문이었다"고 줄곧 안타까워했다. 노회찬의 친구 우원식이 정치자금법 개정에 팔 걷은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문제가 됐던 돈은 그 분이 원외일 때,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가 '강의료다' 하면서 건넨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그 때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안 받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거다. 받은 돈을 공식적으로 처리할 방법도 없었다. 후원회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게 '드루킹'이라는 희한한 집단으로부터 나온 돈이었고, 특검 과정에 그런 의혹이 제기됐다. 누구보다 양심적으로 살고자 노력해온 그였다. 한 살 터울 친구로 지내며 늘 존경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일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미뤄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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