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19 07:40최종 업데이트 18.10.19 07:40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2년이 지났다. 2016년 9월 28일 도입 당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 국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오마이뉴스>가 선관위에 정보공개 청구해 얻은 정치자금 사용 내역을 통해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2월까지의 식비 지출과 시행 이전인 2012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식비 지출을 비교해봤다. 두 시기는 각각 20대·19대 국회 초반 15개월에 해당한다. 


▲ 2012년 10월 ~ 2013년 12월 총 식비 : 34억 8955만 2478원 
▲ 2016년 10월 ~ 2017년 12월 총 식비 : 29억 3748만 6687원 

정치자금으로 지출한 식대는 총 5억5206만5791원 줄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보다 16% 정도 감소한 수치다. 총액으로는 매달 3680만4386원, 국회의원 1인당으로 치면 매달 12만2681원씩 식비를 덜 쓴 꼴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 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우려들을 떠올리면 큰 변화는 아니다. 

이에 대해 수도권 지역의 한 20대 국회의원 관계자는 "수치상으론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김영란법 영향이 분명히 있었다"라며 "예컨대 국회의원은 어딜 가든 대접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김영란법 이전에는 의원 대신 보좌진들이 정치자금 카드를 챙겨 식사비로 긁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관행이 아예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3만원' 규정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정치자금으로 식대를 내는 경우가 줄어들었다"라면서 "정치자금 외에 다른 지출까지 고려하면 식사 문화에 미친 영향이 확실히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정치자금은 선관위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에도 문제가 될 만한 식비 지출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라며 "생각보다 통계상 차이가 적은 이유일 것"이라고 봤다. 

변하는 입맛...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간 식당은?

김영란법 이후 국회의원들이 주로 선택한 식당의 가격대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2012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17개월 동안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식당은 4만~8만 원대의 코스요리를 파는 여의도 소재 한정식집 '대방골'(총 573건, 1억4544만9100원)이었다. 4년 뒤, 2016년 6월~2017년 12월 최다 지출 식당은 코스메뉴가 6만~8만 원선인 여의도 한식집 '남도마루'(총 445건, 8723만7500원). 가격대로는 큰 차이가 없는 식당들이다. 

여의도 '남도마루' 관계자는 "김영란법 직후 매출이 반타작 됐다가 조금씩 회복해 지금은 이전 수준으로 겨우 돌려놨다"라며 "김영란법으로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었던 만큼 고객수를 늘리는 데에 주력했다"라고 말했다. 이 식당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2만9000원짜리 '김영란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정치인들의 입맛 변화도 감지됐다. 2016년 6월~2017년 12월, 의원들은 코스요리가 3만~6만 원대인 이탈리아 음식점 '쿠치나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식비를 지출했다(총 360건, 7092만9600원). 한정식집이나 일식집, 중식당 일색이었던 정치인들의 선호 식당이 변화하는 조짐이다. 실제 2012년 6월~2013년 12월에는 국회의원 최다 지출 식당 10군데가 모두 한식집(4개)·일식집(3개)·중식집(3개) 중 하나였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뿐만 아니라 언론인 등 의원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입맛이 다양해졌다"라면서 "최근에는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은 물론 햄버거나 피자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총 482명이 6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2587억원의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2200여건, 10만 3617매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의원별로 사용일자, 내역, 금액, 사용처 등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본 PDF파일도 제공합니다.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12-17_KAPF)에서 연도별 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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