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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영화초, 영등포중, 영등포고 학부모들은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3개교 학무보회연합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5일 동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 영화초, 영등포중, 영등포고 학부모들의 기자회견 장면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영화초, 영등포중, 영등포고 학부모들은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3개교 학무보회연합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5일 동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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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동작구 소재 영화초·영등포중·영등포고의 학부모들은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3개교 학부모회연합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5일 오전 11시 동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통학로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 촉구와 함께 이창우 동작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호영 '민주주의를 지키는 동작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의 기자회견에는 이철희 영등포중 3학년 학부모 회장과 이화봉 영화초등학교 학부모 부회장이 연사로 나서 "3개 학교가 밀집해 있는 정문으로 통하는 통학로가 비좁아 통학시간에 차량과 아이들이 뒤섞일 수밖에 없어 아이들의 안전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서 "그럼에도 동작구청은 예산 핑계만 대면서 몇 년째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상도유치원 붕괴 사태를 예로 들어 "당시에도 구청은 민원을 무시하다가 그런 사고가 벌어졌는데, 이번에도 아이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 상도유치원 붕괴 사태에서 무엇을 배운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하면서 동작구청의 무성의를 질타했다.

동작구청은 지난 9월 7일 발생한 상도유치원 붕괴 사태에서도 안전문제를 우려한 해당 유치원의 지속적인 민원을 외면하면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져 동작구민은 물론 전국적인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들 학부모들은 박현서 비상대책위원장의 "우리는 안전한 통학로를 원합니다. 더 이상 사고는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 낭독을 끝으로 기자회견을 마친 후, 그동안 서명으로 받은 탄원서를 동작구청에 전달하면서 동작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요청서도 함께 제출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3개학교 학부모들은 탄원서와 함께 구청장 면담 요청서를 구청민원실에 접수했다.
▲ 구청장 면담 요청서와 탄원서를 전달하는 학부모들 기자회견을 마친 후 3개학교 학부모들은 탄원서와 함께 구청장 면담 요청서를 구청민원실에 접수했다.
ⓒ 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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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동작구청장은 그동안 학부모들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학부모들의 기자회견과 탄원서 제출에 직면하여 학부모 면담과 함께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비좁은 통학로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아이들이 뒤섞여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 영화초, 영등포중, 영등포고 정문 모습 비좁은 통학로에 자동차와 오토바이, 아이들이 뒤섞여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 박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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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우리는 안전한 통학로를 원합니다. 더 이상 사고는 안 됩니다.
 
낮 시간 지나가는 구급차 소리가 들리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철렁합니다. 혹시나 아이 학교에서 누군가 다친 게 아닐까 싶어서요. 늦은 밤엔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싶으면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고단한 잠을 청합니다.
 
이런 나날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었습니다. 많게는 수 년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아이의 안전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무능한 학부모가 된 건 아닐까 싶어 왠지 서글퍼집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달 근처에서 벌어진 상도유치원 붕괴 사태는 충격을 넘어 경악이었습니다. 동작구에서 교육 안전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상도동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사망사고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었을 때는 아예 절망했습니다. 동작구청이 사고 이후에야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누군가 다치지 않는 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구나, 우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 학부모들은 이렇게 만사를 제쳐놓고 동작구청 앞에 모여 있습니다.
 
그동안 동작구청은 우리 아이들의 통학로 문제에 뜨뜻미지근했습니다. 매번 예산 부족을 핑계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고가 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는 그래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사고가 날 리 없다'는 안이한 생각, '사고가 났을 때는 수습하면 그만'이라는 안전 불감증이 만든 명백한 인재입니다.
우리는 분노합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학부모들이 직접 나선 점에 대해 당장 사과해야 합니다. 구청장이 얼마나 높으신 분인지 모르지만, 유권자인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 정도입니다. 이창우 구청장은 당장 성실하게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확실한 안전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특별한 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장인 이창우 구청장은 아이들의 안전한 교육환경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사고를 기다릴 게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2의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를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아이들은 안전한 교육 환경에서 자라야 합니다. 어른들이 이 당연한 권리를 지켜줘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에서 무책임한 어른들이 아이들의 생명을 어떻게 다루는지 똑똑히 봤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무책임한 어른이 되지 않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절박합니다.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의 통학로, 수년간 예산 부족을 핑계로 방치한 통학로, 이제는 반드시 손을 봅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 우리가 지킵시다. 모두 함께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18년 10월 15일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한 3개교 학부모회 연합 비상대책위원회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김학규는 동작구에서 지역활동을 하면서 (사)마음껏 동작마을 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태그:#동작구청, #영화초, #영등포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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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역사문화연구소에서 서울의 지역사를 연구하면서 동작구 지역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인권도시연구소 이사장과 (사)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동작구 근현대 역사산책>(2022) <현충원 역사산책>(2022),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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