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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내려다본 현천고 풍경
▲ 현천고 옥상에서 내려다본 현천고 풍경
ⓒ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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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는 계절에 어울릴 만큼 푸른 하늘, 하얀 구름만큼이나 환한 웃음을 가진 현천고. 현천고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인지 개교 후 3년 반의 시간이 지난 현천고를 찾아 학교모습을 담았다.

우리나라에서 교장선생님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학교는 현천고가 유일할 것이다. 교장실 문이 항상 열려 있고, 닫혀 있어도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현천고의 교장실이다. 개교 전부터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박경화 교장.

박 교장은 "공교육에서 상처받고 소외받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고 싶은 교육감님의 생각이 현천고의 시작이었고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립형 대안학교가 됐다. 편견은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방해한다. 어려움에 빠진 친구들과 학교에서 거부당한 아이들을 먼저 끌어안고 학교에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천고가 있는 이유"라고 소개했다.
 
사탕을 한아름 안고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는 박경화교장
▲ 박경화교장 사탕을 한아름 안고 아이들을 보며 미소짓는 박경화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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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고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자유, 꿈, 책임, 나들(나와 우리들)이다. 박 교장은 "자유를 주지만 책임도 따라야한다. 내가 어떤 잘못을 했을 때 나 스스로가 직접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배움의 일부분이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삶을 살게 하는 것은 우리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사립대안학교와 차이점도 강조했다. 현천고는 무료교육이다. 현천고의 입학전형이 까다롭고 경쟁률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박 교장은 "매년 10월이면 입학원서를 접수하고 1차 서류 합격자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2차 심층면접을 진행한다. 15명씩 3개 반, 45명이 정원으로 올해는 10월 31일에 서류접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현천고에는 교과서도 없다. 규칙이 먼저냐 자유가 먼저냐는 고민에서 자유를 우선이라 생각해 정형화된 교과서를 과감히 버리고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한 교사는 "물론 힘든 점도 있다. 다른 학교보다 몇 배는 더 부지런해야 하고 생각도 남달라야 한다. 평범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기에 좀 더 세심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래서 늘 공부하고 배운다"고 말하며 "그래도 어디에서 느낄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우리가 노력해서 아이들이 변화되고 꿈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보다 더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행복감을 표현했다.
 
학생들이 낙서한곳에 하트를 그려 덮었다. 학교의 상징이 돼버렸다.
▲ 현천고 옥상에 그려진 하트 학생들이 낙서한곳에 하트를 그려 덮었다. 학교의 상징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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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모습도 자유롭다. 교복을 입지 않았고 머리색도 다양하다. 반은 1-존중, 2-자람, 3-나눔으로 구분 짓는다. 학년별로 다른 층을 사용하고 학교 벽에는 학생들이 그린 벽화들로 가득하다. 이는 모두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곳곳에 마련된 1인용 소파에는 학생들이 누워 낮잠을 자거나 책을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잔소리,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그것이 현천고의 모습이다.

또한 일반학교와 다른 프로그램이 많다.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꿈 너머 꿈'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내 꿈과 관련된 계획서를 직접 작성하고 멘토를 직접 섭외해 멘토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된다. 단순히 직업체험이 아니라 삶 속에서 느끼는 특별함이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 새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나들(나와 우리들)회의'는 현천고 제일의 자랑거리로 소개했다. "학교에 마련된 회의공간인 나들터에서 전교생과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건을 제시하고 의견을 나눈다.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잘한 것과 잘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다"고 말하며 "나들회의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현천고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박교장은 "현천고는 1기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고, 영상에는 대안학교에서의 하루를 비롯한 아이들의 벌거벗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테고 누군가는 눈물을 훔치며 보았을 테지만 분명 아이들은 변화하고 있다. 졸업생들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분명 변화되고 있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앞으로의 현천고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학교에서 만든 현천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 현천고에서 만든 책-우리는 다시 걸었다. 학교에서 만든 현천고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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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도 "어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편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똑같은 학생이고 단지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현천고에서 우리는 다른 표현방법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하며 지낸다. 너무 행복하다"고 전하며, "현천고는 우리 같은 문제아가 꿈을 꿀 수 있게 해준 곳이다. 늘 손가락질만 받던 아이였는데 이곳에 와서 존중이라는 단어를 알고 감정도 느끼게 됐다. 우리를 존중해주려고 하는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하고 싶은 게 생겼고 꿈을 꿀 수 있는 용기가 생겨서 너무 좋다. 나도 사회에서 좋은 일,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사회일원이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현천고는 강원도 최초 공립형 대안학교로 2015년 3월 횡성 둔내면 현천리(옛 현천초교)에 개교했다. 2018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134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태그:#현천고, #강원도공립형대안학교, #횐성현천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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