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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콩차 컵에 차로 우려낸 작두콩차. 맛이 은은하고 구수했습니다. 비염에 그렇게도 좋다고 하니, 내 아내에게 오늘 밤에는 점수를 좀 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작두콩차 컵에 차로 우려낸 작두콩차. 맛이 은은하고 구수했습니다. 비염에 그렇게도 좋다고 하니, 내 아내에게 오늘 밤에는 점수를 좀 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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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작두콩 차를 우려 마셨습니다. 향도 일품이었고, 색깔도 너무나 고왔습니다. 구수한 면에서는 무를 썰어 말려 볶은 차와 맛이 비슷하지만, 작두콩 차는 좀 더 은은했습니다. 어떤 분은 작두콩 차가 너무 써서 못 마시겠다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 내가 맛 본 작두콩 차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었습니다.

서울서 사는 친구가 갑자기 목포로 내려왔습니다. 언니네 옷 가게에 일을 보려고 새벽부터 내려온다고 전갈이 왔습니다. 예전에 내가 서울에서 살 때 그 친구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내가 만든 작두콩 차를 선물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두콩차 작두콩을 썰어 널어 말린 것을, 방앗간에서 볶은 것입니다.
▲ 작두콩차 작두콩을 썰어 널어 말린 것을, 방앗간에서 볶은 것입니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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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이른 아침에 목포 자유 시장 둘레에 있는 방앗간 두 곳을 들렀습니다. 한 곳은 볶는 기계를 담당하는 분이 안 계셔서 못 해 준다고 했고, 다른 한 곳은 방앗간'은 기꺼이 볶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기계를 담당하는 나이 많은 어르신이 때마침 자리에 계셨고, 그 분은 온 정성을 다해 볶아 주셨습니다.

나는 볶은 양이 꽤나 될 줄 알았습니다. 마치 뻥튀기 하는 것처럼 아주 많이 부풀려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볶는 것과 튀기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볶는 것은 그냥 타지 않을 정도로 불에 굽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새까맣게 탄 것들은 솎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큰 상 두 개를 붙여 그 위에 신문종이를 깔고 작두콩을 썰어 말렸던 그 많던 양들은 볶은 것으로 치면 비늘 봉지 하나에도 못 미쳤습니다.
 
깡마른 작두콩 생 작두콩을 썰어서 2주 넘게 말린 상태의 모습입니다. 이것들을 담아서 방앗간에서 볶은 것입니다.
▲ 깡마른 작두콩 생 작두콩을 썰어서 2주 넘게 말린 상태의 모습입니다. 이것들을 담아서 방앗간에서 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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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것들을 작은 지퍼백 세 개에 나눠 담았고, 그 중에 하나를 서울서 내려 온 그 친구에게 선물로 가지고 갔던 것입니다. 10시 반 정도, 그 친구의 언니 가게에 들러 셋이서 함께 그 맛을 음미해봤습니다. 나는 생전 처음 맛보는 작두콩 차 맛이었지만 그 친구는 작년에도 그리고 재작년에도 벌써 그 맛을 봤다고 했습니다.

"와우, 너무 구수하고 향도 좋은데. 커피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
"그래? 나는 처음 맛보는 거야. 나도 꽤 좋은 것 같아."
"이거 팔아도 되겠다. 얼마나 받을까?"
"얼마 되지 않아. 작두콩 모종 두 개서 거둔 거야. 말려서 볶아보니 얼마 안 돼."
"언니, 언니는 맛이 어때?"
"응, 나도 참 좋아. 올해는 네 비염 걱정 안 해도 되겠는걸."
"이거 너무 잘 우러나오는데, 머그잔에다 두 세 번은 우려 마셔도 충분하겠어."
  
작두콩차 본래 저 상 위에다 작두콩을 썰어서 말려 놓았는데, 깡 마른 것들을 주워담아 방앗간에서 볶아보니, 이렇게 봉지 한 봉에도 모자랐습니다.
▲ 작두콩차 본래 저 상 위에다 작두콩을 썰어서 말려 놓았는데, 깡 마른 것들을 주워담아 방앗간에서 볶아보니, 이렇게 봉지 한 봉에도 모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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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와 그 친구의 언니는 벌써 작두콩 맛을 봤던 터라, 내가 만든 작두콩 맛이 어떤지 감을 잡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서로들 맛도 좋고 향기도 그윽하다고 칭찬해 주었으니,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인사치레로 그런 건 아닐까, 혼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성권아. 네 허락도 안 받고 내가 주문 받아버렸다?"
"누구한테?"
"응, 우리교회 목사님한테. 서울에 있는 교회에서 주문해줘야 한다고 말이야."
"엥?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는데. 내년에는 더 많이 심어볼게. 그때 주문받아라."
"알았어. 아무튼 너무 맛도 좋고 향도 좋았어. 최고야, 네가 만든 작두콩 차…"
"땡큐, 올라갈 때 조심히 올라가고…"

  
작두콩차 봉지에 담았는데, 한 봉지 가득 차지도 못했어요. 이렇게 보니 무슨 약재 같기도 하네요.
▲ 작두콩차 봉지에 담았는데, 한 봉지 가득 차지도 못했어요. 이렇게 보니 무슨 약재 같기도 하네요.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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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걸려온 그 친구의 전화 목소리였습니다. 작두콩 차 맛이 좋다는 게 결코 과장은 아닌 듯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그 친구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교회 텃밭에 가서 마지막 작두콩들을 냉큼 따서 또다시 썰어 말렸습니다. 물론 '작두콩 예찬'의 글을 쓰고 있는 내 서재 안에도 은은한 작두콩 차 향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그윽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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