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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계는 임금노동으로부터 여성 소외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분야 중 하나다.
우선 아직도 여성의 몫이 되는 경우가 흔한 가사노동의 경우 돈과 명예가 따르지 않는다.

사회학자 오찬호는 남성은 밖에서 고생할수록 전문성과 경력, 임금이 누적되며 그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데, 여성은 가사노동을 할수록 이름이 사라진다고 말했다(세바시 908회, '사랑이 넘치는 곳에 불평등이 있습니다' 중에서). 가사노동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것을 경력이나 전문성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발언은 사회학자로서 한국 사회를 관찰해온 그의 경험과 지식뿐만 아니라, 아내와 민주적인 대화를 통해 중요한 결정을 해왔던 그의 가정을 근거로 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정 밖의 요식'업계'는 다른가? 그렇지 않다. 돈을 받고 요리하는 여성의 대다수가 찬모, 이모, 아줌마 등의 호칭으로 불리며 돈은 얻지만 명예는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은 식당에서 10개월간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곳엔 '이모' 두 분이 계셨는데, 그 분들은 당신들의 직업에 대해 '이 나이에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고 써주는 곳이 이런 곳뿐'이라 식당에서 일한다고 하셨다. 주6일, 하루 평균 11시간의 노동. 그 식당은 그분들이 평생에 걸쳐 쌓아온 요리와 부엌에 대한 노하우 없인 운영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노하우는 자의에 의해서도, 타의에 의해서도 충분히 인정받거나 적절히 보상받지 못했다.

2014년부터 JTBC에서 방영된 예능<냉장고를 부탁해>는 요식업계의 셰프들을 전면에 내세웠던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이제 곧 만 5년이 되지만 2018년 현재, 출연셰프 명단엔 여성이 없다. 고정출연셰프가 개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우거나 프로그램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경우 여성셰프를 게스트처럼 섭외한 경우가 전부다.

<냉장고를 부탁해>와 여성을 함께 넣어 포털에 검색해보면, 정지선 셰프가 '최초의 여성셰프'라는 타이틀로 가장 많이 등장하고 박리혜 셰프의 이름이 간간히 보인다. 여성셰프는 출연하더라도 늘 1명뿐이었고 그간 출연했던 여성셰프의 숫자를 모두 더해도 한 자리를 넘어가지 않는다.

<냉장고를 부탁해> 이후 쿡방의 유행이 시작되면서 등장했던 올리브TV<올리브쇼2015>, tvN<집밥 백선생>부터 가장 최근 tvN <수미네 반찬>까지 여성셰프(혹은, 게스트)는 등장하지 않았거나 모두 일회성 출연으로 1명이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어느 산업계든지 전문가급 이상의 인력들은 대부분이 남성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성평등에 관한 지표를 보면(해석남녀, 2016년 기준) '여성은 자신의 직장생활보다 어린 자녀를 돌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에 성인남성 55%, 성인여성의 53%가 동의했다. 심지어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더라도 가정의 중요한 결정은 남편에게 맡겨야 한다'라는 문항엔 성인남성의 40%, 성인여성의 35%가 동의한다. 여성과 남성이 맞벌이를 하는 가정, 여성이 가계부양을 하는 가정 10가구 중 4가구 이상이 가사와 육아를 여성의 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는 전체 남성의 고용률이 70%를 넘는 것에 비해 여성의 고용률은 51%에 그친 것과 매우 연관성이 높다. 또한 남성의 시간당 임금총액이 2만 200원, 여성의 시간당 임금총액이 1만 3300원이라는 통계는 남성은 정규직 비율이 높고 여성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실제 통계와 이어진다. 여성 임금근로자 중 41.2%가 비정규직으로 남성(26.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한국일보 2018년 7월 5일자, 황수경 통계청장, '양성평등, 축구장에서 내각까지' 중에서).

가정 안 여성의 노동은 경력이 될 수 없고, 가정 밖 여성의 노동은 명예가 되기 어렵다. 이는 그 노동이 '부엌'과 연관되어 있을 때 더욱 그렇다. 부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업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성과 노동력을 남성들과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공한다. 그런데 왜 여성들은 '주방이모'로 불려야 하고 남성들은 '셰프'로 불리는가? 하나의 부엌을 책임지고 그곳을 운영하는 그들의 업무는 동일한데 말이다.

태그:#성평등, #성차별, #여성셰프, #스타셰프, #요식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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