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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애인과 쌍방폭행 시비가 붙었던 연예인 A씨가 사실은 상대방 B씨로부터 '성관계 동영상'을 빌미로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영상 유포를 막기 위해 B씨 앞에 무릎을 꿇기도 했던 A씨는 최근 B씨를 강요와 협박, 그리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다섯 차례나 진행되던 시기에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몰카'로 대표되었던 불법촬영의 문제를 넘어 불법유포의 심각성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 법과 정부는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까. 후보 시절 '몰카·리벤지 포르노 완전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성들은 불법촬영물 범죄로부터 안전한 삶을 살고 있을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사용했던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는 틀렸다. 복수라는 의미의 '리벤지'는 피해자의 잘못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또한 불법 촬영물은 음란영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해당 단어는 잘못이다. 대신에 '불법촬영'이라는 단어를 써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정부와 언론은 해당 용어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특례법 14조의 한계 3가지, 이대론 안 된다
 
'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수서역 계단에 불법촬영 근절 홍보물이 붙어있는 모습.
▲ "불법촬영은 범죄입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수서역 계단에 불법촬영 근절 홍보물이 붙어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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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은 현재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의 위반이다. 그중 2항에서는 촬영 당시에는 합의하에 촬영했더라도 사후에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함을 불법임을, 그리고 3항에서는 그 촬영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역시 불법임을 명시하고 있다.

불법촬영과 유포가 형법상 범죄임이 특례법에 규정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처벌은 미비하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불법촬영으로 법정에 선 7446명 중 8.7%, 음란물 유포로 재판받은 1680명 중 오직 1.8%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례법에 명시된 '5년 이하의 징역형'(1항 기준)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사법이 불법촬영 및 유포자들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범죄 강력 처벌에 소극적인 사법부 관행의 연장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관행'으로 그 탓을 이관하기 전에 특례법 14조의 한계를 검토할 필요도 있다.

[한계 ①] 불법촬영 영상 유포, 별도 조항으로 강력 규제해야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촬영과 유포에 대한 처벌을 동일한 법령에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와 이를 유포하는 행위는 형사상 불법의 정도와 피해 확산의 신속성과 위험성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다른 행위이기 때문에, 동일한 조항 내에서 함께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김현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관한 연구', p.156)

유포행위는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삶 자체를 무너뜨리고 전산망 이곳저곳에 퍼진 영상들을 모두 삭제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촬영행위와는 별도의 상향된 징역형으로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계 ②] 처벌 사각지대에 놓인 범죄들

또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현행법에서 불법촬영물에 의한 사생활 혹은 성적결정권 침해의 방식이 '유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법이 제시한 유형에 속하지 않는 행위는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인데, 14조에 명시된 '반포, 판매, 임대, 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는 모든 피해 사례들을 포괄할 수가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예를 들어, 자신의 핸드폰으로 불법 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제3자에게 보여준다거나, 불법 영상을 다른 기기로 재촬영하는 행위 등은 14조에서 제시한 유형에 속하지 않아 처벌이 어려운 것이다.

[한계 ③] '촬영물 유포 협박' 명문화해야

또 다른 문제점은 14조에는 '촬영물 유포 협박' 행위가 정확하게 명문화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가해자가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피해자의 법익을 침해했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촬영물 유포 협박 행위는 젠더 간 위계권력을 이용해 동영상이 유출될 시 여성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을 근거로 행한 명백한 성폭력 행위이다. 이는 벌금형에 속하는 협박죄가 아닌 강력한 성범죄 처벌 법규로서 처벌되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응답하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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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법 14조의 한계를 바로잡기 위해 남인순 의원은 지난 2017년 11월 8일 당사자 의사에 반해 신체 촬영물을 유포하는 경우를 처벌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유포한 경우에는 벌금형을 삭제해 7년 이하의 징역형만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디지털 성범죄 조치 강화 법안(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발의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 여전히 계류된 상태다.

그래도 변화의 움직임은 보인다. 지난 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불법 영상물 유포 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 대처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현행법에서 벌금형을 삭제하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법정형을 상향시키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상담과 삭제·수사·소송 지원, 사후모니터링(점검)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센터는 1년 단기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를 공식화하고 영구화하여 직원들을 정규직화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이다.

다만 불법촬영과 유포는 특례법 14조의 개정만으로 근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저에 있는 다른 법규들이 힘을 모아 불법촬영물이 유통될 수 있는 모든 틈새를 막아주어야 한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압수된 불법영상물을 필요에 따라 피고사건 종결 이전에 조기 폐기해 피해자들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몰래카메라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숙박업소 등 공중위생영업소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몰래카메라 설치여부를 검사하고, 확인증을 발급할 수 있는 내용의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중은 불법 촬영물과 관련한 현행법의 효력에 대해 점검하고 나섰다. 과거 여성 연예인들의 불법촬영물 유출 피해가 알려졌을 때와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그러나 남성 이용자들이 많은 일부 사이트에서는 A씨의 주장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댓글들도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타인의 신체를 관찰하거나 몰래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성범죄의 한 유형으로 볼 것인지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학적 논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13년 4823건, 2014년 6623건, 2015년 7623건, 2016년 5185건 등의 엄청난 숫자가 증명하듯 디지털 성범죄는 하나의 성범죄로 이미 자리 잡았고 그 방법과 유형은 점차 다양해 질 것이다.

그렇기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성범죄의 양상을 넓게 포괄할 수 있는 법안의 입법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불법촬영과 유포의 '방법'에 집중하기보다는, 제3자에게 유포되는 결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법령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게 해야만 불법 촬영 피해자가 '동의 여부'나 '실제 유포 여부' 등에 의해 압박받지 않을 수 있으며, 가해자는 자비없이 처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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