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겨리는 초등 3학년이다. 10살이 되기까지 어린이집를 포함해서 5군데의 학교를 옮겨다녔다. 5살까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자랐다. 양평으로 이사를 가면서 사설 어린이집을 다녔다. 한해가 지나서 병설 유치원으로 옮겼다. 초등학생이 되었다. 양평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다. 일년을 다니고 군포시 대야미로 이사를 왔다. 이제는 산울어린이학교를 다닌다. 

겨리는 양평에 살 때 친구를 초대하는 것을 꺼려 했다. 다른 친구들이 사는 모양과 자신과 달라서 이질감을 느꼈나 보다. 생협 우유를 싸주면 마시지 않은 채 집으로 가져오기 일쑤였다. 이유는 자신이 마시는 우유가 다른 친구들이 마시는 급식 우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과 집 문화 사이에 거리감이 있었는지 겨리는 다른 친구의 놀이 문화를 부러워했다. 티브이 보기 등. 산울어린이학교에 와서는 "집에서 생활하는 거하고 학교에서 지내는 게 같아"라고 말한다. 살포시 웃으며. 학교 생활과 집 생활 사이의 괴리가 적었다. 겨리는 안심했고 빨리 적응했고 학교가 재밌다고 한다. 

나는 여수에 있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춤을 잘 춰서 소풍 때면 무대에 나가 춤을 추곤 했다.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 노래도 곧잘 불렀다. 짝사랑도 많이 했지만 순전히 황순원의 소설에 나오는 소년보다 어리숙했다. 일하러 나가신 엄마와 아빠 몰래 교통사고가 났다며 무단 결석을 해서 코난처럼 발가벗겨져서 집 앞 전신주에서 한참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2학년 때 일이다.

어항이 있는 친구의 집을 부러워했던 기억과 짝궁에게 짓궃은 장난을 부려서 복도에서 벌을 받은 기억,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 우등생을 호명할 때 불리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던 모습이 생생하다. 6학년 졸업식 때인데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자랑질을 하고 싶었던지 우등상을 타지 못한 게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브랜드 바지에 브랜드 신발을 신고 졸업식장에서 부모님과 같이 찍은 사진이 그립다. 

넓다란 운동장에서 쌩하고 날라오던 축구공에 맞아 절뚝거리며 걸어갔던 날도 있었다. 체격이 큰 친구였는데 사과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장난과 폭력은 일상이었고 초등사회에서 나름 기세 있게 살아가려고 폼을 잡았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없는 것은 큰 슬픔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과 같은 이를 만났다면 삶의 목적과 의미가 조금은 달라졌으리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겨리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마음의 힘이 강한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자연을 사랑하고 뭇생명과 이어진 감각을 체득하고 이웃을 사려 깊게 살피는 아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자신의 생명이 가두어지지 않는, 생명이 생명답게 자랄 수 있는 배치, 무기력한 관념이 아니라 삶을 직조하는 생기있는 관념을 살찌우는 배움의 배치를 아빠로서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인데, 앞서 고민하며 작은 학교를 일군 선배들이 있다. <산울어린이학교>는 2007년에 첫 걸을을 뗀 초등과정 대안학교이다. 더불어 사는 힘을 키우는 학교다. 엄마, 아빠 모두 부족하지만 공동체적 관계를 만들려고 애쓴다. 배움의 본질이 프로그램에 있지 않기에 공동체를 지향한다. 

나는 3층에 산다. 2층에는 겨리 또래 친구가 산다. 요즘 팽이 때문에 서로 다투는 일이 잦다. 산울어린이학교를 같이 다니는 옆집 형이 둘 사이를 중재했다. 서로에게 서운했던 일을 꺼내게 했다.

불편한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게 싫었는지 딴청만 피운다. 옆집 형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한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둘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는데 어른 못지 않다. 생명에 민감하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감지해서 관계를 풍성하게 만들 줄 아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산울어린이학교는 뜻있는 학부모가 참여해서 만들어간다. 학교 운영을 함께 책임진다. '우리 학교'라는 마음 속에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단지 아이를 보내는 것으로 대안교육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자라듯 엄마아빠도 함께 자라는 곳이다.

짧은 지면으로 학교를 설명할 길이 없다. 살아야 느낄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학교를 만들어갈 친구를 만나고 싶다. 작은 학교를 세우며 느낄 수 있는 배움과 성장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작은 학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관계의 풍요로움을 전하고 싶다.

거창한 이야기이지만, 문명의 대전환기에 선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땅을 고민하는 현재, 아이 못지 않게 엄마와 아빠의 삶도 미래에 저당 잡힐 수 없다. 키팅 선생이 "카르페 디엠"(현재를 잡아라)이라 외쳤던 이상이 현실이 되는 곳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입학설명회 소개글 : https://cafe.naver.com/kidshope/7388

 
산울어린이학교는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 37번지'에 위치한다.
▲ 산울어린이학교 입학설명회 산울어린이학교는 "경기도 군포시 속달동 37번지"에 위치한다.
ⓒ 산울어린이학교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군포시민신문에 중복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대안교육, #대안학교, #산울어린이학교, #입학설명회, #배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기도 군포시 대야미. 사람, 도시, 농도 교류, 사회창안에 관심이 많습니다. 겨리와 보리를 키우며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농학교에 다니며 자급/자립하는 삶을 궁리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