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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화여고 창문에 붙여진 포스트잇 문구들
 용화여고 창문에 붙여진 포스트잇 문구들
ⓒ 오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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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용화여고 창문에 붙은 포스트잇을 '스쿨 미투'의 주요한 장면으로 기억할 것이다. 용화여고 졸업생들의 고발은 스쿨 미투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용화여고 교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교사들은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학내 성폭력의 '뿌리'는 아직 건재하다. 그렇기에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활동도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덧 반년이 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를 만나, 그간 자세히 조명되지 않았던 고발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오예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위원장(좌)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오예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위원장(좌)
ⓒ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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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가 있기까지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대표인 오예진이라고 하구요. 용화여고는 졸업한지 조금 됐는데,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아직도 잊지 않았고, 친구들과도 얘기하면서 이 일을 공론화시키는 게 맞는 것 같아 활동하게 됐습니다."

-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를 결성한 계기와 활동과정을 듣고 싶어요.
"서지현 검사의 고발을 시작으로 미투가 여러 분야에서 고발되었잖아요. 거기에 더해서 전교조 여성위원회에서 만든 스쿨 미투 페이지와 증언들을 보게 되었어요. 그걸 보면서, 졸업한 친구들끼리 우리도 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왔어요. 이번에 징계 받은 교사는 제가 재학 중이었을 때도 굉장히 유명했고, 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 용화여고는 어떤 학교인지 궁금해요.

"용화여고가 규율이 엄격한 일명 '빡센 학교'에요. 입학할 때부터 '여기가면 대학은 잘 가는데 정말 치마길이를 무릎까지 오게 입어야 하고 야자 꼭 해야 되고, 선생님들이 많이 잡는다(처벌한다).' 그런 말이 많았어요. 다닐 때는 '짜증나긴 하는데 어쩌겠냐'하는 마음으로 다녔어요. 최대한 선생님 눈 밖에 나지 않게 내가 처신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남자 선생님들이 있었어요. 수업시간에 얼평(얼굴평가)을 공공연하게 했어요. 이번에 징계받은 교사 중에 한 명은 피부색을 가지고 학생에게 흰둥이, 깜둥이 같은 호칭을 붙였어요. 그러면서 학생을 터치하는 것까지 나아갔어요.

어떤 교사는 다른 친구들에게 그 학생을 편애한다는 빌미로 볼에 뽀뽀를 한다든지 그런 짓을 했어요. 그런 일을 겪은 친구들이 너무 싫다고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예요.

- 긴 시간 동안 교내 성폭력이 이어져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교사는 지도하고 학생은 따라야하는 수직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불합리하다고 말하면 이상한 애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게다가 교사가 입시결과에 대해 엄청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피해를 당할까봐 말을 못하는 게 크죠.

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였던 것 같아요. 학생들끼리는 '저 사람이 또 이랬다(피해사실을)' 이런 얘기들을 정말 많이 했는데 피해를 호소할 기관이 없었어요. 저희가 시도를 안 해본 것도 아니에요. 다른 선생님한테 말해보기도 했는데 그 선생님들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냥 묻혔죠."

-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스쿨 미투가 일어난 학교의 80% 이상이 사립학교인데요, 그래서 사립학교법 개정의 필요성이 많이 거론되는 것 같아요.
"사립학교 특징이 자기들끼리, 가족들끼리 경영을 하잖아요. 이런 일이 일어나면 다 감추는 거예요. 교육청이 처벌을 권고해도 안 하면 그만이니까. 성추행 사실이 고발된 전적이 있는데 아직도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사람이 (가해자 처벌을) 처리하는데 어떻게 변할 수가 있겠어요. 이런 사람들이 계속 높은 자리에 있는데."
 
 오예진 위원장의 가방에 달린 with you 배지
 오예진 위원장의 가방에 달린 with you 배지
ⓒ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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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미투의 과정에서
 

- 위원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이 궁금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같이 고민할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고 선례도 없으니까. 게다가 인원이 다섯 명이다보니까 활동에 한계가 있었어요.

재학생에게 '왜 하필 내가 다닐 때 신고가 된 거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재학생 입장에서는 싫을 수 있잖아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저는 공론화가 필요했다고 봐요. 용화여고 학내 성폭력이 전국적 이슈가 되니, 교육청이든 경찰이든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던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학교로 스쿨 미투가 퍼진 것도 용화여고 공론화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 반대로 힘을 받았던 순간도 있었나요?
"제일 힘을 받을 때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날 때인 것 같아요. 동창들이랑 같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저희끼리 엄청 신나게 얘기했거든요. 재학생들도 만나서 같이 얘기했어요. 당시에 답답했던 마음들을 다 말하고 나니까 속이 너무 후련한 거예요. 얘기하고 나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맞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운 좋게 서지현 검사님도 뵌 적이 있어요. 서지현 검사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나 혼자가 아니라 각자 분야에서 다 같이 노력하고 있구나' 싶었고,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생겼어요."

- 용화여고는 가해교사가 징계된 것으로 기사가 크게 났잖아요. 스쿨 미투의 성공사례로 얘기되기도 하는데 위원회에서 체감하신 바가 궁금해요.
"징계 결과만 보면 저는 만족해요. 그런데 문제 핵심이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용화여고가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학법 등 학교 구조가 학내 성폭력을 막지 못한 거잖아요.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섣불리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징계를 받았지만 아무도 반성하지 않잖아요. 자기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거든요."
  
- 고발 이후에 학교문화는 변화했나요?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재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육청 감사도 실시되고 선생님들이 '잘 처리할 테니까 이제 공부해라'는 식으로 회유를 하니까 '알아서 잘 되겠지'하면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고요. 5월쯤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학생도 많았어요."

- 공론화 과정에서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그 전에도 친구들 만나면 이런 걸(피해사실을) 고발해야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실제로 공론화 시작하니까 도와주는 친구들도 있었고 잘됐다고, 해줘서 고맙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졸업생들끼리는 '잘됐다', '언젠가는 이렇게 돼야 했다' 하는 분위기였어요."  ​

- 고발 이후, 노원 지역에서 '응답하라 스쿨 미투' 문화제를 여셨는데, 계기와 과정을 듣고 싶어요.
"문화제를 기획했을 때가 스쿨 미투 고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던 시기였어요. 아직 징계도 받지 않았고 해결된 게 없어서 이 운동을 계속 끌어나가려면 모이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준비 과정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일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이 정말 많이 오고 시민들도 지나가며 많이 봤어요. 보고 간 사람들 합치면 한 300명 정도 온 것 같아요. 그리고 청소년이 주체가 돼서 진행했던 게 의미가 정말 컸어요.

문화제 마지막에 행진을 했거든요 그 때가 진짜 인상적이었어요. 노원에서, 내가 놀고 학교 다니던 길에서 시위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거든요. 아무도 안와서 우리끼리 하는 거 아닌가, 했었는데 정말 길게 줄을 서서 구호를 막 외치면서 번화가를 돌았어요.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노원에서 문화제 ‘응답하라 스쿨미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노원에서 문화제 ‘응답하라 스쿨미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오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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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미투 이후에는

- 스쿨 미투가 9월에도 계속 됐잖아요. 지금의 스쿨 미투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올라오는 기사들 다 보고 있어요. 저는 이걸 시작했을 때 분명히 용화여고 같은 일이 전국에 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의 고발이 다른 학교의 동참을 이끌어내길 바랐고요.

그런데 막상 다른 학교 기사를 보니까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한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으면서. 아직 신고안한 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잖아요. 이제 고발이 더 터져 나와서 교사들이 학생을 우습게보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다들 정말 대단하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의 활동계획이 궁금해요.
"요즘은 실질적인 학교구조변화를 목적으로 TF팀을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저희의 주요한 요구안은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 내실화, △현재 스쿨미투가 발생한 학교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 처리, △지역 내 학교들에 대한 전수조사, △교내성폭력 발생 시 처리 매뉴얼, △임용 전 교사에 대한 성평등 교육, △사립학교법 개정 △마지막으로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강제성 부여입니다."

- 본인이 생각하는 스쿨 미투의 의미는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나비 날갯짓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처럼 신고하거나 위원회를 만드는 것 말고도 개개인이 SNS로 피해를 고발하는 움직임들도 스쿨 미투잖아요.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에는 태풍이 생기는 거죠.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서 나아가는 것.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제 인터뷰가 용기가 되면 좋겠어요. 중요한 게, 저는 하나도 대단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냥 똑같은 사람이에요. 용기를 좀만 내면 의외로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어요. 이 기사를 본 분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오예진 위원장의 말처럼 스쿨 미투를 이어가는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학교의 차별적 문화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5명으로 시작한 스쿨 미투는 서로의 용기가 되었다. 우리는 인터뷰가 끝나고도 긴 이야기를 했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도록 스쿨미투 집회를 열어보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여성인권 없는 학교는 여학생의 존재를 지웠고, 학생인권 없는 학교는 성폭력을 은폐했다. 그러나 스쿨 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학교를 바꾸려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들은 이어질 것이다. 
 
 11월 3일,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과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진행된다.
 11월 3일,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과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스쿨미투 집회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가 진행된다.
ⓒ 김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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