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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Elias Garcia Martinez)의 <Ecce Homo>라는 제목의 프레스코화(왼쪽)를 현대 미술 감각으로 복원한 할머니의 작품(오른쪽)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Elias Garcia Martinez)의 라는 제목의 프레스코화(왼쪽)를 현대 미술 감각으로 복원한 할머니의 작품(오른쪽)
ⓒ Cecilia Gimen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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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스캔들>은 안견의 그림을 복원하는 과정을 둘러싼 케이퍼 무비다. 몽유도원도를 그렸던 안견이 그 후속작으로 그렸다는 <벽안도>의 복원과 밀반출을 둘러싸고 두 개의 세력이 벌이는 투쟁이 정말 재미있게 묘사된다. 당시 영화를 보고 벽안도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 구글 검색을 했는데, 벽안도란 그림은 세상에 없었다. 영화의 창작이었던 것이다. 주인공 김래원의 말대로, 세상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술 복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거다. 스페인 어느 교회 벽화를 복원하는 일을 자원봉사자 할머니가 맡아 '현대 미술'로 복원한 사건이다.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의 <Ecce Homo(이 사람을 보라)>라는 작품인데, 예수를 원숭이로 바꿔버린 복원작에 대해 네티즌들은 <Ecce Mono(이 원숭이를 보라)>고 이름 붙이며 조롱하고 있다.

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을 해학적인 이모티콘으로 만든 할머니의 재치(?)에는 감탄하지만, 사람들이 원한 것은 복원이었지 재창조가 아니었다. 참고로, 이 할머니에 대해 많은 사람이 분노했지만, 악의를 가지고 그림을 훼손한 것이 아니기에 형사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최후의 만찬>, 그 기구한 운명

아직 마르지 않은 석회벽 위에 덧칠해서 그려야 하는 프레스코화는 그리기 어렵지만 내구성이 좋아 르네상스 거장들을 비롯한 많은 화가들이 애용하던 기법이다. 문제는 벽을 떼어다가 실내에 고이 모셔두지 않는 한 비바람과 공기 오염에 노출되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점이다.

남대문이나 경복궁이 애초의 그 남대문과 경복궁이 아니듯, 세계 각지의 문화유산도 원래의 그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원본이라고 보아야 할까?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 예수의 발치가 빈 공간이다.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 예수의 발치가 빈 공간이다.
ⓒ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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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욱의 <비밀의 미술관>은 다빈치의 프레스코화 걸작, <최후의 만찬>이 겪어온 고난의 역사를 이야기해 준다.

프레스코화는 덜 마른 벽면에 수용성 물감을 사용해서 그리는 방법인데, 벽이 마르면서 벽과 일체가 되어야 하므로 물감의 종류가 토질 또는 광물질의 것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어떤 색은 잘 표현하기가 어려운 관계로 벽면이 마른 다음에 추가로 덧칠을 하기도 한다.

책에 따르면, 푸른색과 같이 덧칠된 색이 벽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작품 완성 직후부터라고 한다. 1500년대 말에는 훼손 상태가 심해서 그림이 그려진 수도원에 살던 수도승들조차 벽에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1625년에 수도원 측은 벽에 문이 필요하다면서 벽에 구멍을 뚫었다. 지금은 그 뚫린 구멍을 메우기는 했어도, 문이 있던 그 자리는 그냥 회색 조로 단색이 칠해져 있다. 그림의 한가운데, 예수의 발치 부분이다.

1769년에는 밀라노에 입성한 나폴레옹이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 식당을 마구간으로 사용했다. 나폴레옹은 미술 애호가답게 예술품을 훼손하지 말라는 특명을 내렸지만, 마구간에 묵는 병사들이 위대한 그림을 알아볼 리가 없지 않은가. 병사들은 그림이 그려진 벽면에 말똥 던지기 놀이를 하고, 열두 제자들의 눈알을 파내기도 했다고 한다.

1900년대가 되어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연구 계획이 세워졌지만, 이번에는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수도원에 폭탄이 떨어졌지만 신의 가호인지 벽화가 있던 반대쪽 벽면이 날아가는 데 그쳤다. 양차 대전이 끝나고 이탈리아 정부는 1979년부터 20년간 대규모 복원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물이 현재의 <최후의 만찬>이다.
 
하지만 사실 지금의 <최후의 만찬>은 다빈치가 그렸던 원본에서 색깔도, 그린 방식도 달라졌으니 더 이상 그의 작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21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미술

이 책은 서양미술과 관련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렘브란트의 <야경>은 그를 파산으로 몰고 간 작품으로 유명한데, 사실이 아니라고 저자는 항변한다.

당시 세금 청구서를 보면, 렘브란트는 이 작품 한 점으로 1600길더, 현재 가치로 약 1천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세금 청구서가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반문할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더 있다고 말한다. 그림 한가운데 등장하는 대표 모델인 반닝 코크 대위가 수채화 초상화를 더 주문했다는 것이다.

반 고흐가 생전에 판매한 유일한 그림인 <아를의 붉은 포도밭>을 산 사람은 안나 보쉬다. 그런데 이 사람은 유명한 도자기 회사인 빌레로이앤보흐(Villeroy and Boch) 창업자의 5대손인 화가 외젠 보쉬의 누이다. 빈센트는 외젠 보쉬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는데, 외젠 보쉬는 임종 시까지 이 그림을 바라볼 정도로 아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피카소가 아직 무명일 당시, 그는 파리 시내의 화랑을 돌면서 혹시 피카소라는 신진 유망 작가의 그림이 있냐고 묻고 다녔다고 한다. 몇 번을 계속하자, 피카소의 그림을 주문하는 화랑도 생겼다고. 루벤스와 더불어 경제 감각이 가장 탁월한 화가로 꼽힐 만하다.

인체 왜곡으로 유명한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 속 포즈를 취하려면 척추뼈가 다섯 개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저자는 언급하는데, 그런 연구는 누가 하는지 궁금하다. 인체 비례가 이상한 것으로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빠지지 않는다. 이 그림의 비너스가 취하는 포즈는 왼쪽 팔이 탈골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고도 한다. 저자는 그저 이 비너스가 10등신이라는 사실만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화가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도대체 이걸 어떻게 포착했을까 싶은 내용도 있다. 브뤼헐의 그림에 '응가'가 그렇게 많이 나온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브뤼헐의 그림은 많은 사람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월리라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걸 언제 하나하나 살폈을까.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브뤼헐의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볼 때도 그런 설명은 듣지 못했다. 오디오 가이드에 싣기에는 조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걸까.

위대한 미술가
 
 밥 로스. "어때요, 참 쉽죠?"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밥 로스. "어때요, 참 쉽죠?"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 Bob Ros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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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과 미국에서 국빈 대접을 받던 서머싯 몸을 영국 문단이 끝내 인정하지 않았듯이, 현대 미술계도 '밥 아저씨'를 인정하지 않는가 보다. 하지만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번 돈을 모두 재투자하고, 그린 작품 대부분을 기부한 밥 로스가 위대한 미술가가 아니라면 누가 위대한 미술가란 말인가.
 
몇십 년 동안 개인 작품 활동을 했으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가가 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밥 아저씨는 누구나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전파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자신의 작품값을 올리는 대신 교육 방송에 출연했고, 20여 권의 미술 관련 책을 썼으며 100편이 넘는 비디오 강의도 찍었다. (중략) 이보다 더 위대한 화가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271쪽)

밥 아저씨는 '어때요, 참 쉽죠?'라는 코멘트로 유명하지만, '실수란 없어요. 그저 행복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거죠'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정말 그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한마디다. 어렸을 적 밥 아저씨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며 감탄하던 때가 떠오른다. 밥 로스는 1995년 54세라는 젊은 나이에 타계하셨다. 그가 더 오래 이 세상에 머물렀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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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이 강물처럼 흐르는 소통사회를 희망하는 시민입니다. 책 읽는 브런치 운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junatul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