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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버스 타니 어떠냐는 질문에 김시영 학생이 만족스럽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통학버스 타니 어떠냐는 질문에 김시영 학생이 만족스럽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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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아침 7시 50분, 예산중앙초등학교(충남 예산군 소재)에서 출발한 버스는 예산읍 주교리 산업단지와 한신·세광·주공 아파트, 성산교회 앞에서 한명, 두 명씩 많게는 여섯, 일곱 명씩 아이들을 태우고 다시 학교로 향한다. 

통학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건 9월 3일, 벌써 3주가 넘게 버스를 이용한 아이들은 익숙한 듯 자리를 잡고 앉는다. 운행상황을 보기 위해 탑승한 이권식 행정실장은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한 뒤 안전띠 착용을 당부한다. 

아이들은 "오늘 과자 가져오는 날이야? 나 깜빡했는데" "괜찮아 선생님이 가져오시는 것도 있잖아"하며 학교이야기도 나누고 졸린 눈을 부비며 몰려오는 잠을 참기도 한다. 

김시영(5년)군은 "버스가 생기니 엄마가 제일 편해하세요. 그 전까지는 엄마가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주셨는데 지금은 이거 타면 되니까요"라며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보인다. 

1팀이 학교 운동장 앞쪽에서 내려 먼저 등교한다. 탑승시간은 30분 정도다. 학교에 먼저 도착한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아침시간을 보낸다. 

이 행정실장은 "한번만 운행을 하면 처음 탄 아이들이 한 시간이나 차를 타야해 너무 지치기 때문에 두 팀으로 나눴다"고 설명한다.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이 통학안전요원의 지도아래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학교에 도착한 학생들이 통학안전요원의 지도아래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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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또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출발한다. 이번에는 학교와 가장 먼 대흥 손지리와 마상교 고가도로, 예산도서관 등을 거치니 한명 두 명씩 아이들이 버스에 오른다. 약속한 시간보다 먼저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뒤로 저 멀리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부랴부랴 뛰어오는 학생이 보인다. 아이들다운 활기참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이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학부모들도 환환 얼굴이다. 

드디어 2팀이 탄 22인승 노란 소형버스가 학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반으로 향한다. 

올해 급격히 줄어든 학생수 때문에 고민이 많던 학교도 이제 희망이 생겼다. 그동안 등굣길 교통안전문제로 학구 내 아이들이 다른 학교로 빠져나가고, 학부모들에게까지 외면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난 뒤 전학의사를 밝혀온 1학년 학생들이 3명이나 된다. 

지난 6월 충남도교육청은 교육경비 가운데 2학기분 1200만원을 예산중앙초 학교버스 예산으로 배정했다. 예산중앙초는 내년 소요예산인 3600여만원도 도교육청에 신청한 상태다. 

예산중앙초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택시로 통학차량을 대신해왔다. 그러다 장거리 통학생들과 학구경계 학생들의 타학교 입학문제 해결을 위해 통학차량을 버스로 변경할 필요성을 인정받아 읍단위 학교 최초로 지원을 받게 됐다. 
 
학교에 먼저 온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 먼저 온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아침시간을 보내고 있다.
ⓒ <무한정보> 홍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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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들도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고 나섰다. 

이 행정실장은 "요즘 애들은 애들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우리 애들은 순수하고 착하다. 통학안전지도 선생님도 '안전벨트 매는 것 때문에 애먹을 줄 알았는데 다들 잘 따르고 인사도 잘한다'고 칭찬하더라. 밝고 건강한 학교다"라고 자랑한다. 

이화순 교감은 "교사시절 우리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했고 내 자녀들도 모두 중앙초를 나왔다. 그래서인지 더 애착이 간다"며 학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희복 교장은 "학교가 죽어간다는 건 지역이 죽고 있단 소리와 마찬가지다. 교직원과 학부모 모두 학교에 관심이 많고 열성적이라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교 발전을 통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학교로 만들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한편 중앙초에서는 △태권도-1~2학년 △영어-3~4학년 △수영-5~6학년 학생들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 수업도 코딩, 드론, 컴퓨터, 한자 등 다양하다. 또 희망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전담사 2명, 본교교사 1명 등 총 전문인력 3명이 7시까지 돌봄교육도 하고 있다. 모든 방과후 교육비와 돌봄교실은 무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통학버스, #작은학교, #학교살리기, #예산중앙초등학교,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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