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서 선수(177cm, 대구일중 2학년)

이민서 선수(177cm, 대구일중 2학년) ⓒ 김영국

 
출전만 했다 하면, 우승 아니면 준우승이었다. 대구일중학교(대구광역시 소재)는 올해 여중 배구의 최강자였다. 출전한 5개 전국 대회에서 우승 3번, 준우승 2번을 차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더욱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지난해는 4개 대회에 출전해 3위만 3번했다. 우승은 고사하고 준우승도 없었다. 무엇이 대구일중을 1년 만에 최강으로 만들었을까. 가장 큰 특징은 중학생 팀인데도 '장신 군단'이라는 점이다. 이종열 대구일중 감독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중학교에서 최장신 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웬만한 고교 팀보다 장신들로 구성됐다.

이 감독은 한 가지 이유를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플레이가 빨라졌고, 서브 리시브와 2단 연결 등 수비 조직력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대구일중의 주전 선수를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센터 서채원(180cm), 정윤주(177cm), 세터 박사랑(177cm) 등 3학년생 장신 3인방이 팀을 이끌었다. 득점의 상당수가 이들의 손끝에서 이루어졌다. 윙 공격수는 라이트 이민서(177cm·2학년), 레프트 김나현(174cm·2학년), 이해름(174cm·2학년)이 주전으로 뛰었다.

지난해 '무관' 대구일중... 올해 '우승 3회-준우승 2회'

어려운 여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초·중 배구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요청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마침 대구에 내려갈 기회가 생겼다. 짬을 내 대구일중 훈련 모습을 한 번 보기로 했다. 이종열 감독에게 미리 협조를 요청했고, 9일 대구일중 체육관을 찾았다.

그러나 3학년생 3인방은 보이지 않았다. 대구여고 진학을 확정하고, 이미 대구여고의 팀 훈련에 합류한 상태였다. 이맘 때쯤 졸업반 선수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때문에 내년도 대구일중을 이끌어갈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라이트 이민서, 레프트 김나현, 전수민(174cm·1학년), 센터 이해름, 서영지(187cm·2학년), 세터 김지현(2학년), 서채현(1학년) 등이 주전 멤버로 뛸 예정이다. '중학교 최장신'인 서영지는 배구를 시작한 지 1년여 정도 됐다. 현재 몸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대구일중은 내년에도 올해의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는 이민서가 있다. 새롭게 팀의 주장도 맡게 됐다.

'공격·수비 겸비한 장신 공격수'가 최종 목표
 
 '리시빙 라이트를 꿈꾸다' 이민서 선수

'리시빙 라이트를 꿈꾸다' 이민서 선수 ⓒ 김영국

 
주장 이민서의 내년도 각오와 포부를 들어봤다. 그는 현재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날도 팀의 주 공격수로 단련을 했다. 신장(177cm)도 중학교 2학년임을 감안하면 꽤 큰 편이다. 지금도 자라고 있고, 더 클 여지도 많다고 한다.

이종열 감독도 기대가 컸다. 그는 "(이)민서가 라이트 공격수임에도 수비력이 좋기 때문에 올해 팀에서 서브 리시브와 디그를 중점적으로 맡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주장으로서뿐만 아니라,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팀의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서영지가 센터로 자리잡을 때까지 라이트와 센터를 오가며 활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민서의 각오를 들으면서 정작 깊은 인상을 받은 대목은 따로 있었다. '리시브도 잘하는 라이트 공격수가 되겠다'는 독특한 답변 때문이었다. 그는 "공격만 잘하는 라이트가 아니라, 서브 리시브와 수비도 잘하는 라이트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세계 최강 중국과 일본 여자배구를 보면 라이트 선수가 리시브와 수비도 적극 참여하고 참 잘한다"며 "아직 한국 여자배구에는 그런 스타일의 라이트가 드물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도 더 커서 수비력까지 좋은 장신 라이트 공격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프로팀이나 국가대표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동안 중·고교 학교 배구에 대해 배구계에서 우려해 온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대표적인 지적이 공격을 잘하는 선수는 리시브·디그 등 수비를 등한시하고,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공격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프트도 아닌, 라이트 공격수가 리시브도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배구에서 라이트 공격수는 대부분 서브 리시브를 제외시켜 준다. 대신 많은 공격 득점을 내주고, 어려운 볼을 처리하는 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강호들의 성인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비력 좋은 '리시빙 라이트', 쓰임새 커진다

세계 배구는 이미 토털 배구를 기본 바탕으로 스피드 배구 추세로 가고 있다. 라이트 공격수도 서브 리시브 등 수비에 적극 참가하는 소위 '리시빙 라이트'가 주전으로 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계 최강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쩡춘레이(30세·187cm)가 대표적이다. 그도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다. 일본의 신나베 리사(29세·173cm)도 주로 라이트 포지션으로 뛴다. 그러나 둘 다 서브 리시브와 수비에도 적극 가담한다. 공격력도 출중하지만 수비력도 좋기 때문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중국의 주전 라이트로 맹활약하고 있는 궁샹위(22세·186cm)도 비슷하다. 그 또한 서브 리시브에 자주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시즌 V리그 우승 팀 한국도로공사의 문정원(27세·174cm)이 있다. 원래는 왼손잡이 라이트이다. 그러나 서브 리시브와 수비력이 좋기 때문에 주전 레프트로도 활약한다. 남자배구 대표팀의 서재덕도 같은 케이스이다.

공격만 잘하는 라이트는 세계 강호는 물론 국내에도 많다. 특출난 경우가 아니면 국내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에게 밀려 웜업존에만 머물다 퇴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수비력까지 갖춘 라이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프로팀이든 국가대표팀이든 쓰임새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같은 라이트 공격수라도 수비력까지 좋은 선수는 팀 전력 향상에 여러모로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민서의 리시빙 라이트 생각은 '기특한 당돌함'이다. 미래 가치가 충분한 발상이다. 외국인 선수 때문에 국내 라이트 공격수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도태되고 있는 현실에서 좋은 대안일 수 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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