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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 '향기롭거나 예쁜, 여러 색깔의 꽃'이나 '여러 가지 열매나 채소'를 떠올리지 않을까?

'늘 그 자리에 있는, 그래서 언제든 가면 만날 수 있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싹을 틔운 그 자리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것'은 식물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이자 사람들에게 가장 흔하게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식물들의 이와 같은 특성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동물들보다 불리해 보인다.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한자리에서 생존은 물론 종족번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영리하게 진화한 결과'라는 전문가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칫 그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식물의 생존전략
 
 <수상한 식물들> 책표지.
 <수상한 식물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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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상한 식물>(다른 펴냄)을 단 몇 장이라도 읽게 된다면 식물을 달리 볼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동물이나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고, 필요한 대로 분장하거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발하거나 교활한 속임수를 쓰거나, 목적한 만큼 이동하는 등 이제까지 알려진 것들보다 훨씬 적극적이며 치열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푸야네 의태'는 난초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모방행동입니다. 푸야네 의태란 식물이 특정 곤충의 암컷과 생김새나 냄새가 비슷한 꽃을 이용해 수컷을 유인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식물학자 모리스 알렉상드로 푸야네가 처음으로 발견했어요. 푸야네 의태를 하는 난초들은 거미나 벌 등 곤충의 암컷을 모방합니다. 그러면 수컷 곤충은 난초꽃을 암컷으로 착각하고 짝짓기를 하려고 하겠지요. 이것을 의사 교접, 즉 가짜 짝짓기라고 합니다.

물론, 의사 교접이 이루어지는 동안 수컷이 정말로 짝짓기에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난초와 짝짓기를 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컷은 온몸에 꽃가루를 뒤집어쓰게 됩니다. 의사교접을 마친 수컷이 다른 꽃으로 날아가 다시 짝짓기를 시도하면 몸에 묻어 있던 꽃가루가 그 꽃으로 옮겨가 수정이 이루어집니다.

난초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냄새와 촉감도 모방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난초는 곤충들이 서로를 유혹할 때 분비하는 향기를 똑같이 방출합니다. 그러면 짝을 찾아 헤매는 수컷 곤충들을 유혹하기가 훨씬 쉽겠지요.(84~85쪽)
 
책에 의하면 일부 식물들은 이처럼 모습은 물론 냄새나 촉감까지 모방하는 등 어찌나 정교하게 곤충 흉내를 내는지 이름이나 학명에 곤충 이름이 아예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지중해에 서식하는 '미소 짓는 호박벌 난초'와 '호주 혓바닥 난초'도 그들 중 하나.

이중 미소 짓는 호박벌난초는 꽃 모양이 암컷 호박벌과 굉장히 비슷해 이름은 물론 학명도 '호박벌'을 뜻하는 그리스어 '봄빌리오스(bombylios)'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리고 호주 혓바닥 난초는 호주에 많이 서식하는 맵시벌 암컷과 매우 비슷한 꽃을 피운다고 한다. 식물 스스로 수많은 곤충들 중 호박벌이나 맵시벌을 선택해 꽃가루받이에 이용하는 것이다.

바다말미잘버섯이나 부활고사리의 생존전략도 흥미롭다. 바다말미잘버섯은 죽은 사람의 차가운 손이 땅에 꽂혀 있는 것과 흡사한 모습으로 자라는데다가 고약한 냄새까지 풍겨 누구든 처음 보게 되면 시체 일부라고 생각할 정도란다. 그리고 부활버섯은 살아있는 생물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말라버린 모습으로 죽은 척하며 살다가 비가 오면 금세 초록색으로 변해 번식을 위한 곤충들을 불러들인다고 한다.

이들 식물들이 이처럼 기괴하며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가거나, 죽은 척 하는 이유는 어떻게든지 인간이나 큰 동물들에게 뜯어 먹히거나, 한꺼번에 많은 양이 뜯어 먹혀 쓸데없이 낭비되는 것을 막자는 것. 즉 꽃가루받이에 도움되는 일부 작은 곤충들만 불러 들이고자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아시나요?

이외에도 사람들처럼 히치하이킹을 하는 식물들, 고약한 냄새로 무장한 식물들, 불이 나야만 싹을 틔우거나, 열매를 맺거나, 스스로 불을 일으킬 정도로 불을 좋아하는 식물들, 엄청난 힘으로 스스로 폭발하는 식물 등 세계 곳곳 식물들의 생존전략들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식물 종류만큼 다양하고 독특하며 놀라운 생존전략들을 말이다.
 
버드나무 또한 화학신호를 이용해 포식자를 쫓아내는 식물입니다. 적이 나타나면 버드나무에서는 아스피린과 유사한 물질인 살리실산이 분비됩니다.

살리실산의 냄새는 곤충을 쫓아내는데 효과적입니다. 리마콩은 더 교활합니다. 딱정벌레가 잎을 먹기 시작하면 리마콩은 화학물질을 내뿜어 딱정벌레를 잡아먹는 거미 같은 곤충을 유인합니다. 먹이가 있다는 신호를 받은 포식자들이 리마콩 나무를 찾아오면 딱정벌레는 맛있는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딱정벌레는 잡아 먹히고 리마콩은 살아남는 것이죠.

토마토도 리마콩과 비슷한 전략을 씁니다. 애벌레가 아삭아삭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토마토는 화학물질을 뿜어내어 기생말벌을 유인합니다. 119에 도움을 청하는 셈이지요. 냄새를 맡고 찾아온 말벌은 애벌레 위에 알을 낳습니다. 그리고 알이 부화하면 새로 태어난 말벌의 애벌레가 자기 아래에 깔려 있던 애벌레를 잡아먹어 버립니다.

그런데 식물은 자기를 공격하는 게 무슨 곤충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은 곤충이 잎을 먹으면서 분비하는 소화액을 감지해 어떤 곤충인지 알아챈다고 합니다. (71쪽)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이렇듯 살아남고자 식물들이 펼치는 다양한 생존전략들을 유형이나 방법에 따라 분류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쩌면 움직일 수 없어 더욱 치열하고 교묘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생존전략들을 말이다.

그런데 식물 한가지의 생존전략을 비교적 짧게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워낙 많은 식물들을 다룬다. 게다가 이름조차 낯선 외국 식물들이 대부분이라서일까. 한번 읽는 것으로 소화가 쉽지 않다. 이 책의 단점 아닌 단점이랄까.  

마지막 8장에선 '식물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란 제목으로 식물이 인간과 동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 왔으며, 여전히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많은 식물들이 터전을 잃은 결과 인류가 현재 어떤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지, 그렇다면 식물을 제대로 보호하는 방법들은 어떤 것들인지를 세계 곳곳의 식물들이 처한 환경과 사례로 이야기한다.

소고기 500g을 생산하는데 휘발유 3.8리터가 소모된다고 한다. 소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휘발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착안,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고기 섭취를 하지 말자. 그리하여 고기 섭취로 인한 질병들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하자'는 취지의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에 참여하는 세계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책은 이처럼 우리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식물도 보호하고, 지구환경도 지킬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한다. 훨씬 설득력 있게 와 닿는 것은 물론이다. 세계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식물 보호를 할까. 힌트를 얻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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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