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7일, 밀라노 주세페 마차 경기장에서 열린 AC밀란과 치에보 베로나의 경기에서 AC밀란의 곤살로 이과인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18년 10월 7일, 밀라노 주세페 마차 경기장에서 열린 AC밀란과 치에보 베로나의 경기에서 AC밀란의 곤살로 이과인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이과인이 멀티골로 소속팀 AC밀란을 살렸다. 밀란은 지난 7일 오후 10시(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 시로에서 열린 2018-2019 세리아A 8라운드 키에보 베로나와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곤살로 이과인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전반 27분 페르난데스 수소의 크로스를 받아 선제 득점을 기록한 이과인은 7분 뒤 한 골을 더 추가하며 승기를 밀란 쪽으로 완전히 가져왔다. 동료의 패스를 받기 위한 이과인의 움직임과 단호한 결정력이 빛났다.

이번 시즌 유벤투스FC에서 밀란으로 적을 옮긴 이과인은 수년간 밀란의 선수였던 것처럼 팀에 녹아들고 있다. 이과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레알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유렵 경력을 시작한 이과인은 SSC 나폴리, 유벤투스로 이적해서도 묵직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어떤 팀에서도 잘했던 이과인이다. 이과인은 2008-2009 시즌 라리가에서 22골을 넣은 기억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매 시즌 리그 두 자리 수 득점에 성공했다. 기복이 없는 꾸준한 활약이다. 

이과인처럼 '어디서든' 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종종 자신이 입은 유니폼 색깔에 관계없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이들이 있다. 이과인 못지않게 소속했던 팀마다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공격수들을 재조명한다.

세리아 A 최고령 득점왕 '고공 폭격기' 루카 토니

2006년 독일 월드컵 챔피언 이탈리아의 핵심 멤버 루카 토니는 자신이 몸 담았던 대부분의 팀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브레시아 칼초와 2003년 당시 세리아B의 US 팔레르모에서 능력을 보여준 토니는 2005년 ACF 피오렌티나로 이적했다.

팔레르모에서 뛴 두 시즌 간(세리아B 30골, 세리아A 20골) 리그에서만 50골을 쏟아낸 토니의 능력을 피오렌티나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만 27세의 토니는 힘이 넘쳤고 강력했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은 필요없다는 듯이 토니는 피오렌티나 첫 시즌에 31골을 터뜨렸다. 2006년 토니는 자신의 첫 세리아A 득점왕과 유러피언 골든슈 공동 수상이라는 겹경사를 누렸다.

토니의 능력을 눈여겨 본 독일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은 2007년 토니를 데려왔다. 성공적인 이적이었다.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무대를 떠난 토니는 큰 어려움 없이 독일 무대를 정복했다. 2007-2008 시즌 리그에서만 24골을 넣은 토니는 이적 첫 시즌에 분데스리가 득점왕이 됐다. 해당 시즌에만 모든 대회를 통틀어 도합 39골을 넣은 토니는 부정할 수 없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였다.

이후 행보는 다소 아쉬웠지만 기본값은 언제나 해냈다. AS로마-제노아-유벤투스-알 나스르를 거친 토니는 꾸준히 득점 감각을 유지했다. 서서히 잊혀지던 토니는 2012년 피오렌티나로 넘어와 리그 8골을 성공시키며 부활의 날갯짓을 폈다.

2013년 헬라스 베로나로 이적한 토니는 대폭발했다. 만 36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활약이었다. 특유의 피지컬과 노련한 결정력으로 리그에서 20골을 넣으며 치로 임모빌레에 단 1골 부족한 리그 다득점 2위를 기록했다.

저력을 과시한 토니는 2014-2015 시즌에는 22골을 뽑아내며 기어코 득점왕에 등극했다. 유구한 세리아A 역사에서 토니가 최고령 득점왕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베로나에서 한 시즌을 더 치러낸 토니는 유벤투스와 홈 경기에서 득점을 끝으로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정리했다.

리그 우승의 '절대 반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스웨덴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굵직한 클럽들을 두루 거치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다. 자국 리그를 거쳐 네덜란드의 명문 AFC 아약스로 넘어가 경험을 축척한 즐라탄은 2004년 유벤투스로 이적하며 자신의 빅리그 정복기의 시작을 알린다.

네덜란드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친 즐라탄의 능력은 세리아A에서 만개했다. 당시 유벤투스에는 델 피에로-트레제게로 이어지는 강력한 투톱이 있었음에도 즐라탄은 주전 자리를 꿰찼다. 리그 35경기에 나서 16골을 터뜨린 즐라탄은 유벤투스의 2년 만의 세리아A 챔피언 탈환(승부조작 문제로 훗날 우승은 취소)에 힘을 보탰다.

유벤투스에서 이탈리아 무대의 스타일을 익힌 즐라탄은 2006년 인터 밀란(이하 인테르)으로 이적해 본격적으로 세리아A의 왕으로 등극한다. 2006-2007 시즌 15골을 넣으며 팀 내 최다 득점자 역할을 한 즐라탄 덕에 인테르는 18년 만에 진정한 '스쿠데토'를 차지했다(2005-2006 시즌 공식 챔피언은 인테르인데, 본래 챔피언이었던 유벤투스의 승부조작 문제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인테르에서 세 시즌 간 활약하며 2008-2009 시즌에는 세리아A 득점왕에 올라서기도 한 즐라탄은 2009년 FC 바르셀로나로 이적을 선택했다. 아쉽게도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불화로 바르셀로나 생활은 실패로 끝났지만 즐라탄 개인의 활약은 준수했다. 결정적 순간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바르셀로나의 리그 연패에 힘을 더했다.

한 시즌 만에 AC 밀란 이적을 통해 이탈리아로 돌아온 즐라탄은 강인한 몸싸움과 섬세한 발기술로 다시 한 번 세리아A를 흔들었다. 골은 리그에서 14골에 그쳤지만 도움을 11개나 기록하며 밀란의 공격 전반의 에이스 역할을 확실히 했다. 즐라탄의 영향력 아래 밀란은 7년 만에 리그 정상 고지를 밟았다.

밀란에게 리그 우승 반지를 선물한 즐라탄의 다음 행선지는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망이었다. 2012년 파리로 건너간 즐라탄은 단 네 시즌 만에 파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가 됐다. 이적 첫 해 리그에서 30골을 잡아낸 즐라탄은 파리의 19년 만의 리그1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즐라탄은 파리 클럽 역사상 최다 득점자로 4개의 리그 타이틀을 남기고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났다.

소속된 팀마다 첫 시즌에 리그 우승을 가져다 준 즐라탄의 '절대 반지'와 같은 능력은 맨유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즐라탄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 28골을 신고하며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즐라탄은 맨유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격수였지만, 2017년 4월 큰 부상을 당하면서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졌다. 결국 올해 초 미국 MLS의 LA 갤럭시로 이적한 즐라탄은 엄청난 골 폭풍으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정착했던 모든 팀에서 사랑 받은 '태양의 아들' 이근호

팬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클럽에 오랜 기간 몸을 담고 있는 선수를 지지한다. 때문에 잦은 이적으로 팀을 바꾸는 선수는 사랑받기 어렵다. 하지만 이근호는 달랐다. K리그를 대표하는 '축구 도사' 이근호는 가는 곳마다 해당 클럽 지지자들의 응원을 듬뿍 받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2군 소속으로 잠재력을 드러낸 이근호는 2007년 대구FC 소속으로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데뷔 시즌 8골을 넣은 이근호는 그 해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한국인 선수였다. 이듬해에도 11골을 넣은 이근호는 에닝요, 루이지뉴와 함께 대구의 '총알 축구'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2009년부터 J리그에서 활약한 이근호는 2012년 울산 현대를 통해 K리그로 컴백했다. 그리고 그는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라섰다. 여전히 폭발적인 스피드와 간결한 볼 터치, 완숙해진 경기 운영 능력으로 AFC 챔피언스리그를 휩쓸었다. 울산의 사상 첫 아시아 무대 정복에 앞장선 이근호는 2012년 아시아 축구 연맹이 선정한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2013년 병역 의무를 다하기 위해 상주 상무 소속이 된 이근호는 화려한 플레이로 K리그2를 가볍게 정복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주로 와 몸을 아끼며 플레이하는 일부 선수와 달리 헌신적인 이근호는 상주 시민의 사랑과 K리그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군 전역 후 카타르 리그의 엘 자이시 SC에서 잠깐 몸 담았던 이근호는 2015년 임대생 신분으로 전북 현대로 넘어왔다. 단숨에 측면 주전 공격수 자리를 차지한 이근호는 전북의 리그 2년 연속 우승을 도왔다. 이 우승은 이근호의 유일한 K리그 우승이다.

2016년 제주 유나이티드로 다시 한 번 팀을 바꾼 이근호는 마르셀로, 김호남, 안혐범 등과 함께 빠르고 시원한 플레이로 제주의 화끈한 공격 축구를 주도했다. 제주에서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한 그는 지난해에는 강원FC로 이적했다. 만 32세의 이근호는 나이가 무색한 강철 체력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 스플릿 라운드 전까지 리그 전 경기(33경기) 선발 출장이라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제주와 강원에서 무수한 환호를 받은 이근호는 이번 여름 울산으로 6년 만에 복귀를 신고했다. 활약상은 여전하다. 울산의 날쌘돌이들과 신나게 상대 측면을 허물고 있다. 과연 K리그 역사에 이렇게 다앙한 구단에서 활약함과 동시에 사랑 받는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근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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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인 루카 토니 즐라탄 이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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