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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20일 오전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을 떠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 평양시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른 아침 문재인 대통령 부부 환송하는 평양시민들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20일 오전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을 떠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 평양시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평양 순안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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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

1. 불편한 장면들

# 한반도 분할과 관련된 카이로 선언,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 한국전쟁과 정전협정 조인식 현장에 여성은 없다.

# 한반도 분단체제 하에서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와 희생자의 이름, 즉 한국군 '위안부,' 주한미군 기지촌 여성, 전쟁 '미망인' 등의 이름으로 남았다.

# 2000년 이후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환영 평양 인파는 대부분은 분홍 꽃술을 든 한복차림의 여성들이지만 남북협상단은 주로 정장 양복에 넥타이 차림의 남성들이다.
 
2. 잊혀진 장면들


# 1989년 13차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대한민국 청년 대표 임수경. '조국은 하나다'를 외치며, 북측 사람들로부터 '자유의 상징' '통일의 꽃'이라 불렸다. 그는 판문점을 직접 걸어 내려왔고, 현장에서 국가보안법으로 체포됐다. 이 장면은 생생하게 세계 언론에 전달됐다. 그런 임수경이 한반도 해빙무드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 1991년과 1992년, '위안부'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세미나를 위해 남북일본 여성들이 분단 이후 최초로 판문점을 넘나들었던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1998년 '정주영 소떼 방북사건'을 최초사건으로 기록).

3. 분단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이행에 여성의 역할은 절대적

유엔은 '안보' 개념에 기존의 '군사안보' 논리가 아닌 '인간안보' '공동안보' 개념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유엔안보리는 2000년 10월 31일에 평화과정의 모든 정책결정에서 여성의 참여와 대표성을 주축으로 하는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결의 1325호'를 채택한 바 있다.

이 결의안은 "평화는 남녀평등과 본래 연계되어"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무력분쟁이 강간, 성노예, 강제임신, 성폭력 등 여성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직시하여 "여성의 권력구조에의 동등한 접근과 완전한 참여 그리고 분쟁에서 예방과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에 여성의 완전한 개입이 평화와 안보의 유지와 촉진을 위해 필수적(SC/6816 2000)"인 점을 강조하였다.

이 땅의 여성들에게 '안보'란 밤길 안전, 성폭력·가정폭력·여성혐오살인, 성차별 등 각종 폭력으로부터의 안전, 과도한 국방예산의 복지비로의 전환, 빈곤의 여성화(feminization of poverty)로부터의 탈피를 뜻한다.

'더 이상 전쟁은 없다-4·27판문점선언,' '평화, 새로운 미래-9·19평양공동선언'에서 보듯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한반도 평화정책 로드맵을 비교적 꼼꼼하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분단시대의 종언과 평화시대로의 대전환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한창인 이 때, 평화협상과정에 여전히 여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단 중 여성계 대표의 비율이 어느정도 되는지만 따져봐도 문제점을 알 수 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선 24명 중 1명(4%),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에선 48명 중 3명(6%), 2018년 9.19 남북정상회담에선 51명 중 0명(0%)를 기록했다(김정수, "한반도 새로운 평화, 남북여성교류의 과제," 북한학 연구회 2018). 

또, 현재 소위 주요 '안보' 라인으로 불리우는 정부부처 즉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국정원, 국가안보실 등의 여성 장·차관은 외교부 1명 외에는 전무하며, 고위공무원단의 여성공무원 비율도 지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여전히 안보 관련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은 들러리나 홍일점 식으로 처리된다.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여성들이 겪었던 사회경제적 지위의 열악화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도 한반도평화협상단에 초기부터 여성과 남성 동수 배정, 여성주의적인 관점과 시각에서의 협상전략 수립과 실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는 것은 심히 불편하다. 

4. 성평등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제안 - 비무장지대에 여성평화생태농장 만들기 프로젝트

한자풀이로 평화란 "땅에서 나온 벼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평화공존의  한반도에서 우리 여성들은 동정과 시혜, 그리고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적 주체로서 자연친화적인 인격체로 우뚝 서길 원한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비무장지대에 여성평화생태농장을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GMO 없는 밥상, 먹거리 정의(food justice), 식량안보(food security) 및 식량주권(food sovereignty) 확보, 여성의 경제적 자립화와 주체화, 공동체성 회복, 지속가능한 모델 만들기 등이 목표이다. 
 
"여성 없이 평화 없다"(No Women, No Peace!)
(2018 서울 '5·24세계여성평화군축의날 여성평화걷기 구호)

덧붙이는 글 |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한반도 미래를 규정짓는 중차대한 시기, 협상과정에 여성의 목소리와 얼굴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습니다. 단순히 "안타깝다"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이 글을 쓴 안김정애씨는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입니다.


태그:#여성, #분단과 전쟁, #한반도 평화공존, #여성평화생태농장, #UNSCR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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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시각에서 한반도 분단체제의 문제점과 여성의 삶을 들여다 보고, 성평등한 한반도 평화공존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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