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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삼배일보 가로막는 경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규현 신부와 강해윤 교무, 조헌정 목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소성리 주민, 시민들이 사드 배치 철회와 전쟁반대, 남북 대화재개, 한반도 평화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삼보일배를 진행하자, 경찰들이 청와대 인근 집회에 대해 금지·제한됐다는 이유로 이들을 막아서고 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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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30년이 지났습니다. 이 법으로 직접 처벌을 받은 일은 없지만 이 법 때문에 30년째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집회는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지만, 한동안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과 문재인 정부 2년을 제외하면 이 법은 사실상 집회 및 시위 '규제' 법률 혹은 집회 및 시위 '방해' 법률로 운용되었습니다.

1985년부터 이른바 운동권이 되었으니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한 경력이 30년 훨씬 넘었고, 1989년 이후 집회 신고 경력도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지금이야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지만, 1980~90년대엔 경찰서에 드나드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고 꺼림칙하였지요. 경찰서에 속해 있는 OO인권위원으로 위촉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경찰서 출입을 처음 했던 것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입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해온 경력이 30년쯤 되고 보니 요즘은 직접 '집회 신고' 하러 경찰서를 가는 일은 자주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후배 실무자들은 집회는 물론이고 스무 명 남짓 모이는 캠페인 하나 할 때도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여 '집회 신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최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진행한 탈핵 캠페인 때도 바쁜 일정에 쫓기며 집회 48시간 전에 맞춰 허겁지겁 집회 신고하러 가는 후배를 보며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나 시위는 허가 사항이 아니고 신고 사항입니다. 집회 신고를 직접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집회 금지 장소가 아니고 같은 장소에서 다른 집회나 시위가 동시에 벌어지는 일만 없으면 별로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시행규칙으로 정해진 '옥외 집회 신고서'만 작성해 제출하면 그만입니다. 
 
 집회 신고는 간단한 서식만 작성해서 제출하면 아무나 할 수 있다. 너무 간단한 이 신고를 인터넷으로는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집회 신고는 간단한 서식만 작성해서 제출하면 아무나 할 수 있다. 너무 간단한 이 신고를 인터넷으로는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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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독 집회 신고는 경찰서에 직접 가야 하나

물론 늘 이렇게 간단하지는 않지요. 신고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온갖 꼬투리를 잡으며 신고 접수를 거절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질서 유지 인원이 부족하다", "집회 주최자가 과거 불법시위 전력이 있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신고를 까다롭게 하곤 하였습니다. 막상 집회가 열리는 날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하여 참가자를 위축시키고 집회를 방해하는 일도 많았지요.

또 서로 다른 단체가 같은 장소나 인근 장소에서 집회하겠다고 신고하는 일도 있고, 노동조합의 집회를 막기 위해 회사 측이 '유령집회' 신고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온라인 신고제도를 도입한다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도 않겠지만 현행 방문 신고제 역시 이런 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혼자 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래서 1990년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인 시위를 고안하여 집시법을 무력화시키는 쾌거(?)를 거두기도 하였고, 지금까지도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야간 집회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집회나 시위인 행사도 '문화제' 등으로 이름 붙여 문화행사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집시법은 고쳐야 할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것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옥외 집회 신고'는 방문 접수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은행거래와 주식거래를 비롯하여 웬만한 민원 업무는 모두 인터넷으로 가능한 대한민국에서 왜 유독 집회 신고는 경찰서에 직접 가야 할 수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망을 갖춘 나라인데 집회 신고는 인터넷으로 하면 왜 안 되는 걸까요?

경찰청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집회 신고자는 특별한 자격이나 직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최자나 주최자로부터 위임받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신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청 절차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옥외집회신고서', '주최자 등 명단', '시위행진 등 진행 방향 약도'만 제출하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2018년 대한민국에선 지금도 전국에서 수많은 활동가들이 '옥외집회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고 있습니다.

최근 8년간 연평균 집회 신고 13만 건
 
 경찰청 연도별 집회 신고 현황
 경찰청 연도별 집회 신고 현황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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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서 107만 3028건의 집회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집회신고가 가장 많았던 2010년에는 19만 5213건, 가장 적었던 2017년엔 6만 8915건이었고, 8년 동안 한 해 평균 13만 4128건의 집회 신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연평균 13만 명의 국민이 옥외 집회 신고를 하기 위해 13만 번 정도 관할 경찰서를 방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노총에서부터 어버이연합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집회 신고를 하는 활동가들의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접수창구를 지키는 경찰 행정력도 낭비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집회 신고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UN 전자정부평가 세계 1위를 3회 연속 차지하였습니다. 전자정부 3.0, 모바일 전자정부 3개년 계획 추진 등으로 웬만한 행정업무와 민원업무는 모두 인터넷과 모바일로 가능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집회신고'는 여전히 경찰서를 방문해야 합니다.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누구나 집회신고를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경찰이 앞장서서 집회 신고하는 국민들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경찰이 앞장서지 않으니 국민이 앞장서서 불편한 제도를 고쳐야겠습니다. 민주노총부터 어버이연합까지 경찰서 방문 집회신고 제도로 불편을 겪는 활동가들이 '좌우합작'을 해야 할 사안입니다.

[바로가기] 청와대 국민청원 '집회신고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꼭 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www1.president.go.kr/petitions/398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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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