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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권서울시협치자문관은 민선 7기 서울시의 협치는 합의제 행정기구 '민주주의서울위원회', '5%시민숙의예산제', '공무원협치 평가 강화'를 통해 ‘더 넓은, 더 깊은, 더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권서울시협치자문관은 민선 7기 서울시의 협치는 합의제 행정기구 "민주주의서울위원회", "5%시민숙의예산제", "공무원협치 평가 강화"를 통해 ‘더 넓은, 더 깊은, 더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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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가 대세다. 올해 6.4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은 너나없이 세부 사업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공언했고, 그것은 바로 '협치'였다. 시민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행정의 권한을 시민과 나누겠다는 것.

협치라는 단어가 낯설던 시절, 처음 협치를 시정기조로 내건 건 서울시였다. 2015년 11월, 서울시는 '협치서울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언론에 공개한다.

'서울시는 단기 사업성과보다는 시민과의 협치를 행정의 문화로 만들어내는 행정혁신을 위해 협치를 서울시 시정기조로 하며, 협치 예산 100억을 확보하여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는 행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되어가는 지금 서울시의 협치는 어디까지 왔을까. 먼저 길을 떠났던 서울시는 그 길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을까? 협치적 방식으로 행정의 변화를 만들어가려 준비 중인 다른 도시에 해줄 말이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들을 안고 서울시 협치적 행정 혁신을 이끌고 있는 김병권 서울시협치자문관을 지난 2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자문관되신지 얼마나 되셨나?
"2017년 12월에 시작했으니까, 10개월이 되었다. 처음 맡겠다고 생각하면서 각오했던 것보다 와보니 좀 어수선했다. '협치서울 의제사업(이하 '협치사업')'은 한해를 해본 터라 민관 양쪽에서 기대했다 실망이 컸고, 그래서 행정에서는 '이런 걸 왜 한 거냐'는 협치 피로감을, 민에서는 '다른 게 뭐냐'는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2017년 한 해 동안 '협치사업'을 운영하고 2차 년도에 들어가면서, 참여시민들은 행정이 갖는 제약조건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행정에서도 시민과 함께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함께 일하니 민원이 줄어드는 것 등을 보면서 협치피로감이나 회의 등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서울협치협의회가 민관공동 협의회이지만 자문기구 형식이라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협치 시스템이 좀 더 안정화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민선7기 시정에 이런 부분이 반영되도록 하는데 보탬이 되려고 노력했다."

- 민선7기라면 올해 6.4 지방선거로 시작된 박원순 시정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내가 자문관으로 왔을 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무언가를 바로 정비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 그래서 지방선거 후 새롭게 들어설 7기에서 '더 넓은, 더 깊은, 더 오래가는 변화'라는 새로운 시정기조에 협치의 내용이 더 충분히 수용되도록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9월 11일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마을이여는 시민주권시대라는 주제로 2018마을주간 이슈포럼이 열렸다. 여기서 '더 넓은, 더 깊은, 더오래가는 서울시 분권, 협치, 자치'라는 제목으로 김병권 자문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18년 9월 11일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마을이여는 시민주권시대라는 주제로 2018마을주간 이슈포럼이 열렸다. 여기서 "더 넓은, 더 깊은, 더오래가는 서울시 분권, 협치, 자치"라는 제목으로 김병권 자문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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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넓은, 더 깊은, 더 오래가는 변화'는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한대로, 협치협의회가 자문기구 형식이라 권한이 명확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의결권을 갖는 합의제 행정기구인 '서울민주주의 위원회'가 기획되었다고 생각한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 민주주의의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행정에서 보통 1인의 부서 수장이 결정권을 가진다면, 여기서는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논의하고, 여기서 이끌어낸 합의가 결정사항이 된다.

또, 이것을 실행하는 독립된 행정조직을 그 아래 두어 결정에 따른 독립된 집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협치, 민주주의에 대한 제도개혁과 사업의 결정권을 시민위원, 공무원, 시의회 의원이 함께 가지게 된다.

두 번째는 '5% 시민숙의예산제도' 도입이다. 서울시 일반 예산 22조 원의 5%에 해당하는 약 1조 1000억 규모의 예산 수립과 집행을 시민의 참여를 통해 정하는 제도다.

지난 5년 동안 시민참여예산을 진행했지만 그동안은 사업이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정도의 경험이었다면, '시민숙의예산제'는 사업의 발굴, 실행계획 수립의 과정에 시민이 참여해서 제안하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시민숙의예산제에 대상이 되는 사업은 사업의 특성상 시민의 아이디어와 참여가 사업도입과 결정에 중요한 시민생활 밀착형 사업, 그동안 시행한 시민참여예산 700억과 협치형 사업들이 포함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분야로 보면, 찾동마을계획, 서울형 주민자치회, 마을공동체활성화, 지역협치, 청년의 삶 개선, 주거재생, 공유‧ 사회적 경제 영역 등이 후보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현재도 사회적 경제 분야 예산 관련해서는 '서울 사회적경제협의체'가 있어서 예산 짤 때 협의체에서 낸 의견을  존중해준다. 청년예산도 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낸 의견을 존중해준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자문의 형식 이상을 넘지 못하는데 5%예산에 포함되는 사업, 분야는 시민이 예산을 제안하게 하거나 제안된 사업에 편성에 참여하거나 하는 등, 예산 결정의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권한으로 정확하게 규정해 놓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공무원평가제 개혁을 통한 협치를 잘하는 공무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보장하는 것이다."

- 협치자문관의 역할을 무엇으로 상정하고 있나?
"서울시 협치의 방향을 제시하고, 조언하는 역할이다. 민관이 잘 협업할 수 있도록 매개하고, 협력지점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본다."
 
서울시의 협치가 시정 메커니즘, 일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사업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에 어떻게 답하시겠냐는 질문에 김병권 서울시협치자문관은 "협치적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이 민관에 더 확산되도록 하면서, 제도적 변화를 만드는 두 가지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울시의 협치가 시정 메커니즘, 일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사업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에 어떻게 답하시겠냐는 질문에 김병권 서울시협치자문관은 "협치적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이 민관에 더 확산되도록 하면서, 제도적 변화를 만드는 두 가지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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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단기 사업성과보다는 시민과의 협치를 행정의 문화로 만들어내는 행정혁신을 위해 협치를 전면에 내걸고 '협치서울협의회'와 '협치서울추진단'을 구성해 활동해온 것으로 안다. 협치서울을 내건지 3년이 되어간다. 서울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특히 두드러지는 변화는 자치구에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자치구에서 협치를 추진하는 것이 크게 두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지역사회 혁신계획'이라고 하는 자치구단위의 민관 협치사업이 추진이 되었고, 두 번째는 시민협력플랫폼이라는 자치구의 협치파트너인 시민사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시민사회, 시민단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에 (서울시가) 공적 지원을 했다.

물론 서울시의 25개 구 중 모든 구에서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협치 체계와 사업은 3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업에 따라 각 자치구에서 협치관련 조례도 만들고 조직도 만들고 사업도 하고, 덕분에 시민사회와 과거보다 더 가까운 파트너십으로 일하는 경험을 쌓아왔다. 현재 지역사회혁신계획 사업에 참여하는 자치구는 15개자치구, 시민협력플랫폼은 10개 자치구에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 부분이 눈에 띄는 변화다. 
 
2018년 2월 1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2018 '시정협치형' 시민참여예산 운영설명회가 열렸다. 2017년 사업제안과 참여예산심사, 시민투표를 거쳐 선정된 15개 사업의 시민제안자와 각 부서의 행정책임자가 모여서 사업수행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시정협치형 사업은 민관의 동등한 협치적 사업 시행과정을 가장 중요시한다. 각 사업별로 꾸려지는  '민관협의체'는 민관책임자, 사업수행자, 협치지원관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사업의 수행과 평가의 전 과정을 결정하고 시행한다. 또한가지 특징은 민관협의체를 지원하는 '협치지원반'의 운영이다. 

'협치지원반'은 협치지원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관 소통을 지원하고, 사업의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 개선방안을 도출한다. 

올해 시행되고있는 시정협치형 사업은 
[청년 비정규직 통합치유 프로그램],  [아름다운 구두 네트워크 운영], [GMO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서울시민과 함께 한성백제 역사 찾기], [환경학습도시 구축을 위한 환경교육 협치], [자원순환 특성화 마을 만들기] 등 총 15개 사업, 총 4,252백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진행되고있다.
 2018년 2월 1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2018 "시정협치형" 시민참여예산 운영설명회가 열렸다. 2017년 사업제안과 참여예산심사, 시민투표를 거쳐 선정된 15개 사업의 시민제안자와 각 부서의 행정책임자가 모여서 사업수행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시정협치형 사업은 민관의 동등한 협치적 사업 시행과정을 가장 중요시한다. 각 사업별로 꾸려지는 "민관협의체"는 민관책임자, 사업수행자, 협치지원관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사업의 수행과 평가의 전 과정을 결정하고 시행한다. 또한가지 특징은 민관협의체를 지원하는 "협치지원반"의 운영이다. "협치지원반"은 협치지원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관 소통을 지원하고, 사업의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 개선방안을 도출한다. 올해 시행되고있는 시정협치형 사업은 [청년 비정규직 통합치유 프로그램], [아름다운 구두 네트워크 운영], [GMO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 [서울시민과 함께 한성백제 역사 찾기], [환경학습도시 구축을 위한 환경교육 협치], [자원순환 특성화 마을 만들기] 등 총 15개 사업, 총 4,252백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진행되고있다.
ⓒ 서울특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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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안에서도 '시정협치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협치사업을 했다. 기존의 참여예산과는 조금 다른 수준에서 (시행되었다). 기존의 참여예산이 시민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모아서 시정에 반영하는 것이었다면, '시정협치사업'은 숙의와 공론 과정이라고 하는 좀 더 발전되고 심도 있는 시민참여 프로세스를 통해서 조금 더 규모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가 민선 7기 오면서 '5% 시민숙의 예산제'를 내년부터 추진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중인데, '지역사회 혁신 계획'과 함께 '시정협치사업' 경험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번째는 협치의 중요한 제도인 '위원회 제도의 혁신'이다.

민선 5,6기에 박원순 시장이 시민참여의 방법의 하나로 위원회를 많이 확대했다. 서울시에 법정, 비법정 위원회 합하면 약 300여 개의 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는 행정에서 사업계획을 기획, 결정하거나, 실행할 때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조언을 듣고,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틀로, 상당히 중요한 제도이다. 그런데 여기에 참여하는 위원으로 일반시민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았었고, 중복되는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해서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서울협치협의회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기능이 있다. 바로 '진단과 권고'라는 것인데, 담당 분과를 만들어서 협치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법을 모색해서 시장에게 권고하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2017년 연구해서 제안한 주제가 바로 '위원회 제도의 혁신'이었다."

- 위원회제도 혁신의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위원회 위원이 될 수 있는 참여 자격을 전문가 중심에서 일반시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위원회에 제출되는 안건도, 행정이 제한안 내용에 위원들이 의견을 보테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가 공론화, 정책 토론회 등을 개최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이를 통해 정책의제 발굴하도록 하려한다. 이런 위원회를 '혁신형 위원회'라고 부르는데 총 4개의 위원회가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올해 활동을 결과를 모니터링해서 내년에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 서울시 3년의 변화에서 지역협치사업, 시정협치 사업을 말씀하셨다. 그런데 서울시의 협치가 시정 메커니즘, 일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사업이 되어버렸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답하시겠나?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웃음) 모든 시정에 협치 원리가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고 외치는 것만으로 그것이 가능하지는 않다.

실제 협치적 원리가 구현되는 집중적 틀을 만들고 집중적으로 실행해 보도록 함으로써 그 속에서 민관에 경험이 쌓이고,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보완해야할 지점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협치사업이라는 별도의 틀을 만든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협치사업이라는 별도의 틀을 만들기 전에도 협치적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분야들이 있었다. 거기서 나타난 협치를 가로막는 문제들도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협치협의회의 '진단과 권고' 분과를 통해 제도적 개혁방안을 연구하고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협치적 사회문제 해결의 경험이 민관에 더 확산되도록 하면서, 제도적 변화를 만드는 두 가지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 민간위탁제도 변화를 위한 토론회가 2차례 있었던 걸로 아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 변화의 방향이 정해졌나.
"서울시에 민과 행정이 파트너십을 형성해서 일하는 전형적 모델이 '민간위탁제도'이다.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사업 중 시민단체나 법인 등이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그 사무를 위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위탁받은 민간이 행정과 수평적 관계에서 위탁사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올해 '진단과 권고' 분과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위탁제도 혁신'인데, 현재 분과에서 논의하고 토론회도 열어서 의견을 듣고 권고안 작성하는 단계에 와 있다.

권고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민간위탁제도 틀 안에서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다룬 것이다. 선정방식의 개선, 정산방식의 개선, 위탁‧수탁자 간 사전 성과협약에 근거한 사업계획 수립 및 변경으로 동등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 등이다. 

두 번째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기 위한 '혁신적 사업'들을 맡은 위탁기관의 특성에 맞는 '혁신형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새로운 유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의 책상 앞에서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짓는 김병권 자문관
 사무실의 책상 앞에서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짓는 김병권 자문관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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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형 중간조직은 무엇인가?
"자문관으로 오기 전 서울혁신파크라는 중간지원조직에서 센터장으로 일했다. 여기서 절감한 것은, 현재의 민간위탁조직 제도로는 혁신사업을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었다.

왜냐면, 혁신사업이라는 것은 그 사업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고, 방향은 있지만 일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만원단위 예산도 변경이 쉽지 않고, 사람도 그 일에 적합한 사람으로 기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규정에 맞추다보면 쉽지 않았다.

혁신형 위탁제의 핵심적 내용은 예산사용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왜냐면 혁신형 사업이라고 하는 게, 정해진 틀에 딱 짜인 사업이 대체로 아니라서, 기존의 위탁처럼 미리 세세하게 미리 짜놓을 수가 없다. 변동사항들도 많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야 할 미지의 영역들도 많다. 이를 순발력 있게 처리하기 위한 장치로 포괄예산, 실용사업을 위한 특별예산 등을 두도록 하려 한다."

- 혁신형 위탁제가 현재 법적 틀 안에서 가능한 것인가?
"민간 위탁이나 지방재정 관련한 현행 관련법들이 더 진전된 개선을 명시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데, 일부 행정에서 보수적으로 해석하면서 어려웠던 대목이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시행하도록 하려한다. 물론 법적 문제들도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도록 제안하려 한다."

- 위탁제 문제는 제도적 문제도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보고서류 요청한다거나, 한 번에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몇 번씩 비슷한 일 반복하게 한다거나, 지도감독 이유로 갑질(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듯한..)을 하는 공무원의 태도의 문제로 인간적 모독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들이 더 문제라는 지적들이 많다. 현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협치는 개나 주라'며 분노를 쏟아내는 분들도 만났다. 이런 문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이런 일이 생기면 신고를 해서 해당공무원에게 패널티를 준다던가하는.
"패널티를 주기보다는 열심히 하고, 잘 하는 공무원들이 정당하게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먼저여야 할 것 같다. 협치 효능감이 높아진다면 시행과정에서 비록 어려움과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협치를 하려 하지 않을까?. 패널티가 들어오면 오히려 반발심이 생길거라서..(웃음) 또 행정 공무원들에게 협치 인식을 높이도록 하는 교육 또한 지속적으로 해나가도록 하려한다."

- 7기 협치 시정기조에서 공무원평가 관련 협치 잘하는 공무원이 평가도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 평가제도 혁신을 하겠다는 계획 중요한 대목이었는데, 평가제 개혁의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
"현재 공무원에 대한 평가는 '균형성과관리시스템(BSC)'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대외협력성과를 측정하는 항목이 있는데 이게 전체 점수의 30% 차지하고, '협업성과, 협치성과, 혁신성과'를 보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여기서 '협치성과' 부분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서울시 사업 중 '협치사업' 평가는 민관협력 담당관이라는 과에서 평가를 해서 평가담당관에 전달하고 있는데, 협치사업에 대해서 시민까지 포함한 '협치역량평가단'을 구성해서 평가지표 등을 선정해 평가의 과정에도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진행된 평가 결과를 담당부서로 보내면, 각 공무원 성과평가의 근거 자료로 사용되도록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협치사업'에 참여하고, 잘한 공무원들은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공무원들이 '협치사업'에 참가할 동기 부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민간위탁이나 위원회제도는 일반 시민들에게 낯선 단어들일 수 있겠다. 일반시민들 입장에서 피부와 와 닿는 협치는 어떻게 실행되고 있나?
 
2018년 6월 29일 오후4시, 번3동 벌리어린이공원에서 번3동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총회가 열렸다. '마을총회'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계획단'이 마을조사화 논의를 통해 도출한 동네 의제를 설명하고, 주민들이 찬성의제에 투표하는 주민의 행사.

제안 된 7가지 마을의제 중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 마을의제는 1위 길가에 나롸 게신 어르신들에게 쉼터를 만들어 드려요(383표), 2위 우이천 뚝방길을 아름다운 꽃길로(236표), 3위 어린이 놀이터를 아이들이 찾는 놀이터로(놀이터 프로그램 운영/ 232표)였다.

주민투표의 방식은 투표판에 주민들이 원하는 3개의 의제에 찬성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과 온라인 투표, 복지관 사전투표, 투표지를 이용한 사전투표의 방법이다.
 2018년 6월 29일 오후4시, 번3동 벌리어린이공원에서 번3동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총회가 열렸다. "마을총회"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계획단"이 마을조사화 논의를 통해 도출한 동네 의제를 설명하고, 주민들이 찬성의제에 투표하는 주민의 행사. 제안 된 7가지 마을의제 중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된 마을의제는 1위 길가에 나롸 게신 어르신들에게 쉼터를 만들어 드려요(383표), 2위 우이천 뚝방길을 아름다운 꽃길로(236표), 3위 어린이 놀이터를 아이들이 찾는 놀이터로(놀이터 프로그램 운영/ 232표)였다. 주민투표의 방식은 투표판에 주민들이 원하는 3개의 의제에 찬성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과 온라인 투표, 복지관 사전투표, 투표지를 이용한 사전투표의 방법이다.
ⓒ 강북시민협력플랫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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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협치란 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함에 있어, 시민과 함께 결정하고 실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보장하기 위해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제안하고 싶은 정책이 있으면 언제든 제안하고, 토론하고, 담당 공무원이 답변하도록 하기위해 온라인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문재인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반영되어 운영되고 있고, 타 지자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시민들에게 협치가 체감되려면, 서울시의 협치 행정의 패러다임이 자치구, 행정 동과 동네까지 내려가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한 인터뷰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서울시의 사업이 뭐냐는 질문에 '안 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이하 '찾동사업')이라고' 답했다.

'찾동사업'은 시민이 찾아와야만 지원했던 복지를 찾아가는 복지로 행정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또,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는 주민들이 동네에 필요한 변화에 대해 모여 토론하고 제안하여 '마을 계획'으로 담고, 이를 마을총회해서 결정하여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이런 사례들이 더 많은 동에 더 많은 주민참여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기자는 춘천에 살면서 춘천시의 행복한시민의정부위원회의 직접민주주의 위원회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춘천시가 민관 협치를 넘어 직접민주주의 도시로 나아가려는 노력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직접민주주의 위원회 위원들이 정보공개, 당사자들의 참여로 만드는 정책수립 프로세스, 동 단위 주민자치 확대, 주민참여예산 혁신 등의 내용들을 제시하자, 담당공무원들이 서울시의 사례를 가장 먼저 찾아보고 모델로 삼고 있었다. 시민참여, 민관협력을 제도화 하려는 타 지자체에 서울시의 활동이 모델이 되고 있는데, 먼저 길을 걸어간 입장에서 타지자체에 도움되는 말씀 한마디 부탁한다.

"종종 협치 교육에서 강의를 할 기회가 생기는데, 강의에서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있다.

협치적 방식으로 행정이 일하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면, 그게 너무나 당위적인 가치라서 공무원들이 대놓고 거부할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협치적 방식으로 일하는 것은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해야 하는 부가적인 업무라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협치적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안하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도리어 문제와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사업의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서 미세먼지도 줄이고, 지구 온난화도 늦출 수 있고, 흩어지는 태양열을 사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지구를 구하는 얼마나 좋은 사업인가?

그런데 현재 태양광 발전 사업은 전국에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버렸다. 산을 밀어버리고 거기에 태양열발전 시설을 설치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대하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마구잡이로 행정이 사업자들과 시설을 설치를 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협의해서 동의한 곳에 설치했다면, 그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했다면 반대가 왜 생겼겠나.

행정은 사업을 함께 하는데 있어 그것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사전에, 또 진행과정에서 결과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 이익과 손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함께 감수하고 함께 나눠 가지는 것에 대해 합의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이제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협치가 시대의유행이나 대세이기 때문이 아니라, 협치로 안하면 시민갈등과 사후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위험요인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정치적 수사로 흉내내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행정행위의 필수요소로써 봐야 한다. 절박성을 가지고 해야만 한다."

시종일관 담담히 조곤조곤 말하던 김 자문관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고 말의 속도도 빨라졌다. 협치의 절박성에 대해서 말할 때는 표정도 간절해졌다.

행정현장에서 시민과 미리 논의하고 합의 했으면 쉽게 해결할 일을, 그것을 생략하면서 나타나는 갈등과 사회적 신뢰의 훼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서울시청 2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는 김병권 협치자문관의 모습
 서울시청 2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는 김병권 협치자문관의 모습
ⓒ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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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자문관을 만난 건 이번 인터뷰가 처음은 아니었다. 주로 어떤 행사, 회의에서 만났는데,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긴 말을 할 만 한 상황에서도 그러는 법이 없었고, 나이 어린사람들에게도 존대를 했으며, 평소의 표정이 약간은 수줍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발표나 강의를 할 때는 쩌렁쩌렁 속 시원하고 명확하게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 글이 될 만큼 정제된 언어로 이야기했다. 내 주변에서 그와 함께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믿었고, 좋아했다.

이번 인터뷰에 대한 내 기대는 '솔직함'이었다.

보통 공적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실제보다 성과를 과대포장하고, 솔직한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는데, 김 자문관은 왠지 내 기대보다 솔직해서 내가 어떻게 그 이야기를 풀어써야할지 고민될 만큼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했다.

역시나, 김 자문관의 솔직하고, 명쾌한 대답들은 있는 조미료를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재료의 맛을 살린 음식을 먹었을 때처럼 속이 편안했다. 그런데 참 당황스러웠다. "왜, 인터뷰를 했는데 힐링이 되는 거지?" 하고.

다음회의를 위해 이동하는 김 자문관과 함께 시청에서 덕수궁 건너편 대로를 지나, 청계천을 따라 이어선 건물 숲을 걸으며 마지막 질문을 했다.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서 민간 연구소 소장, 중간지원조직 대표(서울혁신파크 센터장), 협치자문관까지 보통사람들의 삶과 좀 다른 길을 걸어오셨다. 자신의 설 자리를 결정하는 삶의 원칙이 있나?
"돌아보면 내가 어떤 걸 하고 싶다는 것보다, 그 시절마다 세상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그 일을 했던 것 같다. 어쩜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을 수도 있겠고...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고, 이 때문에 수배생활도 했다. 수배생활 중에 보통사람들의 삶의 자리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IT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취직을 했고 엔지니어로 10년을 살았다. 마흔이 되었을 때 그동안 배운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회를 바꾸는 전략을 만들어내야 겠다는 생각에 민간연구소(새로운사회를 여는 연구원)를 만들었다. 그리고 혁신, 협치까지 그렇게 여기에 와 있다."

얘기치 못한 인생사에 마음이 찡했다. 소주한잔 해야 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지만, 시간은 4시, 청계천 앞은 너무 환했다.
 
▲ 협치서울 본격화 3년의 변화에대해 말하고 있는 김병권 서울시협치자문관
ⓒ 설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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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병권, #서울시, #협치, #시민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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