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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내 휴대폰 수거과정
 학교내 휴대폰 수거과정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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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 끝에 교내 휴대폰 수거에 대해 "학생의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각 교육청에 "휴대폰 사용 금지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규율을 만들어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645명의 교사 중 96.9%가 휴대폰 자유화를 반대했다. 인권 단체와 각계 교육청에서 휴대폰 자유화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난색을 표한 것이다. 학생과 교사들의 뜻이 충돌하면서 교내 휴대폰 수거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한편 강릉고등학교는 오랜 기간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왔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고, 수업 시간에도 필요한 경우 일부 사용이 가능했다. 물론 과다한 사용의 경우는 선생님들의 자율적 제재에 맡겼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급변했다. 교내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휴대폰을 수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재 (10월 15일자 기준) 기준으로는 사실상 내년부터 휴대폰 수거 시행이 기정사실화됐다. 그렇다면 휴대폰 수거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 다른 학교와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휴대폰 수거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학교생활을 방해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학생의 본분인 학습과 사회생활에 모두 지장을 주며, 원활한 공동체의 운영을 위해 휴대폰 수거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교내 휴대폰 사용 전면 금지'가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올해부터는 6세부터 15세까지의 학생들에게 전면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중이다. 프랑스 뿐 만이 아니다. 이미 일본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휴대폰 사용 금지를 권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산하에 있는 국제 암 연구소 역시도 휴대폰 사용 시 나오는 무선 주파수 전자기장을 발암 가능성 물질로 정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생각하는 휴대폰 수거의 근거는 무엇이 있을까. 강릉고등학교 학보부에서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120개의 답변을 받은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 분위기 저해와 각종 미디어 범죄를 이야기했다. 특히 무려 55명이 말한 수업 질서 문제는 학생들도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는 게임 중독 방지, 학생 관리, 대화 증진 등 다양한 답변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휴대폰 수거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실용성'과 '인권'을 근거로 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에서 볼 수 있듯, 강압적인 휴대폰 사용 금지는 학생의 자주적인 성장을 막고 자유권을 빼앗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용성 역시도 반대 측의 주요 근거 중 하나다. 메신저를 통한 공지사항 전달은 오프라인을 통한 공지보다 더욱 효과적이었으며, 휴대폰은 학생들 간의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도왔다.

강릉고등학교는 넓은 교정을 갖고 있어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에 휴대폰이 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2학년 어아무개 학생은 "갑작스러운 공지사항을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어 편하다"라며 "행사와 수행평가 일정 등도 재공지를 통해 잊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편리함이 강릉고의 꽃이자 최고의 장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휴대폰의 역할을 학생들 사이에 생각보다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편 우리는 한 선생님을 찾아뵀다. 선생님께서는 전에 계셨던 학교를 예시로 들며 휴대폰 수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셨다. 다음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휴대폰 사용에 대한 단상이다.

"휴대폰 사용에 대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학생들이 스스로 절제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늘 우리의 생각만큼 잘되지는 않습니다. 휴대폰 사용에 대해 학생들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 스스로 사용규칙을 정하고 동의하면 좋겠지만 여론이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근무한 고등학교는 모두 휴대폰을 수거하였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다소 있었지만 장점이 더 많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수업시간에 간혹 10분정도 쉬는 시간을 주면 학생들은 책을 읽거나 잠을 자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리 학교 학생은 거의 대부분 휴대폰을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쉬는 시간에도···.

결코 학생들이 원하기 때문에 아무런 책임 없이 주어지는 자유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유를 얻기 우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라야 할까요? 우리는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이 자유에 따른 책임을 행할 수 있게, 그 책임을 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리하여 책임 있는 행동에 따라 갖게 되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한편 지난달 17~18일, 학보부에서는 더욱 정확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놀랍게도 총 208명의 응답자 중 91.3%에 해당하는 190명이 '휴대폰 수거 반대'를 주장했다. 4.3%의 9명은 찬성했고, 다른 9명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부가 반발심에 의한 응답을 했다고 가정할 지라도, 91.3%는 엄청난 숫자다.

교내 휴대폰 수거를 했던 경험에 대한 질문에서도 놀라운 결과를 찾았다. 무려 95.7%의 인원이 중학교와 초등학교 시절 휴대폰 수거를 했었지만, 그 중 91.1%는 수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8명 중 단 16명만이 휴대폰 수거가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외의 응답자들은 현재 학교의 휴대폰 정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휴대폰 수거를 찬성하는 측의 근거를 잘 알고 있을까? 결과는 '아니다'였다. 191명의 응답자 중 35.1%만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고 40.8%는 '조금은 안다', 24.1%는 '모른다'고 답했다. 반면 휴대폰 수거를 반대하는 측의 근거는 두 배 가까이 잘 알고 있었다. 191명 중 69.1%에 해당하는 132명이 근거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17.8%는 '조금은 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13.1%는 근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학생들의 대부분은 휴대폰 수거를 반대하고 있지만, 찬성할 이유에 대해 공감하지 못 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수거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상황에 대해 우발적인 반대도 일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여론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만약 휴대폰 수거를 결정할 지라도, 직접적으로 규칙에 영향을 받는 학생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왜 수거가 필요한지, 그리고 수거를 했을 때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강릉고등학교 학보부입니다. 교내와 사회에 펼쳐진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기 위해 발로 뛰고 있습니다.


태그:#강릉고등학교, #학보, #학교내 휴대폰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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