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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및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월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뇌물수수 및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월 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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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질이 나빠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정계선 부장판사


'다스'와 관련된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5일 다스의 실소유자를 이 전 대통령으로 지칭하며 이 같이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20년, 150억 원, 추징금 11억 원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이날 판결로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에 이어 실형이 선고된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선고공판의 생중계 결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417호)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16개 혐의 중 7개를 유죄로 판결했다. 특히 다스와 관련된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다스 횡령액 349억 원 중 비자금 및 법인카드 사용 금액 245억 원을 횡령으로 봤다. 다만 선거캠프 허위 급여 및 개인 승용차 사용 등 나머지 부분은 횡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다스의 법인세 포탈을 두고는 영업 외 수익 누락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적시한 특경법상 뇌물죄와 관련해선 공소를 기각했다(조세범처벌법위반죄만 성립 가능).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고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채 열린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정계선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 판결문 읽는 정계선 판사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고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채 열린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자금 횡령 관련 1심 선고공판에서 정계선 형사합의27부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TV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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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삼성이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67억 원 중 59억 원도 뇌물로 인정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면과 금산분리 완화 입법 때문에 대가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대통령실 공무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것이 법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어긋나진 않았다면서 직권남용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다스와 관련해 유죄 판결(횡령 245억 원, 뇌물 59억 원)이 가능했던 것은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명확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은 ▲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측근이 이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지목했고 ▲ 다스 설립 자금에 충당하려고 매각한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었으며 ▲ 다스 임직원이 MB에게 경영 현황을 보고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측근들의 진술이 플리바게닝(수사에 협조할 경우 처벌을 줄여주는 것)의 결과라 신뢰할 수 없고 ▲ 도곡동 땅도 자신의 것이 아니며 ▲ 경영현황을 보고받은 것도 단순 컨설팅이라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전 대통령=다스 실소유주'임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다스는 누구 것"이란 질문이 입길에 오르내린 지 약 2년 만에,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한나라당(새누리당, 자유한국당 전신) 대통령 경선 이후 약 11년 만에, 그리고 다스의 전신 대부기공(주)이 설립된 지 약 31년 만에 다스의 주인이 밝혀졌다. 

"다스 설립 과정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관여한 점, 다스 유상증자 자금원인 도곡동 토지 매각대금이 피고인 소유인 점, 피고인 내지 (아들) 이시형이 다스의 주요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시형에 대한 다스 지분 등 이전 작업이 이뤄진 점, 피고인이 (큰형) 이상은 등의 명의의 다스 지분에 대한 처분·수익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점, 장기간 상당한 액수의 다스 자금이 피고인을 위하여 사용된 점 등에 비추어 다스의 실소유자는 피고인으로 판단됨."

국정원 특활비 '국고손실', 이팔성·김소남 정치자금 '뇌물수수'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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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넘어온 특수활동비 7억 원 중 4억 원을 국고 손실로 판단하기도 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10만 달러 역시 당시 원 전 원장의 입지가 불안정했던 점과 돈이 공적 용도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도 뇌물로 봤다. 먼저 이 전 대통령에게 인사청탁한 내용이 상세히 들어 있는 '이팔성 비망록'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검찰이 제시한 대가 36억 원 중 19억 원을 뇌물로 판정했다. 이어 김소남 전 의원이 준 4억 원도 18대 국회의원 선거 한나라당 비례대표 7번의 대가로 보고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ABC상사 회장, 지광스님이 준 10억 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또 3400건이 넘는 대통령기록물을 자신이 소유한 영포빌딩에 유출·은닉한 혐의도 '공소장 일본주의(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일체 첨부·제출하면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각종 보고서 내용은 범죄사실의 구성요건과 무관하다"며 "이러한 기재는 유죄의 예단이 생기게 해 법관으로 하여금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정계선 부장판사 "국가원수가 공직 신뢰 뿌리째 뽑아"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맨 왼쪽)와 재판부가 입장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맨 왼쪽)와 재판부가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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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죄질이 나쁘다"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 판사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및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들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라며 "그러나 이 사건의 재판 결과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분식회계 등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동원했을 뿐 아니라 이미 피고인이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죄질이 나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 수많은 의혹 속에서도 자신을 신뢰해준 국민들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피고인은 국회의원 공천이나 금융 관련 기관장 임명 청탁을 받고 16억 원가량을,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 청탁을 받고 4억 원가량을 수수했다"라며 "또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여 자신이 실소유하는 다스의 미국소송 비용 등으로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이건희 회장은 2009년 12월 31일 단독 사면됐다"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는 대통령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 사회 전체의 인사와 직무집행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뽑는 행위다"라며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들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겨줬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관련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 대부분이 상당히 오래 전에 발생했다는 점에 기대어 이를 모두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일했던 친인척과 측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다스 관련 상당한 물증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에서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대단히 실망스럽다"라며 "이 전 대통령과 상의 후 다음 주 월요일 쯤 (항소 여부 등)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측은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죄 부분 등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태그:#이명박, #MB, #다스, #유죄, #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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