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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가에서 총여학생회(총여)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오는 10월 10일에는 성균관대 총여 폐지 찬반 투표가 진행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여전히 총여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보내주세요.[편집자말]
 
동국대 총여학생회 윤원정 회장(왼쪽), 강현주 부회장.
 동국대 총여학생회 윤원정 회장(왼쪽), 강현주 부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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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여학생회 수난시대다. 현재 서울 주요 대학에서 총여학생회(이하 총여)는 대부분 폐지됐거나 입후보자가 없어 고사 상태다. 그나마 10년 만에 입후보자가 나온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오는 10일 총여 존폐를 두고 학생투표를 진행한다.

이렇듯 대학 사회에서 총여가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총여 깃발이 나부끼는 곳이 있다. 동국대학교다. 하지만 동국대학교 총여도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2016년에는 입후보자가 없어 개점휴업 상태였다. 다행히 그 다음 해부터 활동이 재개됐다.

2017년 총여 집행부를 거쳐 2018년 총여 '무빙' 회장을 맡고 있는 윤원정(영어영문학과, 16학번)씨와 부회장 강현주(국어국문·문예창작학과, 15학번)씨를 지난 4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만나 '총여의 위기'에 대해 물었다.

2015년 전에는 무관심, 그 후에는 반발
 
동국대 총여학생회 윤원정 회장
 동국대 총여학생회 윤원정 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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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입후보자가 없다. 어쩌면 내년에는 동국대에 총여가 없을 수도 있다."

총여 2년차이자 현 총여 회장인 윤원정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상 서울 내 유일한 총여라는 동국대마저도 위태위태한 상황인 것이다. 총여는 어쩌다 후보자도 배출하지 못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을까.

총여 부회장 강현주씨는 2015년을 기점으로 총여가 마주한 현실이 달라졌다고 한다. 일명 '페미니즘 리부트(열풍)'가 있었던 2015년 전에는 무관심과 싸워야 했다면, 그 후에는 '백래시(반격)'에 맞서야 했다는 것이다. 윤원정씨도 "총학생회가 궐위상태인 학교가 많을 정도로 학생회와 학생운동 자체가 많이 쇠퇴했다"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성주의와 학생운동이 결합된 총여도 존재감이 없어졌다"라고 했다. 하지만 2015년 페미니즘 열풍,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주의에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만큼 역풍도 거셌다. 윤씨는 이 역풍과 최근 제기되는 총여 존폐 논란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최근 총여 논란은 학내 문제로만 국한해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차별이 있냐', '개인적인 문제 아니냐', '여자가 소수자냐'라며 총여의 존재이유를 묻는 말은 페미니즘 백래시와 닮아있다."

'총여가 필요하냐'는 익명글 쇄도

동대총여도 반격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와 대학커뮤니티 어플로 사용되는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공간에는 '총여가 왜 필요하냐', '총학생회 산하로 바꾸자', '회비는 남녀 다 내는데 남학생들은 왜 투표권이 없냐', '여성만을 위한 조직은 역차별이다' 등의 글이 자주 올라오곤 한다.

윤씨는 이와 같은 반격이 총여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고 했다.

"학내 여성 혐오와 성차별이 없었다면 총여는 존재하지 않았을 기구다. 피해 당사자들에게 자치권을 줌으로써 그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도록 한 기구가 총여다."

윤씨는 "총여는 독립기구여서 의결권,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라며 "학내 주요 결정을 하는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할 수 있는데 총학 산하로 들어가게 되면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윤씨는 이어 "총여가 여성만을 위한 기구라는 것은 오해다"라며 "학내 성차별을 철폐하는 활동을 하며 이는 학생 전체를 위해 필요하다"라고 했다.

"총여 소멸이 궁극적 목표... 아직은 아냐"

동대 총여는 집행부 7명이 일하고 있다. 학교축제 때 술자리에서 남녀를 떠나 장애인,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자치규약을 만들어 각 단과대 학생회에 배포했다.

혼잡한 축제를 틈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야간 순찰도 했다. 순찰시 지켜야 할 수칙이나 태도를 적은 매뉴얼을 만들어 각 단과대에 전하기도 했다. 또 교내에 '몰래카메라(불법촬영)'가 있는지 점검하고 페미니즘과 인권·소수자를 아우르는 강연을 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역설적이지만 '총여 소멸'이다. 윤씨는 "학내 성차별이 근절되고 차별이 없어질 때, 더 이상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구성원 모두가 경계하는 환경이 됐을 때 총여가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학내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총여'가 되면 총여라는 조직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했다. 강씨는 "단과대 학생회만 해도 '너 게이같다', '화장 좀 하고 다녀라'라는 무례한 말이 농담처럼 오간다"라고 했다. 그는 "신입생 환영회나 새내기 배움터에 가면 대표적인 군기문화인 FM(큰 목소리로 하는 자기소개)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귀엽고 섹시하게 할 것도 요구한다"라며 "총여에서 2년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라고 했다.

"언젠가는 총여가 제 역할을 다 하고 소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그 때가 아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단과대 안에도 여학생회가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때까지만이라도 총여에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을 멈춰줬으면 좋겠다."

태그:#동국대 총여, #위기의 총여, #총여 존폐, #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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