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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문화, 댓글공작, 노조혐오 포스코 노사관계 혁신 촉구 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댓글공작, 노조혐오" 포스코 노사관계 혁신 촉구 "군사문화, 댓글공작, 노조혐오 포스코 노사관계 혁신 촉구 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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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이래 사실상 첫 노동조합을 세운 포스코 노동자들이 4일 회사의 강압적 문화와 부당노동행위 실태 등을 폭로하고 나섰다. 노조 설립 회견 당시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던 이들은 이날 자신들의 얼굴을 공개했다. 이어 회사의 노조 음해와 비방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금속노동조합 산하의 포스코지회는 서울 중구의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군대식 문화 실상을 폭로하고, 노조 혐오 및 와해 시도를 규탄했다.

이날 회견은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의 여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양 부위원장은 "90년대 초반 노조 와해 과정에서 있었던 포스코의 군홧발로 (노동자를) 짓밟는 포악적인 방식의 부당노동행위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한 조합원 4명은 신상 노출을 우려해 마스크를 착용했던 첫 번째 기자회견과 달리 얼굴을 드러냈다(관련 기사 : 가면 쓴 포스코 노동자들 "삼성도 한다, 우리도 노조하자"). 1968년 창립 이래 무조노 경영을 이어온 포스코를 바꿔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나타낸 것. 이들은 노조 집행부로 지난달 17일부터 공개적으로 선전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철신 포스코지회 사무장은 회사의 억압적이고 강압적인 군대식 문화를 나타내는 한 사건을 전했다. 현재 광양제철소의 A상무가 부장으로 근무하던 때, 직원들 앞에서 곰 인형을 가리키며 '너희는 이 곰만도 못한 놈들이야'라고 말을 했다는 것. 이 사무장은 이 사례가 포스코의 군대식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입사 28년차인 정영균 포스코지회 정책부장도 "입사했던 1990년이나 지금이나 군대문화는 변함이 없다"면서 회사의 군대식 문화가 오랜 기간 동안 자행돼 오고 있다고 밝혔다.

반성회, 니어미스... 군대식 문화로 결국 서로 감시해 
 
'군사문화, 댓글공작, 노조혐오 포스코 노사관계 혁신 촉구 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댓글공작, 노조혐오" 포스코 노사관계 혁신 촉구 "군사문화, 댓글공작, 노조혐오 포스코 노사관계 혁신 촉구 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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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례가 '반성회'다. 명칭 그대로 반성을 하는 이 모임은 조업 중 생산이 중단될 경우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자리를 말한다. 반성회 분위기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노조 쪽 주장이다. 개인이 아닌 설비상의 장애로 인한 생산 중단일지라도 무조건 노동자 1인을 책임자로 색출한다는 것.

포스코지회 설립을 돕고 있는 이상섭 금속노조 포항지회 사무국장은 "노동자가 설비 장애에 책임이 있든 없든 반성회 분위기가 인민재판처럼 한 사람의 책임으로 몰고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정적으로 반성회는 회사의 지위 통제권 내에 있으면서도 업무 외의 시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추가 수당을 못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강제적인 댓글 작성 분위기도 있다. 사내 게시판의 아이디어 방에 매월 1회 임원과 노동자들이 설비 개선 및 원가 절감 등과 관련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게시해야 한다. 그런데 게시판에 임원급 직원이 글을 올릴 경우, 해당 부서 직원들에게 게시글 알림 공지가 메일로 발송되며 의무적으로 댓글을 달아야 한다는 것. 만약, 댓글을 작성하지 않을 경우, 명단이 작성돼 해당부서 직책 보임자에게 전달된다.

이 같은 회사의 군대식 조직 문화 사례는 지난 1일 있었던 금속노조와 노조 조합원의 집담회를 통해 파악됐다. 상호감시체계를 통해 직원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증언도 속속들이 들어왔다. '니어미스(아차사고)' 제도로 직원들끼리 서로를 감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니어미스 게시글 개수가 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때문에 강제성을 띄다보니 없는 사례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쪽의 주장이다.

이 사무국장은 "직원끼리 지적을 하다 보니 서로를 불신하게 된다"면서 "2008년에 광양에서 노조 설립하려고 했던 분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하고 정신병원 입원한 경우도 있다"라고 했다. 또, 신 정책부장은 "회사가 직원 간의 반목을 조장한 것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고 덧붙였다.

김승훈 총무는 "조업 대부분이 한 조에 3명~5명으로 이뤄진 팀워크 작업인데, 서로를 불신하게 되면 크로스 체크해야 하는 부분에서 신뢰가 깨져 조업 및 안전 문제로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군대식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지만, 불만이 있어도 이를 말할 수 있는 발언대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장기 근속자와 단기 근속자 간 소통이 어려워 군대식 문화가 지속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노조 쪽은 회사가 그간 군대식 문화를 중심으로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와해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사내 게시판에 금속노조 및 노조를 비방하거나 음해하는 댓글과 글을 작성한 직원들이 인사 및 노무 담당자였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에는 회사의 노조 와해 시도 의혹이 일었던 사건도 있었다. 인사 및 노무 관련 책임자들이 추석 기간에 긴급 회의를 갖고, 신규 노조 설립과 관련해 대응책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노사신뢰 증진과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방안을 위한 일상적인 업무 및 회의였다"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회사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고, 회사 쪽은 무단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조합원 5명을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노조는 이를 노조탄압 시도로 보고, 회사 쪽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 정책부장은 "회사는 지속적으로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고 조합을 개설하려는 직원들의 노력을 회사를 망치는 식으로 매도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공포가 학습됐다"면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포항 인재창조원에서 있었던 노조와해 관련 회의는 포스코의 적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다"라고 비판했다.

양 부위원장은 "포스코는 정경유착, 군사문화, 과거에 대한 반성도 없이 노조 와해를 위한 거짓 공작 및 어용노조 설립 등을 여전히 시도 중"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사관계 혁신을 위해 회사와 끊임없이 대화할 것이며 강압을 뚫고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노동자와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태그:#포스코,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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