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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인 기흥 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중대 재해 사건이 발생한 바 있는데요. 10월 1일, 더불어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삼성전자 측이 제출한 사상자 3명의 '출동 및 처치 기록지'를 공개하며, '최초 사망자 사망 시각 조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사실 삼성에서 산업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늑장 대응 및 부실 대응, 사고 은폐 의혹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피해자 3명 모두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로 매우 위독했으나 삼성 측은 사고 발생 2시간 뒤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소방당국에 신고했고, 공장 내 다른 직원들에게 대피 방송도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자체 소방시설 및 소방대원으로 대응했다고 주장했으나 9월 12일 삼성의 첫 신고 당시 녹취가 공개되고 13일엔 사고 당시 CCTV가 공개되자 소방법, 화학물질관리법, 산업안전법 등 관련 법규를 모두 위반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삼성이 사고 발생 30여분이 지나서야 자체 구급차로 사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미신고로 인해 2시간여 후에야 사고 사실을 파악한 환경부 및 소방재난본부가 전화를 했을 때도 "상황이 종료됐다. 올 필요 없다"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유수의 기업체에서 비슷한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고 비슷한 의혹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문은 이상하리만치 침묵하고 있습니다. 과연 신문이 삼성전자 협력업체 사망사고를 대수롭게 보거나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애써 외면하며 이슈가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노동자가 죽었지만 신문은 또 침묵했다

사고 발생일인 9월 4일부터 '사망 시각 조작 논란' 직후인 10월 2일까지, 한 달여의 기간 동안 6개 신문사의 보도량(지면 보도에 한함)은 총 14건에 불과합니다. 조선‧중앙‧서울은 9월 4일 사고 발생을 전하는 보도 1건만 보도만 보도했을 뿐 그 이후 보도가 일절 없습니다. 동아일보는 사고발생 소식 이외에 5일 삼성전자의 공식 사과를 받아쓴 보도 1건이 추가되었을 뿐입니다. 사고 발생 이후 한 달 간 이어진 은폐‧축소 의혹에 철저히 침묵한 겁니다. 10월 1일 불거진 '사망 시각 조작 논란'에 대해서는 6개 신문사가 모두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9월 4일 ‘삼성 산업재해 사망 사건’ 이후 발생한 이슈별 6개 신문사 보도량(9/4~10/2) ⓒ민주언론시민연합
 ? 9월 4일 ‘삼성 산업재해 사망 사건’ 이후 발생한 이슈별 6개 신문사 보도량(9/4~10/2)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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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보도를 했지만, 충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겨레는 사고 발생 당일 2건의 보도를 비롯해 9월 12일 삼성의 신고 당시 녹취, 13일 사고 당시 CCTV를 1건씩 보도하며 부실 대응을 짚었습니다. 9월 17일에는 칼럼을 게재해 모니터 기간 중 총 5건을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도 4건으로 보도량은 비슷했으나 12일 삼성의 신고 녹취 관련 보도가 없었습니다. 한겨레‧경향도 10월 1일 '사망 시각 조작 의혹'을 지면에서 누락한 점, 반복되는 삼성의 산재 은폐 의혹을 논평한 의견기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에서 여타 신문과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의 늑장 신고 논란, 한겨레만 보도

지금까지 알려진 삼성의 사고 은폐‧축소 의혹은 △ 9월 12일 삼성의 신고 녹취로 밝혀진 '늑장 대응 및 미신고' △ 9월 13일 CCTV 공개로 드러난 '부실 대응' △ 10월 1일 삼성 측 '출동 및 처치 기록지'로 나타난 '사망 시각 조작 논란' 이렇게 3가지입니다.

각각 논란이 나올 때마다 모두 지면으로 보도해준 신문사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조중동과 서울신문은 이중 단 한 가지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한겨레가 9월 12일, 13일 1건씩 보도를 내고 경향신문이 13일 1건 보도했을 뿐입니다. 그나마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짚은 의혹들을 살펴보겠습니다.

9월 12일 한겨레는 <삼성전자 발뺌에 재난본부 '2시간 뺑뺑이'>(9/12 횽용덕 김기성 기자 http://bitly.kr/Mrxk)에서 삼성 측과 소방재난본부 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4일 오후 4시 14분 경기도 재난본부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쪽에 사고 여부를 문의하자 삼성전자 쪽이 '상황이 종료되었다. (소방서) 필요 없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겠다'고 말했"고 "결국 경기도 재난본부가 추가로 인명 피해 등 사고 상황을 확인한 것은 이로부터 24분이 더 지난 4시 38분"이었다고 합니다. 또 "경기도 재난본부가 사상자 이송 병원을 묻자 삼성전자는 '알려주겠다'고 말하고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경기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법상 즉시 신고를 하게 돼 있으나, (삼성전자는) 우리의 확인 요청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만약 대형 사고가 났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주변 노동자들이나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도 "이런 삼성의 태도에 따라 경기도 재난본부는 3시간 가까이 사고 내용도 확인하지 못하고 헤맸"다고 비판했습니다.

소방기본법 제19조 1항에는 "화재 현장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의 상황을 소방본부, 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 조항 때문에 사고 당일 늑장 신고로 소방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는 '(중대재해인)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 문제없다고 반박해왔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12일 보도에 따르면, 삼성 측은 사망자 발생 이후에도 신고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처럼 삼성 측이 안하무인 식 태도를 보여주고 신고 의무를 회피했다는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지만 조선․중앙․동아․경향․서울은 12일 당일은 물론, 그 이후에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부실 대응' 드러난 CCTV, 한겨레‧경향만 보도

9월 13일에는 더불어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기흥공장 사고 현장의 CCTV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2시 1분쯤 아무런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 2명이 도착하고 2시 11분 경 산소통을 착용한 자체 소방대원 5명이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들것이나 심장제세동기 등 구조 장비는 챙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2시 24분 사고현장인 지하 1층에서 올라온 엘리베이터에서 부상자를 질질 끌어냈습니다. 이때 동승한 소방대원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화학물질이 노출된 상황이었지만 기본적인 의료장비도 없었고 현장 통제도 없었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쳐버렸습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자 곧장 소방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장비도 없이 소방대원을 투입한 삼성의 부실대응에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이를 보도한 것은 한겨레 <CCTV에 드러난 삼성 기흥공장 사고…"안전복도 들것도 없었다">(9/13 https://bit.ly/2NgNFEm), 경향신문 <삼성 가스 누출 CCTV보니…"20분간 구조 우왕좌왕">(9/13 https://bit.ly/2IvRvsp)뿐입니다.

'사망 시각 조작 발표 의혹', 6개 신문사 모두 '침묵'

10월 1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삼성 측이 밝힌 사망자 A씨의 사망 시각은 3시 43분이지만, '출동 및 처지 기록지'에 따르면 구급차가 이송을 게시한 2시 32분에 A씨를 '사망'으로 표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언압전보건법 상 사업주는 1인 이상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즉시 관할 기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출동 및 처치 기록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망을 인지한 시각인 14시 32분이 아닌 15시 43분에 신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삼성 뉴스룸은 해명 자료를 내고 "김 의원이 공개한 기록지는 최초 사망자인 이 모 씨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현재 입원 치료 중인 주 모 씨의 것인데, 사고 당시 응급구조사가 '심정지' 상태를 '사망'으로 기재한 것", "사망의 공식 판단은 담당 의사가 결정하며, 첫 사망자인 이 씨의 가족들이 의사로부터 사망을 통보받은 15시 40분께 회사도 사망을 인지하고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추후 진실이 밝혀져야 할 의혹인데요. 2013년 1월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 2014년 영통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에 이어 이번에도 늑장 대응 및 은폐‧축소 의혹이 불거진 삼성에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이어진 10월 1일에도, 그 다음날인 2일에도 6개 신문사는 침묵했습니다.

연이은 삼성의 '산업 재해 축소‧은폐 의혹'…비판 칼럼은 한겨레 뿐

삼성전자는 2013년 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 2014년 영통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때도 '늑장 신고' 등 비슷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지난달 12일 출범한 '삼성반도체 이산화탄소 누출 노동자 사망 사고 대책 위원회'(경기환경운동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20여개 단체)는 "삼성의 안전관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확인된 만큼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전자의 연이은 늑장신고․부실대응 논란과 안이한 안전 대책에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각계각층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모니터 대상 6개 언론에서 이를 비판한 사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겨레가 1건의 칼럼을 내놨을 뿐입니다. 한겨레는 17일 <왜냐면/삼성전자 무책임한 산재 대응은 직업병인가>(9/17 안종주 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초빙교수 http://bitly.kr/946f )에서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백혈병 직업병 대참사를 비롯해 이번의 이산화탄소 누출 중대재해 사고 등 잇따른 재해와 그 무책임한 대응을 이 기업이 지닌 고질병적인 문화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정부 위에서 정부를 갖고 논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삼성은 기업 권력 이상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역대 어느 정권도 삼성이 저지른 죄에 걸맞은 처벌을 하지 못했다. 입법부와 사법부도 마찬가지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의 이 칼럼 1건 외에는 6개 신문사에서 아무런 사설이나 칼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타가 글로벌기업으로 칭송하는 삼성에서 거의 매년 노동자가 희생되고 있으나 비판 한 줄 나오고 있지 않는 겁니다. 가히 '삼성 공화국'의 면모를 재차 확인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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