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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시끄럽습니다. 그 시끄러움이 국회라는 공간을 넘어 세간까지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한 중진급 의원이 정부의 잘못을 들추겠다며 폭로를 더해가고 있는 그 과정이나 내용이 정말 남의 잘못을 탓할 만큼 떳떳한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우리말에 '뭐 뭍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그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 정말 떳떳하기만 한 것인지, 폭로를 하는 이유가 정말 상대방에게 보탬이 되길 원해서 하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조언이나 충고라고 해서 아무 때,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때가 있고, 방법이 있고 갖추어야 할 전제가 있습니다.
 
남의 죄를 들추고자 할 때는 다섯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로 그 죄가 거짓이 아니고 사실이어야 하고,
둘째로 그 때가 적절해야 하며,
셋째로 법도를 어기지 않고 상대에게 보탬이 되어야 하고,
넷째로 거칠거나 험하지 않고 부드러워야 하며,
다섯째로 미워서가 아니라 애정 어린 마음에서 들추어야 한다. <잡아함경> - <경전의 힘>, 115쪽
 
한 권으로 읽는 경전 <경전의 힘>
 
<경전의 힘> / 편역 정운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9월 30일 / 값 16,000원
 <경전의 힘> / 편역 정운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9월 30일 / 값 16,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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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의 힘>(펴낸이 오세룡, 펴낸곳 담앤북스)은 붓다의 숨결이 살아있는 아함부 경전부터 깨달음의 경지를 이룬 선사들이 남긴 '선사어록'에서 뽑고 간추려 정제한 글들로 단박에 읽을지라도 느낌표처럼 다가올 경구 모음집입니다.

불교 경전은 어렵고 지루할 만큼 길다고만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런 경전도 없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전의 힘>으로 간추려 낸 경구들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속담이나 격언처럼 짧습니다.

서너 줄 정도의 글에 처세, 처신, 계발, 발전 등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대개의 모든 것을 다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 지혜로 이어지는 키워드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옥가락지는 집채만 한 돌에서 옥돌을 골라내고, 골라낸 옥돌을 다시 자르고, 잘라 낸 옥돌을 다시고 또 다듬어야만 만들어집니다. 몸에 좋은 보약 또한 처음엔 한 솥 가득한 물이었지만 쉼 없이 끓이고 한참을 달여야 얻을 수 있는 결과입니다. 한 권으로 읽는 경전이 그렇습니다. 모두를 쌓아놓으면 태산만큼이나 많은 경전에서 오늘 여기서 읽으면 좋을 내용들만은 간추려서 엮었습니다.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들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든다. <화엄경> - <경전의 힘>, 304쪽
 
그렇습니다. 같은 자료라도 소에 견줄 수 있는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면 우유처럼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자료라도 그 자료를 확보한 이의 심성이 뱀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사악하다면 거기서 토해져 나오는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다치고 병들게 하는 독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선사들이 남긴 말들이 제 아무리 좋을지라도 경전이나 법당에만 머문다면 그거야말로 그림 속의 떡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듯 읽기 쉽고, 저절로 이해되게끔 만들어져 널리 읽힌다면 모두를 이롭게 하는 '자기계발서'가 되고, 모두를 지혜롭게 하는 '지혜의 글',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행복서'가 될 것입니다.

<경전의 힘>에서 읽는 경구는 복잡다단하기만 한 작금을 심플하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가리키는 이정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묻는 물음을 갈무리해 줄 지혜의 답글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경전의 힘> / 편역 정운 / 펴낸곳 담앤북스 / 2018년 9월 30일 / 값 16,000원


경전의 힘 - 지금의 나에게 답을 주는 고전 중의 고전 l 한 권으로 읽는 경전

정운 엮음, 담앤북스(2018)


태그:#경전의 힘, #정운,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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