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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앞둔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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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들의 강남 사랑

서울에 부동산 광풍이 휘몰아치던 2018년 9월 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 실장이 TBS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들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라고 하고는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거다"라는 말을 덧붙여서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때마침 자유한국당은 2017년 8.2대책 이후 장하성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정부 내 고위공직자들의 주택 가격이 수 억 원씩 오른 사례를 제시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맹비난했다. 

10월 2일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그 관할기관에 근무하는 고위공직자 639명의 주택 보유 현황을 분석하여 공개했는데, 강남 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의 비율이 국세청 80%, 공정거래위원회 75%, 금융위원회 69%, 기획재정부 54%, 한국은행 50%, 국토교통부 34%로 드러나서 충격을 던져주었다. 

부동산 정책과 경제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에 적지 않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8년 3월 29일 <뉴스타파>가 정부, 국회, 대법원, 선관위, 헌법재판소의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분석하여 발표했는데, 전체 공개 대상 2249명 중 30%가 넘는 778명이 다주택자이고, 특히 부동산 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의 경우 고위공직자 45%가 다주택자였다. 

이런 상태에서는 부동산 정책이 정책 담당자의 사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기가 쉽고, 설사 공직자들이 양심적으로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에는 그 결과를 정책 담당자들의 사익과 연결시켜 해석하는 이야기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의 성패는 시장에 미치는 신호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해석이 퍼질 때는 정책의 신호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비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이정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비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이정미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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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0월 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급 공직자의 35%가 다주택자입니다. 여기 계신 국회의원 119명이 다주택자이며, 74명은 강남 3구에 집이 있습니다. 국민의 3.4%만이 강남에 살지만 국회의원의 24.6%가 강남에 집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하며 국회와 정부 성원이 자발적 1주택자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대로 지적을 하기는 했지만, 이토록 중대한 문제를 그토록 나이브하게 해결하자고 주장했다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부동산 정책이 정책 담당자의 사익에 영향을 받고 또 정책이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소유 때문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희화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고위공직자와 부동산의 연결고리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당사자의 선의와 인사권자의 인사 능력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4천억원 증가했고 이는 지난해 7월(4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로써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1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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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부동산 소유상한제가 필요하다

여기서 필자는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부동산 소유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어떤 내용의 제도인지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양 제도의 적용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국회 인사 청문 대상자, 지방자치단체의 정무직 공무원과, 그 배우자 및 자녀로 한다. 단 배우자와 자녀가 자기 힘으로 취득했음을 입증하는 부동산은 제외한다. 제도 시행 후 대상자의 범위를 공직자윤리법이 정하는 재산공개 대상자와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 점진적으로 확대한다. 

양 제도의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는 대상 부동산을 취임 후 90일 이전에 자진해서 매각하거나, 취임 후 30일 이전에 지정된 수탁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하며, 계속 보유하고자 할 경우 보유 부동산 중 일정 가액 이상에 대해 부과되는 초과소유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대상자는 임명을 받거나 선출된 후 취임 이전에 보유 부동산 처리 계획(자진 매각, 백지신탁, 계속 보유)을 공표해야 한다. 

보유 부동산 중 실수요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부분은 자진 매각과 백지신탁의 대상이 된다. 실수요 부동산은 대상자가 거주 목적이나 영업 목적으로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과 선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고위공직자 소유 부동산의 실수요 여부를 판단하고 수탁기관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인사혁신처 산하에 부동산백지신탁 관리위원회를 설치한다. 수탁기관은 대상 부동산의 관리·운용·처분 및 매각금액의 운용 등을 담당한다. 수탁기관은 수탁 후 6개월 이내에 최고가 매각의 원칙에 따라 대상 부동산을 매각한다. 매각금액과 매각 때까지의 수익(임대료 등)을 합한 금액이 신탁 시점의 시가 상당액에 그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초과할 경우 차액을 국고로 귀속시킨다. 

대상자의 퇴임 시까지 대상 부동산이 매각되지 않거나 매각 추진 과정에서 대상자가 사임할 경우, 현물로 반환한다. 단, 신탁 해지 시점의 시가 상당액과 신탁 기간 중 수익(임대료 등)을 합한 금액이 신탁 시점의 시가 상당액에 그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초과할 경우 차액을 환수하여 국고로 귀속시킨다. 고위공직자 재임 기간 및 퇴임 후 3년 동안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부동산의 신규 취득을 금지한다.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고위공직자로서 자진 매각과 백지신탁을 선택하지 않는 자에게 부과하는 초과소유부담금은 일정 기준(예컨대 서울 지역 아파트의 상위 33%에 해당하는 가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부과한다. 소유 부동산 가액은 대상자가 전국에 소유하는 모든 부동산을 인별 합산하여 구한다. 부담금의 비율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고, 부담금 부과 기간은 고위 공직 재임 기간 및 퇴임 후 1년으로 한다. 

제도 도입의 의의와 가능성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와 부동산 소유상한제를 제안하는 것은 그들에게 부동산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기회를 주되, 자진 매각, 백지신탁, 계속 보유라는 선택지를 부여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데 특징이 있다. 다만, 백지신탁의 경우 정상 이자를 초과하는 이익은 국고에 귀속시키며 소유상한제의 경우 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하는데, 이는 고위공직 재직 기간과 퇴임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상의 아이디어는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의 제안을 일부 수정하고 확장한 것으로 아직 면밀한 검토, 특히 법률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활발한 토론이 이어져서 제도의 완성도와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다만 우리 사회가 이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소유 실태를 드러내서 비난하고 그들에게 도덕적 결단을 촉구하는 데 머물 단계는 지났음을 보여주는 데는 이 아이디어들이 제법 효과를 발휘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과연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법률로 도입될 수 있을까? 그 법률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것이 바로 그들이니 말이다. 이를 생각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뒀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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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헨리 조지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