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영화 <암수살인> 포스터 ⓒ (주)쇼박스

  
사회에 정말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 특히나 하나의 직업을 10년 이상 경험한 사람들이 가진 그들만의 노하우는 짧은 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개개인이 경험하고 배우면서 축적된 직업에 대한 노하우는 어떤 삶의 지향점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 지향점에 맞춰 일을 배우고, 자기 자신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그 지향점에 다가가기 위해 밤낮으로 일에 매달리기도 한다.

특히 형사라는 직업은 경험이 중요한 직업이다. 형사가 하는 일에 대한 많은 것을 우리는 대중매체에서 접한다. 뉴스에서 사건 브리핑을 할 때, 영화나 드라마에서 형사 역할을 하는 배우의 모습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우리는 형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본다. 특히 살인 사건과 같은 대형 범죄의 경우엔 다양한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간접 경험하기도 한다. 이미 많은 형사 추리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형사가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직업으로서 형사의 직감과 경험 그리고 증거와 증인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정의가 실현된다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영화 <암수살인> 장면

영화 <암수살인> 장면 ⓒ (주)쇼박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암수살인>

영화 <암수살인>은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에 등장하는 김형민(김윤석)은 마약 전담반에 근무하다가, 여자 친구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의 추가 범행 자백을 받게 되고 이를 수사하기 위해 형사과로 전근을 하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형사가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범인의 증언으로 시작된 수사는 강태오가 죽였다는 7건의 살인 사건을 한 걸음 한 걸음 찾아가게 만든다. 그 추적 과정을 직업적 관점에서 과장 없이 보여준다. 그렇게 말 그대로 암수살인 건들을 수사하게 되는데, 암수살인은 범인은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사건을 의미한다.

김형민이 강태오의 자백을 받고 그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지게 된 그의 감, 즉 느낌 때문이다. 그 느낌을 믿고 꽤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는 강태오의 사건들을 쫒아간다. 영화는 초반 강태오의 자백 이후 형사 김형민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 인물인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김형민 형사는 일단 가장 먼저 본인이 속한 부서를 바꾼다. 해당 사건은 본인이 근무하던 마약 전담반의 업무를 벗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으므로 형사과로 옮겨 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업무적 환경을 먼저 만든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자백을 확보해 증거를 찾는다. 상황이 좀 더 어려워졌을 때, 업무범위를 좁히게 되는데 증거 확보가 용이하고 증인 가능성이 높으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건을 골라낸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영화 <암수살인> 장면

영화 <암수살인> 장면 ⓒ (주)쇼박스

  
형사라는 직업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

그렇게 사건을 추적하는 동안, 김형민은 여러 번 감옥에 있는 강태오를 찾아가 여러 가지 반응이나 증언을 받게 되는데, 거칠게 나오거나 비아냥대는 강태오를 앞에 두고 김형민은 한 번도 소리치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철저히 직업적 관점에서 그를 바라보며 그의 게임에 놀아나지 않으면서 유리한 무엇인가를 찾아내려 애쓴다. 특히나 과거의 한 사건으로 취조를 다시 하게 되었을 때, 자백한 적 없다고 하는 강태오 앞에서 형사 김형민은 놀라는 표정을 지을지언정 당황하지 않는다. 그 상황을 인내하고 다음 수가 무엇인지 차분히 다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가 훌륭한 부분은 바로 그런 형사의 직업적 관점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형사가 실종자 할머니를 만났을 때 느끼는 슬픈 감정과 강태오가 말을 바꿀 때 전달되는 답답한 감정이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된다. 형사 김형민이 동료 형사 조 형사(진선규)와 함께 과거 사건의 증인이나 증거를 찾아가는 과정은 굉장히 사실적이다. 어떤 지역에서 강태오가 범행을 했을 거라는 확신을 얻은 후 특정 시술을 받은 모든 환자의 이름을 실종자 데이터베이스에 넣어 밤새도록 찾아보는 장면은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장면을 보는 관객에게 이런 추적이 단지 형사 한 사람의 추적이 아니라 범인을 잡고자 하는 모든 형사가 현재 하고 있는 일임을 말해주고 있다.
 
 영화 <암수살인> 장면

영화 <암수살인> 장면 ⓒ (주)쇼박스

  
김윤석과 주지훈의 압도적 연기, 거기서 전달되는 직업의 전문성 

영화의 많은 장면은 감옥의 접견실에서 형사 김형민과 강태오가 만나는 장면이다. 동일한 공간에서 시간만 바꾸어 벌어지는 이 둘의 대화는 그들을 연기한 김윤석과 주지훈의 연기로 인해 긴장감 높은 신으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주지훈이 연기한 강태오의 연기는 매우 뛰어나다. 관객조차 종잡을 수 없는 쪽으로 튀는 그의 연기는 굉장히 드라마틱하다. 반면 김형민을 연기한 김윤석은 주지훈의 리액션을 잘 받아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는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나 김윤석이 법정에서 마지막 발언을 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이 그 배우의 눈빛을 오롯이 보게 만든다.

좋은 연기를 통해 형사라는 직업이 하는 일에 대해 디테일하게 전달하지만 영화적 긴장감을 놓치지는 않는다. 영화의 중간중간 결정적인 단서들을 던져주고 과거 플래시 백을 통해 강태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시선을 영화 끝까지 잡아둔다. 어떤 장면에서는 형사 김형민이 알지 못하는 정보들을 사전에 미리 던져주면서 관객과 주인공 간의 정보를 다르게 전달해 긴장감을 더 높이기도 한다. 그래서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화 자체도 꽤나 극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더욱 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사건의 담당 형사가 어떤 식으로 사건을 추적해 왔는지, 그리고 다른 형사들은 어떤 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는 영화 마지막의 문구는 아직까지 우리가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믿을 수 있게 만들고,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암수살인 실화 김윤석 주지훈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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