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지난달 30일 신곡 쇼케이스 및 팬사인회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 소년공화국

지난달 30일 신곡 쇼케이스 및 팬사인회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 소년공화국 ⓒ 유니버설뮤직

 
지난달 30일 한 남자아이돌 그룹이 신곡 발표 쇼케이스 겸 팬 사인회를 끝으로 5년여의 가요계 활동을 마감했다. 지난 2013년 데뷔했던 소년공화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처음 등장할 당시만해도 독특한 이름, 화려한 무대 의상 +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차세대 유망주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데뷔 직후 2년간 각종 싱글, 미니 음반 등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지만 생각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2016년 발표한 EP < BR:evolution >은 결과적으로 국내에서의 마지막 음반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엔 멤버 전원이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에 참가하는 등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모두 최종 11인에 뽑히지 못했고 이후로도 별다른 활동이 없던 상황에서 지난달 12일 결국 소속사는 "무기한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또 다른 보이 그룹 크나큰(2016년 데뷔)도 지난달 10일 소속사 경영난 여파로 계약 해지 소식이 알려졌다. 이미 기존 소속 가수 상당수가 회사를 연이어 떠날 만큼 사정은 좋지 못했고 결국 크나큰 역시 이들의 뒤를 따르게 되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떠나기로 한 멤버 김유진을 제외한 나머지 4인을 중심으로 팀을 이어갈 계획이라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역시 같은날 걸그룹 보너스베이비(2017년 데뷔) 역시 "잠정 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JTBC <믹스나인>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문희(여성팀 최종 9인 진입, 각종 CF 및 뷰티 프로그램 출연)를 제외하면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멤버 1명의 탈퇴와 동시에 나머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을 지원하겠다곤 하나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각각 "무기한" 또는 "잠정 중단"이란 표현을 썼지만 향후 재가동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사실상 팀 해체로 봐도 무방하다.

대박을 꿈꾸지만...살아남는 중소업체 팀은 극소수
 
 지난달 소속사와 계약 해지로 활동을 중단한 크나큰

지난달 소속사와 계약 해지로 활동을 중단한 크나큰 ⓒ YNB엔터테인먼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이란 말이 있다. 위험 부담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경제 투자 용어로 종종 국내 아이돌 산업에도 이를 적용해 언급하곤 한다.

대박의 부푼 꿈을 안고 몇몇 제작자들은 최근 몇년 사이 너도 나도 아이돌 그룹 런칭에 나섰다. 그 결과 매년 수십개 이상의 그룹들이 큰 희망을 품고 데뷔하지만 2-3년 이후 되돌아보면 살아남는 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음반 한장 낼때 10억원 이상 쓰는 건 흔할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다 탄탄한 기획 및 좋은 음악과 퍼포먼스 등이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 속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SM, YG, JYP, 카카오, CJ 등 대기업을 비롯해서 기존 중견 기획사들의 틈바구니 속 소규모 업체 팀들은 더욱 어려운 여건이다.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계약 기간 7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중도에 흐지부지 사라지는 그룹 상당수는 이런 기획사 소속인 이른바 "중소돌"로 불리는 팀들이 대부분이다.

안이한 기획...예견된 실패
 
 지난달 무기한 활동 중단을 발표한 보너스베이비

지난달 무기한 활동 중단을 발표한 보너스베이비 ⓒ 마루기획

 
10년전이었다면 데뷔 초기 한두 곡의 히트 만으로 쉽게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시대는 달라진 지 오래다. 2-3년 이상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가 이뤄져도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현실이다.

외부 투자 받아 데뷔시켜 보고 별다른 반응 없으면 1~2년만에 활동 중단+해체되는 일이 반복되는 건 그만큼 기획력 부재 속에 가요계 시장 상황을 가볍게만 생각하고 뛰어든 제작자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15년 데뷔했다 1년 만에 사라진 걸그룹 마이비 일부 멤버를 주축으로 2017년 새롭게 선보였던 보너스베이비는 그 좋은 사례 중 하나다.

기존 가요계 그룹들과 별다른 차별성 없는 콘셉트로 인해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는데 실패했고 결국 장기간의 휴식기 속에 더 이상 팀의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이렇게 흐지부지 막을 내리는 팀이 비단 이들 뿐일까?

이는 마치 새 가게 한번 내보고 장사 안 돼서 몇 달만에 접었다가 다시 장소 옮겨 가게 내는 일을 반복하는 사업자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불과 2-3년 사이 연이어 선보인 팀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점에선 안이한 운영의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출범 초기의 시행 착오는 분명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탄탄한 기획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패 확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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