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면 ⓒ 판시네마(주)

  
부모가 많이 다툴 때, 이혼의 말까지 오갔던 그때, 아이는 공포에 질려있게 된다. 하지만 공포에 질리지 않은 척, 태연하려고 애쓴다. 집에서 벌어졌던 그 일에 대해서 외부의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복잡한 가정의 문제를 일일이 설명하긴 어렵다.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는 가정 내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양쪽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판단한다. 잘못의 경중을 떠나 아빠와 엄마, 모두에게 아이에 대한 동등한 권리가 있으며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할 책임이 있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가정법원 이혼 심리에서 변호사를 대동한 부모는 각자의 입장을 판사에게 설명한다. 아이의 입장도 판사의 입을 빌려 편지 형식으로 제시된다.

그 문제는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성격 차이로 벌어질 수 있는 이혼 과정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최대한 부모의 입장이 공평하게 전달되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 상황에서 느끼는 불만들도 관객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들 줄리앙의 찌푸려진 표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가정 문제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면 ⓒ 판시네마(주)

  
짧은 법원 장면이 끝난 후 결론은 바로 제시된다. 부모에게는 두 아이가 있다. 큰딸 조세핀(마틸드 오느뵈 분)은 성인이어서 본인에게 선택권이 있지만 작은아들 줄리앙(토마 지오리아 분)은 아직 미성년자여서 법원은 격주로 주말에 아빠 앙투안(데니스 메노체트 분)와 만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엄마 미리암(레아 드루케 분)은 최대한 저항해보지만 고소한다는 아빠의 말에 결국 줄리앙을 아빠에게 보낸다. 아빠와 함께 있는 내내 줄리앙의 미간은 찌푸려진다. 차 속에서 클로즈업으로 비추는 줄리앙의 얼굴엔 왠지 모를 불안함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가정의 문제를 쉽사리 결론 낼 수 없었다. 영화 속에 제시되는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아빠와 엄마 둘만의 문제처럼 보인다. 각자의 문제 때문에 이혼한 것처럼 구성된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높인다. 그 긴장감을 높이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아들 줄리앙의 반응이다.

불안함은 점점 공포로 바뀐다. 미성년의 입장에서 아빠의 불안정한 모습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엄마와 있을 때 아빠가 폭력적으로 변한 것을 본 줄리앙은 최대한 아빠와 엄마의 접촉을 막는다. 줄리앙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거짓말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결국 아빠 앙투안은 이성을 잃는다. 그것이 가족에게 그가 평소에 보였던 모습일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애써 균형을 잡으며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후반부 모든 설명을 한 번에 하듯이 한쪽으로 기운다. 그리고 엄마와 딸, 아들의 공포심과 상황을 이해시킨다.

외부의 시선이 배제되는 가정 내 폭력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면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장면 ⓒ 판시네마(주)

  
모든 가정 내 폭력은 외부의 시선이 철저히 배제된다. 외부의 시선이 개입되려면 그 가족에 대한 세세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부분 불가능하다.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계속 폭력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답답하다는 관객 반응도 있다. 도망칠 수 있는데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줄리앙이 도망쳤다 다시 아빠에게 돌아가듯이 공포에 사로잡힌 그들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외부에 일일이 다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 재판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과 제도 안에서는 이런 가정폭력을 모두 다 막을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아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주려 노력한다.
 
영화의 맨 마지막, 앞집의 할머니가 열린 문을 통해 이 상황을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을 때 엄마 미리암은 망가진 문을 닫아버린다. 그런 외부의 시선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싸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빠가 풀려나면 다시 맞이해야 할 일일 것이다.

어느 곳으로 도망쳐도 (오히려) 법이 그를 다 막지 못하고 다시 가족에게 이끌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끈, 부부라는 끈은 이런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질기게도 붙어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끊어질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영화 속 '공포스러운' 일이 끝났을 때 펑펑 울던 줄리앙과 엄마의 모습에서 절망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한 시간 반 정도 듣고 같이 공포를 체험했지만 그들은 문을 닫아 버렸다. 우리는 결국 그들에게 외부인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끔찍한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그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다가가려고 노력할 때 결국 그들도 문을 열지 않을까?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지만, 전 세계 공통적인 문제를 말한다. 영화는 이것을 최대한 건조하게 다룬다. 한편으로는 아이의 시선으로 상황을 조망하는 것 같기도 하다. 줄리앙을 연기한 토마 지오리아의 연기가 우리에게 현실감을 더한다. 그의 눈빛과 미간이 흔들릴 때 우리는 똑같은 공포를 느낀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스터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포스터 ⓒ 판시네마(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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