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를 잊은 그대에게> 표지
 <시를 잊은 그대에게> 표지
ⓒ Humanist

관련사진보기


"수학은 5+2를 배우면 7+4를 풀 수 있어. 그런데 국어는 왜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배우면 같은 시인의 '산유화'를 풀 수 없다고 말하지?"

정재찬 교수는 시를 사랑하는 법을 아예 배워보지도 못해 시를 읽고 즐길 권리마저 빼앗긴 젊은이들을 위해, 시에 대해 강고한 장벽을 치고 살아온 그들에게 시의 깊은 맛을 전달하기 위해 가요와 가곡, 그림과 사진, 영화와 광고 등 다양한 재료와 스토리에 시를 버무린 일종의 퓨전음식이라 할 수 있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선사하였다.  

최근 문학의 경향이 그렇다.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의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며 소설은 기존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면 라이트 노벨이 상위권에 위치한다. 반면 시집을 사서 읽는 독자는 극소수다. 학창 시절부터 시에는 답이 있다는 교육을 배우고 개인의 감상이나 의문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한다. 여기에 최근 시의 트렌드는 감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사상적인 심오함 또는 표현적인 신선함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높은 사유를 보이는 시가 가장 잘 쓴 시라면 철학자가 최고의 시인이라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시의 현재가 이렇다 보니 정재찬 교수가 이야기하는 젊은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하상욱 시인 등이 각광받고 있다. 그는 시의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며 '배우는 시'가 아닌 '감상하는 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시 교육은 공대생들의 마음에 감동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정재찬 교수의 '감동을 주는 시 수업'의 비법은 언어가 지닌 마술에 있다. 하나의 공식을 배우면 100개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수학처럼 하나의 주제 또는 소재로 여러 개의 글이 만들어다.

정재찬 교수는 하나의 주제를 정한 뒤 이와 관련된 시, 소설, 영화, 광고 등을 통해 깊은 감상을 선사한다. 예를 들어 '떠나는 것에 대하여' 파트에서 그는 '헤어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수칠 때 떠난다'라는 문구에 대해 이야기하며 문화 대통령 서태지를 언급한 그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로 유명한 이형기의 <낙화>를 통해 헤어짐의 감정을 표현한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의 일부 인용과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별시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거울 속의 천사>와 <강우>, <바람>, <꽃>, 끌로드 모네의 그림 <양산을 든 여인>까지 가져와 헤어짐을 말한다.

정재찬 교수는 시에 대한 해석과 이성적인 판단 대신 감성적인 이야기로 이 작품들을 하나로 묶는다. 자신이 생각하는 '헤어짐'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보여주고 본인이 느꼈던 감상을 말한다. 독자는 시를 읽으며 작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감정을 잡는다.  

결이 같은 작품이 반복되면서 '헤어짐'이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에 집중하게 되고 '이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사유를 느낀다. 작품은 시에 대한 해설서라기보다는 에세이 느낌이 강하다. 작가가 느끼는 생각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표현한다. 작품에 대한 해석이 적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기에 편하고도 깊은 감상에 젖을 수 있다.  

한국 교육에서 언어란 목적이 아닌 수단처럼 여겨져 왔다. 다른 과목을 배우기 위해 알아야만 하는 도구처럼 여겨졌던 게 언어이다. 수학과 영어처럼 '답'을 정한 교육을 반복하였기에 언어는 감상과 사유의 대상이 아닌 해석과 기능의 대상처럼 여겨져 왔다. 정재찬 교수는 언어가 지닌 마술과도 같은 감상의 힘을 지닌 시를 '잊은' 독자들을 위해 시 읽기의 즐거움을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루나글로벌스타와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휴머니스트(2015)


태그:#시를잊은그대에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