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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과 의자. 식탁이 슈퍼마켓의 껌과 초콜릿처럼 팔리고 있다
▲ 이케아 매장 책상과 의자. 식탁이 슈퍼마켓의 껌과 초콜릿처럼 팔리고 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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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케아 매장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껌과 초콜릿같이 팔리고 있는 저 상품들은 옷장과 테이블, 책상과 의자 등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가운데 카트를 들고 고른 다음 차에 싣고 가서 직접 조립하는 가구, 과연 가구업계의 공룡이라 불릴 만큼 스케일이 남다릅니다.

예전에는 가구가 비싸서, 어머니가 시집올 때 혼수로 해 온 자개장이나 오동나무 장은 안방에 애지중지 모셔 놓고 20~30년은 족히 썼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도 자개장이나 오동나무 장을 해 가지 않을뿐더러 가구를 20~30년 동안 쓴다는 개념이 사라졌습니다. 내구력은 좀 떨어지겠지만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었기 때문에 그때그때 사서 4~5년 정도 짧게 쓰고, 유행이 바뀌거나 싫증이 나면 혹은 아이들이 크고 나면 버리고 새로 사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새 가구를 사기도 합니다.

음식에는 패스트푸드가 있고, 옷에도 패스트 패션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을 때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등장은 20세기 초 산업화 시대의 등장과 연관이 깊습니다. 고급레스토랑은 요리사의 급료가 비싸서 음식값도 비싼 편이었고, 이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음식은 본사의 공장에서 반조리 상태로 가공되어 각 매장으로 배달되면 매장에서는 매뉴얼대로 굽고 데워 내놓을 수 있었는데, 이런 일에는 숙련된 요리사 대신 비숙련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맡길 수 있게 되면서 음식값이 저렴해진 것입니다. 포디즘이 음식의 조리에도 적용된 것이 패스트푸드의 등장이라 하겠는데, 모든 비용을 절약하고 설거지조차 줄이기 위해 1회용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을 많이 해칩니다.

한편 의생활의 영역에서도 패스트 패션이 등장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인 자라(ZARA)의 경우, 디자인은 본사의 디자이너들이 하고 실제 제작은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만들어집니다. 이런 옷들은 값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기분전환을 하듯 구매하여 한 계절 정도만 입고 내년이 되면 또 새로운 유행의 값싼 옷을 사 입기 때문에 거의 1회용에 가깝습니다. 즉 패스트 패션입니다. 
 
가구업계의 공룡이라는 이름답게 스케일이 다르다
▲ 이케아 가구 매장 가구업계의 공룡이라는 이름답게 스케일이 다르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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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가구 분야에도 적용된 것이 이케아를 비롯한 값싼 가구입니다. 예전에는 옷값이 비싸서 한 벌을 장만하면 아끼면서 오래 두고 입었지만, 옷값이 싸지면서 고작 1~2년을 입고 버립니다. 유행에 뒤떨어졌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옷보다 훨씬 덩치와 부피가 큰 가구업계에도 이런 일이 적용되면, 그래서 3~4년마다 기분전환 삼아 가구를 바꾸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패스트푸드로 인해 플라스틱 컵과 포크, 종이 박스 등 너무 많은 1회용품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패스트패션으로 인해 너무 많은 의류가 버려집니다. 저렴한 가구 역시 자원을 과도하게 낭비하고, 지구의 환경을 해칠 수 있습니다.

태그:#이케아, #가구업계의 공룡, #서윤영,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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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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