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 쇼미더머니 777(트리플 세븐) > 3회는 힙합팬들의 입에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시청률은 1.5% 정도(닐슨코리아 기준)로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높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여론의 기류는 그 어느 시즌보다 좋았다. 스물네명의 랩퍼가 벌인 '그룹 대항전' 때문이다.
 
'디스' 대신 '랩 페스티벌'로

 
나플라 엠넷 < 쇼미더머니777 > 장면 캡쳐

▲ 나플라 엠넷 < 쇼미더머니777 > 장면 캡쳐 ⓒ Mnet

 

이번 그룹 대항전이 높이 평가받은 것은, 어느때보다 많은 랩퍼들의 랩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에 있다. 제작진은 편집을 최소화했다. 가사 실수를 한 랩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랩퍼들이 자신의 기량을 아낌없이 과시했고, 이들의 랩이 편집 없이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은 랩을 듣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지한 것일까. 슬릭오도마, 서일교, 오디(ODEE), 부현석 등 초반에 주목받지 못했던 참가자들이 주목받았다. 2라운드의 마지막을 장식한 블랙나인의 랩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방송사가 인위적으로 만든 디스전과는 달랐다. 랩퍼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기보다는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EK가 랩을 할 때 나플라는 뒤에서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고, EK와 Yun B는 흥에 겨운 나머지 화려한(?) 춤솜씨를 과시하기도 했다. 4회 방송분에서도 힙합 페스티벌 같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루피가 Rae Sremmurd(레이 쉬레머드)의 'Black Beatles'의 비트에 맞춰 랩할 때는 '마네킹 챌린지'가 펼쳐지기도 했다.

슈퍼비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그룹대항전은 2대 1로 '팀 나플라'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프로듀서들이 배틀에 충분히 흡족해 했기 때문인지, 한 명의 탈락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 딥플로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역대 쇼미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회차가 아니었을까. 현장의 재미는 티비와 비교가 안될만큼 더 엄청났지만. 그래도 이렇게 긴 호흡의 랩배틀을 최대한의 분량으로 담아내준 제작진들(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물론 음악을 줄로 매기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 의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대항전'이 지금까지 쇼미더머니에서 연출된 가장 긍정적인 장면이라는 것 역시 확실하다. 에필로그 영상에서 심사위원들이 무대로 내려와 참가자들과 함께 랩을 주고 받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일 때문에 녹화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을 오롯이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팔로알토는 '켄드릭 라마 내한 공연 때보다 더 재미있었다'며 나플라에게 탄복했다.)
 
4회 방송분은 그룹대항전에 이어 프로듀서 공연으로 꾸려졌다. 심사의 대상이 되었던 랩퍼들이 프로듀서의 무대를 보고 어느 팀으로 갈 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팔로알토가 '코드쿤스트에게는 400개의 비트가 있다'고 소개하자, 코드쿤스트는 외장 하드를 높이 들어올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넉살과 딥플로우는 레이블 VMC의 음악 성향에 맞게 둔탁한 비트와 랩을 보여주고자 했다. '작두'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선곡이지만, 가장 확실한 선곡이기도 했다.

저스트뮤직을 대표하는 스윙스와 기리보이 역시 뜨거운 무대매너를 과시했다. 기리보이는 특유의 감성을, 스윙스는 대중들에게 각인되어있는 '화난 랩'을 보여준다는 인상이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더콰이엇과 창모였다. 창모는 자신의 상징인 피아노와 함께 무대 위로 올랐다. 특히 '마에스트로'는 이미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던 곡이지만, 창모가 방송에서 이 곡을 부르는 것은 이번 방송이 처음이기도 했다.

한편, 긴 시간의 입찰 끝에 총 16명의 랩퍼의 팀이 결정되면서 이번 방송분이 마무리되었다. 좀처럼 랩퍼들의 선택을 받지 못 하던 '팀 스윙스 X 기리보이'는 우승후보 나플라를 팀으로 데려오면서 마지막 승자가 되었다. 다음 주부터 음원 미션이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라면 기억하겠지만, 'N분의 1', '니가 알던 내가 아냐', '거북선' 등 본 무대에 앞서 음원 미션에서 탄생한 히트곡이 많다. 과연 이번 시즌이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미루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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