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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울 강남구 한 곳에서 걷힌 국세가 약 14조 6000억 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경남에서 걷은 액수의 2배다.

광역지방정부를 일렬로 세워놔도 강남구보다 많은 세금을 걷은 곳은 서울(70조), 경기(31조), 부산(18조) 밖에 없었다고 한다(2016년 국세 통계). 대한민국의 부가 집중되는 곳, 서울 강남의 위상을 보여준다.

강남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의 구청장을 선택했다. 중앙일보 기자와 국정홍보처장을 지낸 정순균(66)이 그 주인공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정순균 강남구청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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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시작한 '2018 강남 페스티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정 구청장을 <오마이뉴스>가 당일 만났다.

"중동, 남미... 세계 어디를 가도 서울은 몰라도 강남은 알 정도로 강남은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의 60%가 강남을 보고 갈 정도다. 강남 이름에 걸맞은 축제를 만들면 세계적인 관광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코엑스 무역회관 외벽에는 국내 최대의 LED 전광판이 있는데, 행사 기간 동안 농구장 4배 크기의 스크린에 '라라랜드', '비긴 어게인', '너의 이름은' 등 익숙한 영화들이 상영된다.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영동대로 케이팝 콘서트'(10월 6일)를 비롯해 강남구 곳곳을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강남구가 거둔 세금 1300억, 24개 자치구에 나눠주고 있어"

정 구청장은 "올해는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못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의 20% 밖에는 실행하지 못할 것 같다"며 "내년에는 연초부터 시동을 걸려고 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의 자신감은 강남이 서울의 자치구를 대표하는 '마더 시티'라는 신념과 연결된다.

"강남구가 주민들에게 매년 걷는 재산세 중 50%에 해당하는 1700억 원을 서울시에 주면 시로부터 450억 원을 돌려받는다. 강남구에서 걷은 세금 1300억을 24개의 다른 자치구에 나눠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 구에서 걷은 세금을 우리 구의 발전을 위해서 써주길 바라는 주민들도 있겠지만, 강남구는 기초자치단체의 맏형 아닌가? 맏형은 자기 생각만 하면 안 된다. 처지가 어려운 동생들에게 나눠주면서 함께 가는 것이 '마더 시티'의 역할이다. 강남이 이만큼 발전했으니 너희만 챙기지 말고 '마더 시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강남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메이크업하는 것을 감안하면, 재산세 1300억 나눠줄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정 구청장은 전임 구청장과 서울시가 격렬하게 충돌했던 '공공기여금' 문제에서도 전향적으로 접근할 뜻을 분명히 했다.

2022년 삼성동에 지상 105층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GBC)이 완공되는데, 전임 신연희 구청장은 GBC 개발로 생기는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지하 공간 개발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공기여금을 다른 자치구의 발전에도 고르게 사용하자는 서울시 방침과 배치됐다.

"공공기여금도 (다른 구에 나눠주는) 세금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주민들의 민심은, 그 돈이 다 쓰여지길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 강남구만이 아니라 서울 발전에 대한 기여금이 돼야 한다. 서울시 계획도 송파구까지 걸쳐있는 잠실야구장 일대를 개발하는 데 쓰자는 거다. 넓게 보면, 강남 발전을 위해 쓰여지는 것인데 서울시에 반대하는 행보를 할 필요가 없다."

"브랜드로서의 강남, 이미 서울을 능가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정순균 강남구청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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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강남북 균형 발전안'에 대해서도 그는 크게 개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소외감? 그런 거 전혀 안 느낀다. 박 시장의 의도가 강북을 우대하고 강남을 역차별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 말마따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나?"

- 강남구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산하기관 3곳을 이전한다고 한다.
"상징적으로 정책을 보여주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 그런 기관들이 강남을 떠난다고 해서 큰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남구에 있는 사업체 수가 7만 개가 넘고, 사업체 종사자 수도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다(69만명). SH공사 하나 떠난다고 강남의 지형이 바뀌겠느냐?"

- 강남이라는 브랜드가 이미 서울을 능가했다고 보나?
"그렇다. 강남의 경쟁 상대는 국내의 다른 도시들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틀 속에 강남을 가두려고 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뒤로 밀리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 상하이 푸동이나 뉴욕 맨해튼, 파리 16구 같은 도시들과 경쟁할 채비를 갖춰야 한다."

자신만만한 그에게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그는 선거 기간 중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사업 정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 잃어버린 재산권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우, 서울시의 '한강변 아파트 35층 층고 제한' 방침과 부딪힌다.

"서울시가 재건축 문제를 공익 차원에서 접근하고 강남구 주민들은 재산권 보호와 사업성 측면을 따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청장 입장에서는 절충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층고 제한 방침의 근거가 서울의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이다. 구청장에 당선된 뒤 서울연구원을 찾아가서 이 문제를 알아봤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만든 시민참여형 계획이라면서 바꿀 수 없다고 하는데, 계획 수립 당시 강남구 주민들의 참여도가 저조했다고 한다. '2030서울플랜'이 업그레이드되는 내년에는 구청 차원의 연구용역을 해보고 구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시키려고 한다."


"직장은 강남, 집은 용인·동탄... 지혜 발휘하면 서울에도 집짓기 가능"

이야기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이어졌다. 정 구청장은 '발상 전환'이 아쉽다는 입장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국을 하나로 놓고 획일적인 대책을 내지 말고, 지역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도권과 지방, 서울과 경기, 강남과 강북을 각각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집값을 때려 잡아야 한다'는 과거 방식의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성과를 내는 데 많은 장애가 있을 것이다.

직장과 주택은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주택 정책을 봐라. 직장은 강남에 있고, 집은 용인·동탄에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출퇴근 교통대란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냐? 얼마든지 지혜를 발휘하면 서울에도 집 지을 수 있다. 서울 한가운데라도 소형아파트를 지을 수 있으면 지어야 한다. 그러니 서울시도 역세권 주변에 청년임대주택 짓겠다는 것 아닌가?"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자리. 간단한 보고와 회의는 구청장 자리에서 간편하게 하기 위해 특이한 모양의 책상이 만들어졌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자리. 간단한 보고와 회의는 구청장 자리에서 간편하게 하기 위해 특이한 모양의 책상이 만들어졌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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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구청에 변화를 예고하는, 몇 가지 상징적인 조치들을 내놓았다.

"남녀 교대 차 심부름은 상징적 조치, 양성평등 자연스럽게 올 것"

구청장실을 투명한 유리벽으로 바꾸고, 공보실이 매일 작성하던 '언론보도 스크랩'을 없애고, 여직원들이 전담하던 차 심부름을 없앴다.

"남자직원도 여자직원도 있는데, 무슨 모성본능이 발동하는지 차를 내오는 것은 여성의 몫이 되더라. 지금은 양성평등 시대 아닌가? 구청 내부를 봐도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많아지고 있다. 여직원들에게만 궂은일을 맡길 수 없는 거다. 그래서 비서실부터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로 남녀 교대로 차 심부름을 하고 있다. 이제는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차 심부름은 하나의 상징적인 조치이고, 앞으로 10~20년 후에는 국장급 간부에도 여성들이 많이 진출할 것이다. 지금부터 그런 훈련을 해나가면 양성 평등도 자연스럽게 올 것이다."


집무실 한 켠에는 청사 담 허물기, 보훈가족 지원금 확대 등등 과제별로 포스트잇 메모지가 가득 붙어있었다. 정 구청장은 "27일까지 168번까지 써붙여 놓았는데, 4년 임기 동안 적어도 2000~3000번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다"고 웃음 지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
 정순균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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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순균, #강남구, #강남구청, #박원순, #강남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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