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상은 꿈을 찾아 도전하라 권한다. 퇴사생들의 수기를 담은 책은 언젠가부터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어 내려오지 않고 있다. 제목만 바뀔 뿐 주제는 제도권을 벗어나면서부터 행복을 찾았다는 내용으로 동일하다. 반면 삶이 팍팍해질수록 안정적인 생활이 더욱 중요하다는 조언도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이처럼 바람직한 청년에 대한 세상의 이중적 잣대는 청년들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렇게 청년들은 노량진 공무원 학원에 등록하거나, 온종일 알바 해 끌어 모은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그럼에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시험 합격은 요원하고, 여행이 끝난 후의 삶은 더욱 고민스럽다. 무엇이 진짜 나를 위한 선택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등장한 소확행은 우리에게 달콤한 선택이었다.

소확행은 이 시대 청년들이 선택하여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행복처럼 보인다. 우리 사회는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기대를 무력화시켰다. 청년들에게 불평등한 현실을 학습시킬 뿐이었다. 청탁자의 합격을 위해 합격권의 지원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면접자의 아버지가 면접관으로 등장하는 채용비리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노력해도 성취하기 힘든 사회에서 제 힘으로 일궈낸 성취조차도 기득권은 쉽사리 빼앗아갔다.

반면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보상을 약속했다. 따뜻한 빵을 찢고, 빨래를 개는 것과 같이 소확행에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소확행 열풍의 이면에는 취업, 연애, 결혼과 같은 것마저 기득권의 성취가 되어버린 현실의 역설이 존재하고 있었다. 현실에 지친 청년들은 소확행을 환영했다.

하지만 소확행마저 불평등해지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기 위한 대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열풍은 자본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혹은 탄생부터 자본에 의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소확행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명사가 아닌 수식어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소확행 인테리어, 소확행 여행코스, 소확행 쇼핑. 소확행이란 이름이 붙었을 뿐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다시 소확행마저 가질 수 있는 자와 가질 수 없는 자를 구분 지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 대부분의 것들이 그러하듯 소확행 역시 가질 수 있는 자의 편에 서 있다.

초반 소확행이란 단어가 주던 달콤함, 가슴 뭉클한 위로 같은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소확행을 믿지 않는 청년들도 늘어가고 있다. 소확행이 더 이상 자신들의 편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어의 마케팅 가치마저 모두 소진되고나면 이전의 힐링, 욜로가 그랬듯 소확행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청년이 처한 상황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설렘을 주는 다른 단어가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꿈도, 안정적 삶도 성취하기 힘든 청년들은 다시 그 단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그:#소확행, #청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