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은 20년째 삼성 유니폼만 입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권오준은 20년째 삼성 유니폼만 입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 삼성 라이온즈

 
그동안 많은 투수들이 삼성 라이온즈를 오갔지만 20년 동안 묵묵히 사자군단 마운드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삼성에서만 20년째 몸담고 있는 '오뚝이' 권오준이 그 주인공이다.

권오준은 지난 1999년 선린상고(현 선린인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했다. 그리고 올해까지 20년 동안 파란 유니폼만을 입고 활약 중이다. 삼성 선발진의 떠오르는 샛별인 양창섭이 1999년생이니, 권오준의 프로 경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팀 내에서 나이는 두 번째(첫 번째는 박한이, 1979년생)로 많지만 프로 경력은 박한이보다도 2년이나 앞선다.

팔꿈치 수술 세 번이나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인간승리의 표본'

199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삼성에 지명된 권오준이었지만, 프로 초기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입단하자마자 팔꿈치가 좋지 않아 토미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를 받았고, 그로 인해 2000시즌이 끝난 뒤 해병대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2003시즌을 앞두고 전역한 그는 입단 4년 만이었던 2003년 6월 3일, 기아 타이거즈를 상대로 감격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해 성적은 13경기 1홀드 23.0이닝 방어율 3.13. 데뷔 첫 시즌을 무난히 마친 권오준은 2004시즌부터 선발과 불펜, 그리고 마무리까지 전천후로 활약하며 삼성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2004시즌엔 출장했던 47경기 중 17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서 11승·방어율 3.23이라는 호성적을 거뒀고, 2005시즌엔 정규시즌에서 32.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과 함께 'K.O펀치'를 형성했다. 또한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 출장해 방어율 0을 기록하면서 팀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더 놀라웠던 점은 20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안타는 단 하나만 내줬다는 것이다. 이듬해인 2006시즌에도 삼성은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권오준은 32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생애 첫 홀드왕에 올랐다. 

하지만 2004시즌부터 2006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160경기에 출장한 권오준은 지쳐 있었다. 2007시즌부터 구위가 점점 하락하더니 2008시즌엔 19경기 출장에 그쳤다. 시즌을 마친 후 삼성과 권오준은 결단을 내렸다. 바로 두 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것이다.

피나는 재활을 끝마친 그는 2009시즌 막바지에 복귀해 2경기에 출장했고, 2010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141경기에 등판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삼성 왕조 시절 리그 최강불펜진이었던 '안정권KO(안지만·정현욱·권혁·권오준·오승환)'에서 한 축을 맡으며 팀의 '7회 리드 시 144연승'이라는 대기록에도 기여했다.

그렇게 부활을 알렸던 권오준은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데뷔 초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팔꿈치 부상이 또 재발한 것이다. 결국 그는 2013년 1월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국내 선수 중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세 번째 토미존 서저리였다. 이미 두 번의 수술로 더 이상 팔의 인대가 남아 있지 않던 권오준은 다리의 인대를 떼어 팔꿈치에 이식했다. 사실상 선수 생명을 건 도박이었다.

2013년 재활에만 올인한 권오준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시즌 개막 전 팔꿈치 골절 부상까지 입어 그 해 한 경기 출장에 그쳤다. 모두가 끝이라 말했다. 하지만 권오준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2015시즌 그라운드로 돌아온 그는 작년까지 각각 30경기/41경기/45경기에 출장하며 꿋꿋이 마운드를 지켰다.

올해 역시 투수진의 맏형으로서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5월 26일엔 KBO리그 역대 37번째로 '5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7월 28일 기아와의 경기에서는 8회 2사 상황에 등판해 4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010년 6월 12일 이후로 2968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7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27일 KT전까지 9월 11경기에 등판해 10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고 있다. 8월까지 4.83이었던 방어율은 3.67까지 내려갔고, 팀 내에서 40이닝 이상을 소화한 불펜 투수 중 권오준보다 낮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아무도 없다.

 
 권오준의 9월 등판일지. 9일 경기에서는 승리를 따냈고, 19일 경기에선 홀드를 기록했다.

권오준의 9월 등판일지. 9일 경기에서는 승리를 따냈고, 19일 경기에선 홀드를 기록했다. ⓒ 청춘스포츠

 
'쌍권총·K.O펀치·안정권KO'. 삼성 왕조의 화려한 불펜진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권오준. 전성기만큼의 구위는 아니지만 그는 모범적인 태도와 더불어 팀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며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리고 남들은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팔꿈치 수술을 세 번이나 받고도 그라운드로 돌아온 '인간승리의 표본'이기도 하다.

전광판에 '권오준'이라는 세 글자가 띄워질 때, 그리고 그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질 때. 삼성팬들이 뭉클해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돌아와 혼신의 투구를 하는 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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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김건엽
야구 삼성 라이온즈 권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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