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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년 전란 중에 선조 임금은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한다. 그때 선조는 세 가지를 당부했다. 일목요연하게 간추릴 것, 질병이 아니라 섭생을 위주로 할 것, 백성들이 편하게 활용이 가능할 것.

그렇게 해서 나온 의서가 허준의 <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의 위대함은 선조의 세 가지 편찬 원칙을 잘 구현한 데 있다. 특히 질병이 아닌 섭생, 즉 양생을 의학적 목표로 보는 것은 질병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현대의학과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요절할 사람은 장수하게 하고 장수할 사람은 신선이 되게 한다." 

이것이 동의보감의 의학적 목표다. 병에 걸리면 배를 갈라 종양을 잘라내고 초음파로 지지고 강한 약으로 병든 부분을 없애려고 하니 사람의 몸이 성할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동의보감의 의학적 목표는 현대의학의 전투적 목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양생(養生)의 의미 

양생은 몸을 튼튼하게 하고 병이 생기지 않도록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또 콘크리트 공사가 끝난 다음 온도·하중·충격·오손·파손 등의 유해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보호 관리하는 것을 말할 때도 양생이라고 한다. 사람의 몸이든 도로나 건축 구조물이든 모두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달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양생을 통해 몸과 마음이 튼튼해지고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필요한 에너지를 태울 만큼 적게 먹는다.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않았다. 평일 점심은 무조건 구운 계란 3개를 먹는다. 저녁에는 채소와 닭가슴살과 고기를 조금씩 먹는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니 견딜 만하다. 
 
0.1톤을 넘던 몸무게를 10kg가까이 감량했다. 단언컨대 다이어트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 체질에 따라 정도의 차이일뿐 평소보다 적게 먹고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면 1g이라도 빠진다.
▲ 체중변화 0.1톤을 넘던 몸무게를 10kg가까이 감량했다. 단언컨대 다이어트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 체질에 따라 정도의 차이일뿐 평소보다 적게 먹고 평소보다 많이 움직이면 1g이라도 빠진다.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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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0보를 목표로 걷는다. 지난달까지 8,000보에서 이번 달부터는 10,000보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승용차 대신 주로 지하철만 이용해서 출퇴근을 한다. 물론 지하철역까지 환승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가급적 그냥 걷는다.

퇴근해서 아이들과 놀다가 아이들이 잠이 들면 다시 아파트 커뮤니티에 있는 작은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걷고 또 걷는다. 불가피하게 술을 먹은 날 이틀을 제외하고 35일은 목표를 달성했다. 스마트폰 헬스어플로 확인하니 380km를 걸었다.

0.1톤을 상회하던 몸무게는 어느덧 10kg 가까이 빠져서 좁아터지던 옷들이 다소 여유를 찾아가는 기적을 본다. 

몸 건강보다 더 중요한 정신건강

몸 건강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제는 정신건강이다. 몸과 정신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 스트레스는 집착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집착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나 그걸 몰라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본주의에 살고 학창시절 공부를 게을리하여 작은 회사에 근무하는 관계로 일 자체가 돈과 실적에 따른 스트레스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화(火)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반(反) 양생적' 행위이다. 화기가 양진되면 신장에 저장되어 있는 '정(情, 진액)'을 말려버린다고 한다. 신진대사의 기초이자 생식의 원천인 '정'이 고갈되면 정력과 수명에 해로움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남의 탓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남에게 원망과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가끔 그렇다. 아직 나는 집착과 욕심을 비워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만큼의 정신 수양은 덜 되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의 나이에는 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은 내 주위에 벌어지는 모든 현상들에 대한 자기 책임 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다. 잘못은 내가 가장 많이 부담하고 열매는 내가 가장 나중에 가져가는 것이 성숙함일 것이다. 그것이 가족과 내가 속한 조직을 지키는 일이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백악관 집무실 명패에 써놓고 좌우명으로 삼았던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다. 그것이 건강한 정신 양생(養生)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고미숙 작가가 쓴 「몸과 인문학」책
▲ 「몸과 인문학」고미숙 씀. 고미숙 작가가 쓴 「몸과 인문학」책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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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2013)


태그:#몸과인문학, #오마이뉴스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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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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