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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아산병원 내과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태움과 과로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 '고 박선욱 간호사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출범했습니다.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유족에게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는 서울아산병원이 이 문제에 책임있게 나서도록 하기 위해 공대위는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 내 문제점을 알리고 전국 어딘가에서 제2, 3의 박선욱이 될지도 모를 정도로 태움과 과로를 겪고 있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공대위에서 발행합니다)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고((故) 박선욱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가 스스로 목을 끊었다. 이에 병원 측은 고인에 대해 '예민한 성격', '우울한 성격'이었다는 근거 없는 답변으로 이 사건을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로 대하며 단 한 번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표면적인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8년 3월 보건복지부에서는 '간호사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을 발표했으며 8월에는 '교육 전담 간호사 배치'관련 예산 76억원을 편성했다. 대한간호협회에서는 간호사 고충상담 전용 콜센터인 '널스톡'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사건 이후 유족과 공동대책위가 꾸준하게 대응을 했고 그나마 위와 같은 대책들이 만들어졌다. 이런 대책들로 인해 간호사들의 노동 환경이 그나마 전에 비해 나아지지 않았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 내 괴롭힘 문화, 그리고 간호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열악한 병원 근무 환경의 의미 있는 개선이 이루어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2018년 9월 17일 정의당 이정미, 윤소하 의원실과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의 주최로 '병원업종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방안 국회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국회토론회에서는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이후 발표된 정부 대책들의 긍정적인 점과 한계점에 대하여, 노동부와 복지부 관계자들도 참석한 가운데 현장 간호사, 간호학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기자 등 많은 참석자들이 토론했다.

특히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대책은 관련 법 개정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현실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진전된 부분은 이번 사건에 빠르게 적용되어야 하며 간호사 노동조건의 경우, 근본적인 인력 문제 해결이 시급하고, 신고/상담 센터는 간협 내 운영이 아니라 독립적인 기구여야 한다고 많은 참석자들이 의견을 주었다. 그리고 서울아산병원의 방치로 故 박선욱 간호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가 이뤄지도록 정부와 국회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현직 간호사들은 교육 전담 간호사의 실효성에 대해서 질문했고, 교육 전담 간호사 배치는 국공립 병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외 종합병원의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건지 질문했다. 그리고 신규 간호사 교육뿐만 아니라 학생간호사 실습의 질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故 박선욱 간호사는 특별했던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간호사였다.

입사전의 故 박선욱 간호사는 쾌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었고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성실한 사람이었다. 입사후에는 병원에서 정한 신규 간호사 교육기간인 2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하지만 그 2개월이라는 기간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내과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신규 간호사에게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스스로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쉬는 날까지 故 박선욱 간호사는 환자에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두려워하며 병동에서, 도서관에서 열심히 노력했다.

완벽한 간호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돌보지도 못하고 노력하던 신규 간호사는 버텨보기로 결심했다. 당장 신규 간호사가 적응을 못하면 퇴사를 할 것이고 수많은 웨이팅 간호사들이 순서대로 다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공포에 떨면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몸무게가 13kg나 빠져버린 신규 간호사를 보면서도 매번 있는 일이니까 병원 입장에서도 그리 심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던 故 박선욱 간호사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되었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다. 많은 간호사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서울아산병원에서 사람이 죽었다.

이미 이런 심각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병원은 한 명의 간호사가 퇴사한 것처럼 혹은 사고사인 것처럼 대처를 하고 있다. 짧은 교육기간 등 여러 가지 위기 상황에서 단 한 번이라도 간호부에서, 병원 측에서, 혹은 관련 정부기관들이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내주었다면 故 박선욱 간호사는 죽음이라는 선택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갓 입사해 무언가를 주장하기 힘든 신규 간호사가 극강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죽음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적어도 '태움 방지' 배지 달기, 신규간호사 입사 백일파티, '유리 멘탈 탈출하기 교육'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사건 이후 서울아산병원의 행보를 지켜보다 보면 그 안에 속한 간호사들은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벽시간에 간호사들이 돌아다니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는 환자의 불평을 그대로 수용해서 간호사들에게 수면양말을 신기자는 얘기가 나온 곳은 다름아닌 서울아산병원이었다.

게다가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에 아무런 입장 표명도 안한 상태에서 면접을 보러 온 간호학생들에게 '올해 우리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냐, 본인은 어떻게 견딜 것이냐, 선배가 죽은 병원에 왜 지원했냐'라는 질문으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곳도 서울아산병원이다. 얼마 전에는 간호사 등 직원들을 상대로 '유리 멘탈 탈출하기'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해결될 일들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기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는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질문한 공동대책위에게 아무런 답도 주지 않고 있다. 그리고 故 박선욱 간호사의 유가족을 만나서 소통해보지도 않고 짐작만으로 해당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병원장인사말에 쓰여있는 '12년 연속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병원'이라는 문구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리고 간호사의 처우가 진심으로 개선이 되길 원한다면 7개월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이 사건부터 유가족들과 직접 대면해 소통을 하고 간호사와 간호사의 가족들이 느끼는 점에 대해서 직접 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故 박선욱 간호사가 일했던 중환자실 동료들의 상처받은 마음, 故 박선욱 간호사의 입사 동기들의 마음, 나아가서 임상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앞으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만약 병원 측에서 그럴 생각이 없다면 그런 병원을 끊임없이 두드릴 수 있는 간호사, 간호학생, 일반 시민, 간호사의 가족의 용기 있는 발언들이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용기 있는 발언들이 나오지 않고도 간호사들이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최근 나온 대책들이 조금 더 현실성 있게 수정, 보완되어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간호사들의 목숨을 지켜줘야 할 것이다.

최근 故 박선욱 간호사의 유가족들은 故 박선욱 간호사 공동대책위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병원은 변함없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본인의 일처럼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지지해준다. 다른 건 몰라도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 분개하는 시민들도 있고 간호사의 처우가 그토록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된 시민들도 있다. 당장의 큰 변화는 없지만 이런 작은 인식의 변화에서부터 희망을 볼 수 있다.

故 박선욱 간호사가 사망한 이후 첫 명절인 추석이 지나갔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추석을 맞이한 유가족들의 심정은 얼마나 허망할까. 또다시 이런 고통을 겪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하루빨리 제대로 된 해결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故 박선욱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민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활동가께서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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