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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편집자말]
[기사 수정 : 5월 10일 9시 49분]

[이전기사]  엄마들의 '초경포비아', 키보다 중요한 이야기

- 생리에 대한 교육을 여자아이들에게만 하면 안 되겠군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더 넓게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남자아이에게도 생리에 대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자신의 몸뿐 아니라 다른 성별의, 다른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알아두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차이를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동시에 성별을 떠나 신체적 변화를 겪는 사람으로서 서로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생리와 같은)을 바라볼 수 있게 되니까요. 서로의 몸에 대해 알아갈수록 남자니까 이렇고 여자니까 저렇다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기보다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몸에 대해 알려줄 때 담담하고 편견 없는 말투와 솔직한 용어로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해요. 이야기하는 우리의 태도와 뉘앙스에서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관이 배어 나오니까요. 아이들은 내용만큼이나 (부모의) 태도나 뉘앙스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면 좋겠어요."

생리컵, 청소년도 쓸 수 있어요!  
 
대안 생리용품, 생리컵
 대안 생리용품, 생리컵
ⓒ 위키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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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샘, 청소년들도 생리컵을 쓸 수 있나요?
"물론이에요! 청소년도 사용할 수 있어요. 생리컵은 사이즈와 종류가 다양해서 청소년과 성인 모두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산 전후의 질의 상태, 자궁의 위치 등에 따라 내게 맞는 컵을 골라 사용할 수 있어요."

여기서 잠깐! 내 자궁 높이 재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①손가락을 깨끗하게 씻는다. ②다리를 벌리고 앉는다. ③내 질이 어딨는지 본다. ④최대한 긴장을 푼다. ⑤중지를 질 속에 살살 넣어본다(아프지 않아요). ⑥손가락 두 마디 전에 자궁 입구가 닿으면 자궁이 낮게, 두 마디 후에 닿으면 보통에, 손가락이 다 들어가도록 닿지 않으면 높게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참 쉽죠?

얼마 전 우리가 사용해 오던 생리대 중 일부가 여성의 몸에 매우 유해할 수 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잖아요! 그때, 저를 포함해서 생리를 하는 여성들뿐 아니라 생리를 앞둔 자녀들을 가진 부모님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러면서 건강하고 안전한 생리용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바로 그때 혜성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많은 관심을 받은 생리용품이 바로 '생리컵'이에요. 하지만 우리에게나 혜성이지 뭐 외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했어요. 생리컵은 말 그대로 생리혈을 받아내는 '컵'인데요. 질 속에 컵을 집어넣어 자궁 입구에서 나오는 피를 바로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 생리컵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 생리컵은 장점이 참 많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생리대는 팬티에 붙여서 질 밖으로 흘러나오는 피를 흡수시키는 용도로 쓰잖아요. 이때 피 묻은 생리대가 외음부(잠지라고 말해줘도 괜찮아요!)에 계속 닿게 되면 습하고 가려울 뿐 아니라 세균 번식의 위험이 있어요. 그래서 자주 갈아줘야 하는데 가격이 '후덜덜'이죠.

생리컵을 하게 되면 먼저 축축한 생리대를 계속 차지 않아도 되니 가렵지도 않고 세균 번식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안전해요. 또 질 안에서 바로 생리혈을 받아 주니까 생리혈이 질 밖으로 나올 때 느껴지는, 꿀렁꿀렁(흔히 굴 낳는 기분이라고 하죠!)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어서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아요.

수영이나 운동을 할 때도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일회용 생리대처럼 한 번 쓰고 버리지 않고 컵을 비워내고 씻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리용품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랍니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운동화 깔창을 대거나 수건을 깔고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컵을 나눠주고 사용법을 잘 알려준다면 생리대를 살 수 없어 겪게 되는 비극을 부분적으로라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생리컵과 또 다른 삽입 생리대인 탐폰의 차이는 뭐죠?
"탐폰 역시 생리컵처럼 질 속에 집어넣어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장점들이 있어요. 하지만 일회용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생리혈을 잘 흡수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한 섬유를 집어넣기 때문에 자칫 질 속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고 맞지 않는 경우 독성쇼크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생리컵은 그런 면에서 훨씬 안전하다고 볼 수 있죠."

- 생리대도 탐폰도 부작용이 있는데, 생리컵은 없나요?
"그건 또 아니에요.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저를 포함한 사용자들이 느끼는 아쉬운 점들을 알려 드릴게요. 먼저 익숙하게 사용하기까지 질 속에 집어넣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한 번에 잘 집어넣는 운 좋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질 입구에서 컵을 밀어 넣는 일이 어렵다고 해요. 집어넣은 후에도 초반에는 컵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컵이 안에서 잘 펴졌는지 알 수 없어 피가 새기도 하고 이물감이 느껴져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또 처음부터 나에게 맞는 생리컵을 알 수가 없어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나에게 맞는 다양한 생리컵을 경험해보면 좋은데 가격이 싸지 않기 때문이에요. 처음부터 잘 맞거나 얼마간의 고생 끝에 적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몇 달의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하고 끝내 맞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생리컵 사용이 익숙해져서 매력을 제대로 경험하게 된다면 그 편리함과 해방감에 헤어나오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해요. 실제로 그렇고요. 또 최근엔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생리컵 후기와 사용법 노하우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생리컵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도전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생리컵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밖에도 면 생리대, 생리팬티, 유기농 생리대 등 기존의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할 안전하고 접근성이 비교적 쉬운 생리용품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답니다. 각자 자기와 잘 맞는 생리용품들을 찾아 힘들고 불편한 생리기간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손가락을 넣어서 자궁 높이 재기? 난감하네요
 
생리대도 종류가 많다. 양에 따라 다르고, 시간에 따라 다르다. 생리 양이 적은 날, 중간인 날, 많은 날부터 밤에 하는 생리대까지 다양하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생리대를 써야한다면, 성분을 확인하고 내 피부에 맞는 생리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종류별로 꺼내서 아이에게 보여줘 봤다.
 생리대도 종류가 많다. 양에 따라 다르고, 시간에 따라 다르다. 생리 양이 적은 날, 중간인 날, 많은 날부터 밤에 하는 생리대까지 다양하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생리대를 써야한다면, 성분을 확인하고 내 피부에 맞는 생리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종류별로 꺼내서 아이에게 보여줘 봤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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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만 들으면 생리컵은 정말 신세계군요.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듣긴 했는데 아직 써보지 않은 저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특히 손가락을 넣어서 자궁 높이를 잰다거나 하는 게 뭔가 좀 낯설고 어렵네요. 특히 청소년들에겐 권하기가 왠지 뭐랄까... 집어넣는다는 게... 샘, 제 말뜻 아시겠어요?
"충분히 공감이 가요. 솔직히 우리가 말하는 '청소년'이라는 단어에는 나이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섹스 경험이 없(어야 하)는'이라는 말도 생략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말해서 '질 속으로 성기를 집어넣는 섹스'요. 많은 사람들이 섹스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질 속에 무언가를 집어넣어도 되는지 궁금해 하죠. 아니 애초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 '순결'에 대한 강박 때문 아닐까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하나는 아픔에 대한 두려움이고 또 하나는 '처녀막'이라고 잘못 알려진 '질주름 혹은 질근육(아래 질주름)'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거 같아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여성의 질 안은 고통을 느낄 수 없는 부위예요. 따라서 조금씩 용기를 내어 시도해 본다면 아프지 않게 탐폰(질 속에 넣는 생리대)이나 생리컵 등을 질 속에 넣을 수 있어요. 부드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젤'을 사용해도 도움이 돼요.

문제는 두 번째 이유에요. 우리는 오랜 옛날부터 여성의 질 속에는 아무거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질을 막아서 여성의 순결을 지켜준다는 전설의 '막'이 있다고 배워 왔어요. 이게 바로 '처녀막'이라고 불려왔던 '질주름'이에요. 예전에는 '질주름'이 없어지는 이유가 오로지 '섹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행실이 바르고 제대로 된 여성(처녀)'이라면 결혼 전까지는 섹스를 하지 않고 '질주름'을 지켜야 한다고 사실상 강요되었어요. 

게다가 여성에 따라 첫 섹스를 할 때 질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곧 처녀막이 찢어지는 증거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섹스가 처음인 여성이라면 조금이라도 피를 흘려야 '순결한 처녀'라고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즉, '질주름'은 여성의 '순결함', '순수성' 혹은 '바른 행실', '조신한 몸가짐'의 증거였던 거죠. 반대로 질주름이 없는 여성은, 즉 섹스를 할 때 피를 흘리지 않는 여성은, 부도덕하고 문란하고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성으로 여겼죠.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질주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거나 '성 경험' 사실을 숨기려고 애를 써왔어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진 듯하지만, '질주름'이 그저 질 입구에 존재하는 작은 주름이고, 여성 누구에게나 있지만 없다고 여겨질 만큼 어떤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해요. 스포츠나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질 주름이 늘어나 흔히 말하 듯 사라졌다고 느끼게도 되구요. 누구나 첫 섹스에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도 여전히 '처녀막'의 전설은 많은 여성들을 두렵게 만들고 있어요.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리 때문에 질 속에 무언가를 넣는다는 건 쉬운 도전이 아닐 수밖에요.

하지만 생각해 보아요. 몸속 아주 작은 주름이 있고 없고 때문에, 나아가서는 섹스의 경험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한 사람의, 특히 여성의 도덕성이나 행동 등에 대해 함부로 말하고 평가하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까요. 물론 생리컵과 탐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질주름이 사라지지 않아요. 질주름은 모양이 다 다르지만 링 모양의 주름이에요. 이 질 주름은 질 입구에 있어서 모양에 따라 그리고 주름의 탄력도에 따라 탐폰이나 생리컵을 사용할 때 살짝 피가 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또 워낙 탄력이 뛰어나고 회복력이 뛰어난 부위인 만큼 작은 상처에도 금방 회복이 된답니다.

앞에서 말했 듯 탄력도에 따라 전혀 무리없이 생리컵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만약 질 주름을 건드린다 해도 작은 주름 하나가 늘어났다 줄어든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처녀막의 전설' 같이 왜곡되고 잘못된 이야기 때문에 내 몸의 안전과 편리함을 위한 탐폰과 생리컵을 질 속에 넣지 못한다면 분명 사회 문화 속에 흐르는 가치관들 중 많은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사용해서도 안 되지만, '질주름'과 '왜곡된 순결' 때문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시도조차 못 하지는 말자고요."
 
소중한 우리 몸에서 매달 일어나는 생리. 쉬쉬 하지 말고 당당히 말해보아요
 소중한 우리 몸에서 매달 일어나는 생리. 쉬쉬 하지 말고 당당히 말해보아요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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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생리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생리는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쉬쉬 할 일도 아니라는 거예요! 제가 만났던 한 학생은 첫 생리 때 부모님이 케이크까지 사오셔서 축하 파티도 했지만 막상 파티 이후에 생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고 해요. 축하 파티는 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생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하는 건 여전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인 거죠. 

참 모순적이지요. 생리란 우리가 성장하면서 겪는 몸의 변화 중 하나인데 쉬쉬 하며 생리대 하나도 첩보영화 찍듯 주고받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씁쓸한 거 같아요. 생리 중에 옷이나 이불에 피가 조금이라도 새면 "칠칠치 못한 여자"라는 소릴 듣기도 하죠. 생리 때마다 남이 알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건 생리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일지 몰라요.

매달 "저 생리합니다" 공개적으로 외치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배려를 받아야 하거나 내 몸 상태에 대해 불편함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생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 좋겠어요. 우리가 먼저 조금씩 생리 앞에 당당해지면 어떨까요? 생리대도 연필 빌리듯 당당하게!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생리=진짜 여성'이라는 공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싶어요. 우리는 흔히 생리를 해야 진짜 여자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해요. 생리를 한다는 건 임신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고, 그건 곧 임신을 할 수 있어야 진짜 여성이 된다는 뜻으로 들리지 않나요? 분명 여성들이 생리를 하는 건 맞지만 모든 여성들이 생리를 하는 건 아니에요.

여성들마다 생리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매달 할 수도 있고, 1년에 3, 4번만 할 수도 있어요. 아예 안 하는 여성들도 있고요. 어떤 여성들은 생리통이 너무 심해 아예 생리를 안 하는 시술을 받는 경우도 있어요. 또! 생리를 한다고 해도 아기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고 가지지 않을 수도 있고요.

이런 다양한 상황과 맥락을 무시한 채 단순히 "생리=임신=진짜 여성"이라는 공식을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는 저 공식에 의해 '가짜 여성' 혹은 '부족한 여성' 취급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혹시 생리를 빨리 시작한다고 혹은 늦게 시작한다고, 또 다른 사람과 생리 주기가 다르다고, 생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랍니다.

자, 길고도 길었던 생리 이야기를 마칠 때가 되었어요. 소중한 우리 몸에서 매달 일어나는 생리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자녀들과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요?"

태그:#성교육,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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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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