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 KBS

      
매년 설날과 추석 연휴에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명절용 단발성부터 기존 인기 예능의 하이라이트 모음, 그밖에 정규편성을 목표로 새롭게 마련한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눈도장을 받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곤 한다.

올해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 tvN조차 파일럿 예능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프로그램 하나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정규 편성의 청신호를 밝혔다. 그 주인공은 KBS 2TV를 통해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방송된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탑방')이다.

'뇌섹남+뇌섹녀' 시대를 역행하는 '두뇌 빈곤자'들의 대반란(?)
 
 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 KBS

 
tvN <문제적남자>로 대표되는, 이른바 연예인들의 명석한 두뇌 및 지식+학력 등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들과 달리, <옥탑방>은 정반대의 위치에서 문제 풀이를 시도한다.

총 10문제를 모두 맞혀야 옥탑방에서 퇴근할 수 있는, 지극히 단순한 구성을 표방하는데 개그맨 출신 예능인 4인방(김용만+송은이+김숙+정형돈)과 가수 1명(버즈 민경훈) 등 출연진이 이미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들인 탓에 전체적인 구성은 딱히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출제되는 문제 역시 시사 상식,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긴 하지만 방송 및 인터넷 기사 꾸준히 정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 난이도는 무난하다. 그런데 <옥탑방>은 문제를 맞히느냐의 여부보단 정답을 제시하기까지의 황당한 전개가 예상 외의 웃음 폭탄을 만들어낸다.

방송가의 명석한 기획자로 주목받는 송은이, 과거 대기업 공채 직원이던 정형돈 같은 '나름 브레인'이 포진했지만 실상 문제 풀이 과정에서 이들의 구멍이 속속 드러나면서 '옥탑방 5인방'은 난관을 겪게 된다. 심지어 문제 하나 푸는데 1시간 남짓한 시간을 허비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답답함보단 즐거움을 느낄 만큼 유쾌한 상황을 이끌어낸다.

문제 못 맞추는 '두뇌 빈곤자'면 좀 어떠한가? 옥탑방 안에서만큼 이들 5명은 그 누구보다 월등한 능력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최고의 웃음 천재'들로 빈틈 없이 제 역할을 해준다.

출연진의 확실한 캐릭터 마련
 
 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 KBS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 빠른 시간 안에 시청자들의 마음과 리모콘(?)을 고정 시키는 최적의 방법은 출연진들의 확실한 캐릭터를 각인 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의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다.  오랜 기간 관찰 예능 형태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지만 2년 전부터 등장한 박나래, 이시언, 기안 84 등의 성격 및 특징을 발빠르게 파악한 제작진에 의해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캐릭터 예능'으로 진화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옥탑방>은 파일럿 첫 회만에 주요 출연진의 확실한 캐릭터를 마련하면서 정규 편성시 유리한 상황을 일찌감치 만들어냈다. 출연진 중 유일하게 만남의 기회가 없어 서로 낯을 가리는 김숙과 민경훈이 가장 확실한 자기 색깔을 마련했다.

"형, 누나, 오빠" 등으로 서로를 지칭하는 KBS 개그맨 선후배 출신들과 달리, 서로를 "OO씨"라고 부르는 김숙 vs. 민경훈의 서먹서먹한 만남 그 자체가 이 두 사람을 프로그램의 중심 인물로 만들어나간다.

특히 '협상 요정'이라는 자막을 통해 제작진과 출연진간 힌트 획득 협상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은 김숙, 국회의사당 해태상 밑에 '소망'을 묻었다고 해맑게 웃으며 오답을 제시하는 민경훈을 나머지 3인이 뒷받침하면서, 출연진 5명은 70여분의 방송 시간 내내 기상천외한 문제 풀이로 쉴 틈 없는 웃음 공격을 시도한다.

이런 점만으로도 <옥탑방> 파일럿 1~2회는 나름 성공적인 방송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규 편성된다면 이런 점은 보완되길
 
 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지난 25~26일 방영된 KBS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 < 옥탑방의 문제아들 > 주요 장면. ⓒ KBS

 
비록 동시간대 방영된 MBC의 명절용 인기 예능 <추석특집 2018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와 비교했을 때 시청률 자체는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닐슨 코리아 기준 1회 3.2%)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법 긍정적인 편이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퀴즈쇼 형태의 예능으로 웃음 뿐만 아니라 유익함도 함께 제공한다는 것은 <옥탑방>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규 편성이 성사된다면 보완해야할 사항도 있다.

'문제를 풀고 중간에 야식을 먹고 10개 문제 모두 푼 뒤 퇴근한다'는 기본 구조는 수주 이상 여러 회차 방영을 거듭할 경우, 자칫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안겨줄 수 있는 양날의 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일럿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정규로 투입되면서 곧바로 힘을 잃고 몇 주만에 종영을 맞는 예능도 상당수다.

장기간의 방영을 노린다면 고정 5명의 호흡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초대손님 섭외라든지 퀴즈 방식의 변화 등 다양한 변주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추석특집 옥탑방의문제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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