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모드리치 모드리치가 2018 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 루카 모드리치 모드리치가 2018 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 크로아티아 축구협회

 
2012년 여름 스페인 무대에 입성한 루카 모드리치를 향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당연한 관심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소속으로 팀의 질주를 이끈 모드리치는 EPL을 대표하는 미드필더였다.

결정적으로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모드리치는 유로 2012 조별리그에서 극강의 스페인 중원을 벼랑 끝까지 몰았다. 당시 경기에서 모드리치는 홀로 사비-이니에스타로 이어지는 스페인 허리 라인을 압도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메수트 외질이 있었지만 새로운 플레이 메이커를 원했던 레알에게 모드리치는 매력적인 카드였다. 심지어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 멤버들을 상대로도 꿀리지 않는 모드리치의 능력은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모드리치가 레알 유니폼을 입고 뛴 첫 시즌은 아쉬움이 컸다. 

2012-2013 시즌 레알의 멤버로 합류한 모드리치는 쉽게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외질을 중심으로 사미 케디라-사비 알론소 조합이 뒤를 받치는 중원이 조세 무리뉴 감독의 고정적인 선택이었다. 후반기로 향할수록 기회를 부여 받으며 영향력을 늘렸지만 '발칸의 크루이프'라는 별칭에 부합한 수준은 아니었다.

결국 모드리치는 2012년 스페인 언론 <마르카>가 선정한 최악의 이적생 1위로 선정되는 굴욕을 맛봤다. 2위는 바르사의 신입생 알렉상드르 송이었다. 훗날 송이 바르사에서 아무런 업적 없이 팀을 떠났던 기억을 떠올리면, 송보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모드리치가 얼마나 큰 비판에 부딪쳤는지 이해하기 쉽다. 적어도 2012년에 모드리치는 라리가에서 손꼽히는 실패한 영입 중 하나였다.

안챌로티를 만난 모드리치,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르다

모드리치에게 2012년은 좋지 못한 기억이었다. 2013년은 달랐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케디라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반 년 동안 컨디션을 끌어올린 모드리치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드리치의 능력은 레알의 무기가 됐다.

허나 수비형 미드필더 2명과 공격형 미드필더 1명으로 구성된 고전적인 중원 형태를 선호했던 무리뉴 체제에서 모드리치의 한계는 명확했다. 모드리치 특유의 장점은 무리뉴 아래에서는 갇혀져 있었다.

2013년 여름 레알의 수장이 된 카를로 안첼로티가 모든 것을 바꿨다. 외질을 아스날로 이적시킨 안첼로티는 모드리치를 키플레이로 선택했다. 대부분의 공은 모드리치를 거쳐 전방까지 전달됐다.

무엇보다 안첼로티는 전술의 틀에 모드리치를 가두지 않았다. 무리뉴와 반대로 모드리츠의 강점을 극대화 시키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기존의 플레이 메이커와 달리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한 수비 가담 능력을 지닌 모드리치에게 자유를 부여했다. 안첼로티를 만난 모드리치는 새장을 벗어난 독수리처럼 그라운드 곳곳에 자신의 존재감을 전달했다.

레알이 자랑하는 BBC(벤제마-베일-호날두) 라인에 모드리치의 능력은 축복이었다. 창조적인 패스로 공격 리듬을 살려줌과 동시에 적극적인 수비로 BBC 라인의 수비 부담을 한껏 줄여줬다. 2012년 최악의 이적생으로 뽑히는 굴욕을 당했던 모드리치는 레알의 2013-2014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혁혁한 공을 세우며 반전을 일궈냈다. 모드리치가 부정할 수 없는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지구촌 최고의 미드필더 모드리치, '메날두의 시대'마저 끝내다

2013-2014 시즌을 통해 레알의 부동의 콘트롤 타워로 입지를 굳힌 모드리치의 쾌속 질주는 계속됐다. 2014년 레알에 영입된 토니 크로스와 함께 막강한 중원 라인을 형성했다. 패스와 탈압박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크로스-모드리치 조합의 기술은 점유율 축구의 화신 바르사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2014-2015 시즌을 부상으로 고생한 모드리치는 2015-2016 시즌 초중반 새롭게 감독으로 부임한 지네딘 지단을 만나 다시 한 번 성장했다. 역사상 최고의 플레이 메이커 지단의 지휘 아래 모드리치는 역사에 남을 미드필더가 됐다.

지단 감독은 에너지가 떨어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를 중앙 공격에 집중시키고, 풀백 마르셀로와 다니엘 카르바할을 전진시켜 측면 공격을 메웠다. 자연스럽게 풀백들이 비우고 나간 뒷공간은 상대의 먹잇감이 됐다.

지단은 모드리치의 활동량으로 이 약점을 커버했다. 모드리치는 공격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하는 일반적인 플레이 메이커와 다르게 기능했다. 수비 상황에서도 공격 지역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풀백들이 밀고 올라간 자리는 모드리치가 채웠다. 수비형 미드필더 카세미루가 있었지만 모드리치는 쉬지 않고 수비 강화에 힘썼다.

모드리치의 헌신은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금자탑으로 귀결됐다. 골 넣는 기계 호날두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힘을 집중하고, 측면에서 웬만한 공격수보다 날카로운 풀백들의 공격 지원은 상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모든 공간에서 등장하는 모드리치의 존재는 알고도 막지 못하는 레알의 공격 공식의 시발점이었다.

이미 지구촌 최고의 미드필더 반열에 등극한 모드리치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마저 정복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주장으로 팀을 결승까지 인도했다. 전력에 비해 국제 대회 성적이 아쉬웠던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결승전까지 진격했다.

아쉽게도 결승전에서 프랑스에게 2-4 패배를 당했지만 전 세계 대다수 팬들이 크로아티아의 우승을 바랐을 정도로 그들의 여정은 아름다웠다. 월드컵 챔피언은 놓쳤지만 위대한 플레이를 선보인 모드리치에게 월드컵 MVP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2018년 역사를 써 내려가던 발칸 반도의 축구 천재는 기어코 '메날두(메시, 호날두)의 시대'마저 종결시켰다. 모드리치는 지난 25일 영국에서 열린 더 베스트 국제축구연맹 풋볼 어워즈 2018(The Best FIFA Football Awards 2018)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이날 수상으로 모드리치는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메날두를 제치고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이는 메날두의 시대를 끝낸 이는 네이마르도 아자르도 아닌 모드리치였다.

이제 모드리치의 다음 목표는 발롱도르 수상이다.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마찬가지로 지난 지난 10년 간 발롱도르는 메날두의 것이었다. FIFA 올해의 선수상 수상으로 모드리치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졌다. 2012년 라리가 최악의 이적생은 라리가의 왕들을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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