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전이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에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9.25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전이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에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8.9.25 ⓒ 연합뉴스

 두산이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고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5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13-2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잔여 12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1995년, 2016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양대리그 체제였던 1999년 제외).

힘든 여정을 거친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11월 초로 예정된 한국시리즈까지 한 달 이상의 여유가 생겼다. 김태형 감독은 잔부상이 있거나 피로가 누적된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치료의 시간을 주며 한국시리즈에 대비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산이 남은 12경기를 마냥 소홀히 대할 수는 없다. 잔여경기에서 만들 수 있는 선수들의 의미 있는 기록들이 있기 때문이다.

원투펀치의 완성, 프랭코프의 20승과 린드블럼의 2점대 평균자책점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은 KBO리그에서 외국인 원투펀치의 활약은 강 팀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다. 두산 역시 올 시즌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될 때까지 33승과 318이닝을 합작하며 '토종 원투펀치' 유희관, 장원준이 부진했던 두산의 선발 마운드를 이끌었다. 하지만 두 투수는 정규시즌 남은 경기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미션이 있다.

먼저 린드블럼의 2점대 평균자책점 유지다. 타고투저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KBO리그에서는 작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발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두산에서 가장 많은 이닝(168.2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린드블럼이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면 더욱 난공불락의 에이스로 위용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린드블럼은 이미 규정이닝을 충분히 넘긴 상태이기 때문에 잔여 경기 등판을 하지 않아도 올 시즌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다. 

후랭코프의 20승은 결코 만만치 않은 미션이다. 25일 현재 다승 1,2,3위가 모두 두산 선수인 만큼 올 시즌 후랭코프의 다승왕 등극은 이미 예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두산의 잔여 경기를 봤을 때 '초특급 에이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20승 고지는 후랭코프에게도 쉽지 않다. 후랭코프가 남은 경기에서 2~3차례 선발 기회를 얻는다 해도 이미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만큼 타선의 높은 득점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2점 대 평균자책점과 20승 투수로 한국시리즈를 맞는다면 두산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상대에게 주는 압박감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KIA 타이거즈의 '20승 듀오'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에게 느꼈던 부담처럼 말이다. 게다가 두산의 3선발은 25일 토종 선발 중에서 가장 먼저 14승 고지에 오른 이용찬이다. 상대에게는 2016년 '판타스틱4'에 버금가는 부담일 것이다. 

해태-현대-삼성에 이어 한 시즌 10승 투수 5명에 도전

현역 좌완 최다승(129승)에 빛나는 '꾸준함의 대명사' 장원준은 2015년 두산 이적 후 3년 동안 정규리그에서만 518이닝을 던지며 41승을 기록했다. 여기에 세 번의 가을야구에서 4승을 따내며 '빅게임 피처'로서의 위엄을 과시했다. 두산은 개인 통산 2번째 FA를 앞둔 장원준이 올 시즌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된 현재 장원준은 3승6패2홀드9.94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나마 다행스런 사실은 올해 함덕주와 보직을 바꾼 이용찬이 선발 투수로 환상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점이다. 장원준이 빠진 자리에는 프로 3년 차 유망주 이영하가 채웠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영하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투수로 변신해 9승3패2홀드5.54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특히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에는 3번의 등판에서 3승2.60으로 뛰어난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2013년 등장해 두 자리 승수를 올린 '느림의 미학' 유희관 역시 올해는 승수를 쌓는 속도가 예년만 못하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66승을 올렸던 관록 있는 투구로 시즌 내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6.97의 평균자책점은 결코 만족하기 힘든 수치이지만 어느덧 9승을 따내며 베어스 역사상 최초의 6년 연속 10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유희관과 이영하는 잔여 경기에서 1승만 더 거두면 나란히 10승 투수가 된다. KBO리그 역사에서 한 시즌 5명 이상의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올린 것은 1993년의 해태 타이거즈(6명)와 1998년의 현대 유니콘스, 2015년의 삼성 라이온즈 밖에 없었다. 세 팀 모두 '왕조'라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산이 그들의 역사에 도전장을 던지기 위해선 반드시 유희관과 이영하의 10승이 필요하다.

김상호-우즈에 이어 통산 3번째 잠실 홈런왕에 도전하는 김재환

지난 1995년 25홈런, 101타점으로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하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터미네이터' 김상호는 OB 베어스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3년 후 '흑곰' 타이론 우즈가 '연습생 신화' 장종훈이 보유하고 있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42개)을 갈아 치우며 두 번째 잠실 홈런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지난 19년 동안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홈런왕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2016년, 타고난 장타력을 인정 받으면서도 '만년 유망주'의 탈을 벗지 못했던 김재환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타격기계' 김현수(LG트윈스)의 빈자리를 메우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김재환은 2016년 134경기에서 타율 .325 37홈런124타점107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김재환은 작년 시즌에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340 35홈런115타점110득점으로 2016년의 대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2010년대를 대표하는 두산의 4번 타자로 완전히 자리 잡은 김재환은 올해 1998년의 우즈 이후 20년 동안 계보가 끊어졌던 베어스 소속의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김재환은 올 시즌 두산이 치른 131경기 중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349 43홈런129타점10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연속 3할 30홈런100타점100득점 기록은 이승엽이나 박병호(넥센),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 같은 '괴물'들도 오르지 못했던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김재환은 25일까지 홈런 공동2위 제이미 로맥(SK)과 박병호(이상 40개)에게 3개 앞선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다고 해서 휴식을 위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라도 하면 몰아치기에 능한 로맥과 박병호에게 언제 추월을 허용할지 모른다. 홈런과 타점, 최다안타(174개)까지 최대 3관왕 등극이 유력한 김재환의 MVP 레이스를 위해서라도 시즌 막판까지 홈런왕 경쟁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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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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