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KBO 리그는 두산 베어스가 정규 리그 1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매직 넘버1'로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예약해 둔 상황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려 있는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2위 경쟁, 가을야구행 막차를 타기 위한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의 5위 싸움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야구 팬들의 관심과는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상위권 팀들 못지 않게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는 두 팀이 있다. 바로 탈꼴찌 경쟁을 벌이는 NC다이노스와 kt위즈다. 창단 첫 최하위를 당할 수 없다며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NC와 4년 연속 최하위 수모에서 벗어나려는 kt의 경쟁은 상위권 팀들의 경쟁 만큼이나 치열하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현장의 입장과는 달리 이미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된 만큼 프런트에서는 내년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한 해 농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과 재계약은 구단의 다음 시즌 준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 NC와 kt 모두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를 정하는 데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00만 달러 상한 규정으로 더 나은 선수 구할 수 있을까
 
베렛, 만루 위기 20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무사 만루상황에서 NC 베렛이 위기에 처하자 코치와 포수가 마운드로 모이고 있다. 2018.9.20

▲ 베렛, 만루 위기 20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무사 만루상황에서 NC 베렛이 위기에 처하자 코치와 포수가 마운드로 모이고 있다. 2018.9.20 ⓒ 연합뉴스

 
NC는 작년 시즌 외국인 원투펀치 에릭 해커(넥센 히어로즈)와 제프 맨쉽이 24승을 합작하고 새 외국인 타자 자비어 스크럭스가 35홈런 111타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NC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의 투구간격을 고집하던 해커와 잦은 부상 속에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한 맨쉽으로는 우승에 도전하기 힘들다고 판단, 검증된 두 외국인 투수와의 이별을 선택했다.

해커, 맨쉽을 떠나 보낸 NC는 대만 출신의 좌완 왕웨이중과 빅리그 6승 경력의 우완 로건 베렛을 영입했다. 왕웨이중은 4월까지 3승1패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한 뛰어난 실력과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지면서 NC 팬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5월 말부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7월 말에는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까지 무산됐다.

베렛의 경우 심한 기복이 문제였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도 심심찮게 기록하지만 흔들리는 날에는 5회 이전에 강판되기 일쑤였다. 다행히 베렛은 8월 이후 7경기에 등판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찰리 쉬렉과 해커, 재크 스튜어트 같은 정상급 외국인 투수를 보유했던 NC에게 6승9패5.08의 베렛이 성에 찰 리 만무하다.

작년 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메이저리그로 역수입된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를 잊게 만들어준 스크럭스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 24일까지 25홈런90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스크럭스는 작년 시즌 대비 타율이 .041(300→.259), 장타율이 .103(.595→.492)나 하락했다. 스크럭스는 10개 구단 1루수 중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실책을 저질렀을 정도로 수비에서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내년 시즌부터 적용될 새 외국인 선수 몸값 100만 달러 상한 규정이다. 물론 85만 달러의 몸값으로 40홈런을 치고 있는 제이미 로맥(SK)이나 18승을 기록 중인 세스 후랭코프(두산)도 있지만 100만 달러 이하의 몸값으로는 데려 올 수 있는 선수의 폭이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과연 이 중에서 25홈런90타점을 칠 수 있는 슬러거와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좌완 투수를 구할 수 있을까. NC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검증된 외국인 듀오 피어밴드와 니퍼트, 하지만 둘이 합쳐 14승
 
로하스 홈런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초 2사, kt 로하스가 우월 솔로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기뻐하고 있다. 2018.9.13

▲ 로하스 홈런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초 2사, kt 로하스가 우월 솔로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기뻐하고 있다. 2018.9.13 ⓒ 연합뉴스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고민스러운 NC와 달리 kt는 그나마 고민의 폭이 조금 줄어든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정상급 타자로 거듭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무조건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연봉 100만 달러를 받는 로하스는 타율 .311 39홈런108타점104득점으로 외야수로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빼앗기지 않는다면 당연히 재계약 0순위다.

반면에 두 명의 베테랑 투수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작년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한 라이언 피어밴드는 연봉 105만 달러를 받는 올 시즌 24경기에서 7승7패4.13을 기록하고 있다. 1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을 만큼 투구 내용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역시 승수와 승률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 시즌 kt가 기대했던 피어밴드의 최소 승수는 10승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210만 달러였던 연봉을 100만 달러까지 낮추며 kt 유니폼을 입은 더스틴 니퍼트의 구위도 명불허전이다. 니퍼트는 올 시즌 26경기에서 1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토종 선발진이 무너진 kt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니퍼트의 시즌 성적 역시 7승7패 ERA 4.37에 불과하다. 아직 두, 세 차례 등판 기회가 남아 있지만 기대했던 두 자리 승수 달성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kt는 올해 '슈퍼루키' 강백호가 입단했고 FA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황재균을 영입했으며 로하스가 '몬스터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원투펀치 피어밴드와 니퍼트는 여전히 극심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kt는 마무리 김재윤이 7개의 블론 세이브(공동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심한 기복을 보였고 시즌 내내 이렇다 할 필승조도 구축하지 못했다. 

니퍼트는 올해 만으로 37세 시즌을 보내고 있고 피어밴드 역시 만 33세로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갑자기 구위가 하락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부상을 당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kt가 내년 시즌 피어밴드와 니퍼트를 포기하고 합작 300이닝을 책임질 새 외국인 투수 듀오를 구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kt는 내년에도 둘이 합쳐 칠순을 넘긴 이 노장 투수들에게 마운드를 맡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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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KT위즈 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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