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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여행길은 항상 열려 있으면 안 되나요?"

18.09.24 15:5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추석을 맞아 아들과 딸내외가 모두 집에 왔다 갔다. 이어 아들은 처갓집으로, 딸은 시댁으로 출발했다. 딸보다 하루 늦게 집에 온 아들은 내가 회갑을 맞는 내년 1월에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노라고 거듭 다짐했다.
회사 직원이 추석 전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 또한 연전의 회갑을 기념하여 자녀들이 보내준 해외여행이었다. 회갑(回甲)은 '환갑(還甲)'으로도 부르는데 예순한 살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과 달리 과거엔 회갑까지만 살아도 장수(長壽)한다고 쳤다.
그래서 그를 기념하여 자녀들이 잔치를 열어주고, 여행까지 시켜주곤 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은 '백세인생'이라는 말처럼 회갑은 양로원(養老院)조차 입원(入院)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아무튼 아들의 해외여행 거론에 나는 다시금 손사래를 쳤다. "우리나라도 구경할 데가 쌔고 쌨거늘 굳이 외국까지 나갈 생각은 없다." 이 같은 이유는 먼저 아내의 건강이 나빠서다. 외국에 나갔다가 혹시라도 건강이 악화된다면 과연 어찌 되겠는가!
그건 바로 환갑이 아니라 그야말로 환장(換腸)할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론 국내에도 여행할 곳이 지천인 까닭이다. 작년에 아들 덕분에 1박을 하고 온 '여수밤바다'의 야경은 실로 매혹적이었다. 간장게장 또한 어찌나 맛이 있던지...!
그래서 아들이 보내주겠다는 해외여행의 대체지(代替地)인 제주도보다는 여수가 차라리 낫지 않을까도 싶다. 아니면 보령이나 서천 등의 항구 역시 싱싱한 생선회까지 맘껏 먹을 수 있으니 그 어찌 좋지 않겠는가.
남북관계가 해빙 모드에 접어들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의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회갑여행은 당연히 금강산이 1순위로 변동될 게 틀림없다. 회갑여행을 가는 데 있어 우리부부가 동행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일 터.
그렇게 된다면 아내는 두 번째의 금강산 여행이 되는 셈이다. 오래 전 모 정부기관에서 국민기자로 왕성한 필력을 떨쳤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금강산 무료관광의 특전이 주어졌다. 그러나 아내가 못내 마음에 걸렸다.
때문에 담당자에게 부탁하여 나 대신 아내가 금강산을 갈 수 있었다. 아내는 지금도 금강산의 그 수려(秀麗)함을 칭찬해마지 않는다. 인생을 살면서 세 가지 피해야 할 우환이 있다고 했다.
소년출세(少年出世)와 중년상처(中年喪妻), 노년무전(老年無錢)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나에게 해당하는 것은 '노년무전'이다.
그렇긴 하지만 효자 아이들이 회갑여행을 보내주고 그 경비를 모두 대겠다고 하니 차마 아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마디 더. "금강산 여행의 길은 남북관계와는 상관없이 항상 열려 있으면 안 되는 건가요?"
첨부파일
20180919_18582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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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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