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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세상에 이름이 널리 퍼져 좋은 평판을 받을 때 명성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명성은 하루아침 하늘에서 뚝딱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이름을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끊임없는 연구가 뒷받침되고, 그에 따라 차곡차곡 내공이 쌓일 때 이뤄집니다. 명성은 곧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음을 의미합니다.

5대째 대를 이어온 리스본의 맛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벨렘지구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우리는 한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이드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빵이 이곳 리스본에 있어요. 바로 에그 타르트이지요. 저는 너무 맛있어서 이곳에 올 때 마다 꼭 사먹게 돼요. 테이크아웃으로 사먹을 수 있지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는 에그 타르트(Egg tart)가 이곳 리스본이 원조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습니다. 원조의 맛은 과연 어떠할까? 우리는 수도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게가 있다하여 단체로 주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비교적 쉽게 구입했네요. 어떨 때는 너무 기다리다 그냥 오는 수가 많았는데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구입한 에그 타르트. 개당 1유로 정도입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구입한 에그 타르트. 개당 1유로 정도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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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구워낸 걸 사왔는지 따끈따끈합니다. 가격은 한 개에 1유로 남짓. 우리 돈으로 환산한다면 1300원 정도이니 한입거리 값으로는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겹겹이 부서지는 빵 위에 설탕을 뿌린 뒤, 토치램프 같은 것으로 그을렸는지 검게 그을린 캐러멜라이징(Caramelizing) 비주얼이 아주 먹음직스럽습니다. 
 
에그 타르트는 바깥 빵은 바삭거리고, 안쪽 크림은 말랑말랑한 맛이 참 좋습니다.
 에그 타르트는 바깥 빵은 바삭거리고, 안쪽 크림은 말랑말랑한 맛이 참 좋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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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베어 물자 그 맛이 독특합니다.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아내가 맛을 이야기 합니다.

"바깥 빵은 바삭거리고, 안쪽 크림은 말랑말랑 폭신! 달달한 맛이 감미롭네. 간식으로 몇 개를 먹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에그 타르트는 밀가루 반죽으로 결을 내서 구운 페이스트리(Pastry)는 바삭하고, 속은 계란의 부드러움이 녹아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맛과는 좀 다릅니다. 내 입맛에도 참 좋습니다. 
 
작은 파이 크기의 에그 타르트. 후식으로도 좋고, 간식으로 먹어도 제격입니다. 검게 그을린 캐러멜라이징 비주얼이 맛을 더합니다.
 작은 파이 크기의 에그 타르트. 후식으로도 좋고, 간식으로 먹어도 제격입니다. 검게 그을린 캐러멜라이징 비주얼이 맛을 더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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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어린아이들처럼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맛있게 먹습니다. 에그 타르트는 후식으로도 좋지만, 누구나 좋아할 간식으로 제격입니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으면 맛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빵을 포장해온 박스를 보니, '파스테이스 드 벨렘'(Pastéis de Belém)이란 상표가 선명합니다. 에그 타르트를 처음 시작한 가게라고 합니다.

"여기 'desde 1837'이란 숫자 보이죠? 1837년에 가게 문을 열었다는 거예요."
"그럼, 몇 년이나 된 빵집이란 거야!"
"그러니까 올해로 181년이 되는 셈이죠."
"와! 대단한 빵집이네요."

 
1837년에 가게 문을 연 이래 180여년 동안 5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에그 타르트의 원조 가게 상표입니다.
 1837년에 가게 문을 연 이래 180여년 동안 5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에그 타르트의 원조 가게 상표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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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연 지가 무려 180여 년이란 소리에 빵이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5대째 대를 이어 에그 타르트를 만들고 있다니, 그 역사와 명성에서 맛을 증명하고도 남습니다.

역사와 그 명성의 에그 타르트
  
리스본 항구 입구에 서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포르투갈 예술의 백미로 꼽히는 건축물로서 1502년에 건설되었습니다. 이곳 수도원 수녀님들이 계란노른자를 활용하여 에그 타르트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리스본 항구 입구에 서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포르투갈 예술의 백미로 꼽히는 건축물로서 1502년에 건설되었습니다. 이곳 수도원 수녀님들이 계란노른자를 활용하여 에그 타르트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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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 타르트는 리스본 벨렘지구 제로니무스 수도원 수녀들이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수도원에서 수녀들이 옷깃에 풀을 먹일 때, 계란 흰자를 사용하였는데, 이때 버려지는 계란노른자를 이용하여 만들어 먹은 게 에그 타르트의 시초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수도원에서 만들어 먹은 에그 타르트는 맛난 간식이 되었고, 나중 그 비법이 빵가게에 전해지면서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그 타르트가 된 것입니다.

에그 타르트는 작은 파이의 일종입니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서 그 위에 계란노른자, 설탕, 생크림, 바닐라 등을 섞어 만듭니다. 이곳 에그 타르트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데, 재료를 섞는 배합비율과 제조과정에서 특유의 맛을 내는 노하우가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180여년의 대를 이어 전통을 지켜온 정신을 높이 살 만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만의 에그 타르트의 비법은 철저히 보안에 부쳐지고 있습니다. 특유의 노하우는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도 모른다고 합니다. 빵 만드는 핵심적인 기술은 '비밀의 방'이라는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밀의 방을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비법을 전수 받은 사람으로 제한된다고 합니다. 원조의 맛을 그대로 지키려는 노력이 대단합니다.

우리도 우리의 맛과 멋을 장인정신에 담아 수백 년 이어지는 가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파스테이스 드 벨렘’ 빵가게. 하루에 수만 개 에르 타르트가 팔려나간다고 합니다. 테이크아웃으로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파스테이스 드 벨렘’ 빵가게. 하루에 수만 개 에르 타르트가 팔려나간다고 합니다. 테이크아웃으로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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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노른자를 이용하여 독특한 맛을 선보여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리스본의 에그 타르트. 오로지 에그 타르트를 맛보기 위해서 다시 리스본을 찾는다는 여행자가 있을 정도라고 하면 더 이상 그 명성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묘한 맛에 이끌린 나로서도 리스본에서의 에그 타르트는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습니다.

태그:#에그 타르트, #제로니무스 수도원, #포르투갈,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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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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