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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비차>를 쓴 김동민 소설가.
 소설 <비차>를 쓴 김동민 소설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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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수레인 '비차(飛車, 비거)'. 이는 조선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비행기였다. '비차'를 복원하고, 뮤지컬에 영화를 만드는 작업까지 진행되고 있다.

비차는 임진왜란 진주성싸움 때 조선의 무동력 비행기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열었던 상상비행이나, 미국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보다 훨씬 앞서 1592년 조선의 하늘을 날았던 것이다.

인류 항공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놀라운 사실을 픽션으로 재탄생시킨 사람은 김동민 작가. 그가 2016년 10월 장편소설 <비차>(전 2권)를 내놓은 뒤 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차를 만든 이는 전북 김제 출신 발명가이자 군관인 정평구(鄭平九). 그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이 왜군에 포위 당했을 때, '나는 수레'인 비차를 만들어 타고 성 안으로 날아 들어가 성주를 태우고 30리(12km) 밖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김 작가는 진주 출신 '강조운'이란 가상인물을 내세워 경상·전라·충청도를 아우르는 삼남(三南) 사람들이 힘을 합쳐 비밀 병기인 '비차'를 완성한다는 내용으로 엮었다.

조선시대 하늘을 나는 수레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게 아니다. 근거가 되는 역사 기록이 많다. 신경준(申景濬, 1712~1781)의 <여암전서(旅菴全書)>에는 "성주와 친한 어떤 이가 비거를 만들어 성 중으로 날아 들어가 성주를 태워 30리를 날아 왜적의 칼날에서 피할 수 있었다"고 적혀있다.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비거는 네 사람 가량 태울 수가 있고, 모양은 따오기와 비슷한데 배를 두드리면 바람이 일어나 공중으로 떠오르고 …"라고 되어있다.

또 권덕규(權悳奎, 1890~1950)의 <조선어문경위(朝鮮語文經緯)>에 보면 "정평구는 조선의 비거 발명가로 임진란 때 진주성이 위태로울 때 비거로 친구를 구출해 삼십리 밖에 내렸다"고 나와있다.

일본 역사서 <왜사기>에는 "전라도 김제에 사는 정평구가 비차를 발명하여 1592년 10월 진주성 전투에서 이를 사용하였다"고 해놓았다. 김동민 작가는 이런 역사 기록에 착안해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비차'를 재현한 것이다.

'비차'는 라이트 형제가 1903년에 띄운 '플라이어호'보다 311년이나 앞섰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비차'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계속 이어지지 않았을까.

김동민 작가는 비차의 생김새는 기록에 있는 대로 '따오기' 혹은 '고니'로 했고, 재료는 대나무와 무명천, 화선지, 가죽, 마끈, 소나무와 참나무로 정했다. 그리고 비차에는 대장간 풀무 같은 장치와 쥐불놀이의 원리가 있어 하늘을 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김동민 작가는 "비차가 존재했다면 왜 그에 대한 기록이 없고, 계속해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회의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사천 항공우주박물관의 <비차> 설명 자료.
 사천 항공우주박물관의 <비차> 설명 자료.
ⓒ 항공우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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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뮤지컬 제작에 이어 실제 복원도 추진

<비차-진주대첩 비밀병기(가제)>가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영화사 '비차'와 극단 '바투컴퍼니', 비차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 "진주대첩 비밀병기 비차 영화·뮤지컬 복원 제작 공식 발표"를 하기도 했다.

김동민 작가의 원작을 퓨전 역사 드라마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영화는 2019년 하반기부터 촬영에 들어가 2020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작사측은 "대장간의 풀무 원리를 이용하여 계속 바람을 일으켜 비차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장착한 기구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원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과 안쪽을 향하려는 구심력이 작용하는 쥐불놀이의 원리를 활용한다. (...) 정평구는 화약을 아주 잘 다루는 군관이었으며, 진주 남강의 자연 바람과 강물의 양력(楊力)도 이용한 천재 과학자로 그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바투컴퍼니는 "비차-다시 나는 새"라는 제목으로 90분 분량의 교육용 뮤지컬도 제작한다.

비차를 실제로 복원 제작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김동민 작가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과학자들과 함께 '비차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하는 것이다. 이미 '비차 문예 과학기술융합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김동민 작가는 "조선시대에 사람을 태우고 12km나 날아갔다고 하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비차에 대한 설계도나 그 원리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게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이야기이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비차에 대해 잘 믿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대단해서 그런 것 같다"며 "긴가민가 하는데, 비차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부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점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항공우주박물관에는 <비차> 모형을 만들어 전시해 놓았고, 교육방송 '역사채널'에서도 비차에 대해 방송하기도 했다.

김동민 작가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에는 열광하면서 왜 한국의 정평구가 만들었던 비차는 기억에서조차 지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관심부터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 그리고 진주사천의 국가항공산단이 이곳에 자리하게 된 것도 '비차'와 인연이라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조선시대 '진주목'은 사천도 포함되었다.

김동민 작가는 "조선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비행기인 비차를 오늘에 재현시키고 싶다"며 "그래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 최장의 항공우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태그:#비차, #김동민 작가, #진주성전투, #정평구, #항공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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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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