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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까지 CJ대한통운 신경주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들은 대리점장에게 과도한 수수료 공제를 당해왔다. 자신들이 땀 흘려 일한 대가에서 최대 23%를 대리점 운영비라는 명목으로 냈지만, "당연한 줄, 남들도 다 그렇게 내며 살아가는 줄" 알았다. 

그 무렵 매달 진행되던 '택배기사권리찾기모임'을 통해 바보처럼 당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똘똘 뭉쳐 투쟁하여 대리점수수료를 10%로 낮출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싸움의 선두에는 이진성 조합원이 있었다. 
 
이진성조합원을 해고한 CJ대한통운 대리점장에 맞서, 경주택배노동자들은 굽힘없이 투쟁하였다.
 이진성조합원을 해고한 CJ대한통운 대리점장에 맞서, 경주택배노동자들은 굽힘없이 투쟁하였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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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장은 이진성 조합원의 '사업자등록증'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지난 7년간 대리점장은 이진성 조합원이 사정상 사업자등록증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함께 일해 왔는데, 2017년 2월 갑자기 '사업자등록증 취득하지 않을시 해고하겠다' 압박한 것이다. 

급기야 이진성 조합원이 3월 29일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4월 3일자로 해고됐다. 그런데 이진성 조합원이 해고된 날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경주지회가 창립된 다음날이었다.

신경주대리점 점장의 악행은 고율의 수수료 공제 외에도 너무나 많았다고 이진성 조합원은 주장한다. 산재보험료를 기사들에게 전가하다 들통이 나서 환불해주기도 했고. 배송 중 사고로 팔이 부러진 사람을 출근시켰으며, 대리점 업무로 인한 콜벤 비용을 수수료에서 선공제하는 등의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보복해고를 자행한 당사자가 퇴출된 이후에도 이진성조합원은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오늘도 해고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보복해고를 자행한 당사자가 퇴출된 이후에도 이진성조합원은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오늘도 해고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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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터미널 대부분의 택배기사들은 이진성 조합원의 편에 섰고, 마침내 CJ대한통운은 2017년 6월 20일 대리점장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당연히 될 줄 알았던 복직은 늦어지기 시작했다. 복직을 협의할 새 대리점장 선임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동료들이 물량을 나눠줘서 지난해 9월부터 다시 조금씩 일을 시작했지만, 이진성 조합원의 처지는 말이 아니었다. CJ대한통운은 취업과 같은 코드 발급을 거부한 데 이어, 일하는 과정에서도 모멸감을 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이진성조합원 외 여러 사람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 지난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이러한 CJ대한통운의 블랙리스트를 고소하였다.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이진성조합원 외 여러 사람들의 재취업을 방해했다. 지난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이러한 CJ대한통운의 블랙리스트를 고소하였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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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동료들과 같이 하차작업을 같이 하며 배송물건을 실을 수 있었지만, 노동조합과 충돌이 있을 때마다 경주지점 직원들은 이진성 조합원에게 "외부인은 나가라"며 경찰을 불렀다고 한다.

"너무 힘들었지. 나를 위해 짐을 나눠주고 사번 빌려준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봐 전전긍긍 할 수 밖에 없고... 코드 없이 일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더라. 동료들 사이에서 이질감도 느껴지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현장을 떠나고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이진성 조합원은 서울로 올라오기 전 그동안 아내에게 숨겨왔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회사가 선처해주기를 바라며 조용히 있었는데, 싸워서 얻지 못하면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겠더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농성을 하겠다 밝히는 남편에게 아내는 말했다. 

"마음고생하지 말고 원 없이 싸워라. 빼앗긴 것 있으면 찾아와라."
 
"취업방해 블랙리스트 해결" 등을 염원하며, 이진성 조합원은 추석 당일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냈다
 "취업방해 블랙리스트 해결" 등을 염원하며, 이진성 조합원은 추석 당일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냈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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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택배연대노조, #해고는살인이다, #CJ대한통운갑질, #택배재벌적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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