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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앞에 선 미국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대중국 포위망의 '누수' 에 대처하기 위하여
18.09.22 22:4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다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 조야의 시각은 싸늘해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정말로 핵포기를 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핵심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대부분의 미국 대북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현 동북아 정세에서 무엇이 핵심인지 놓치고있다. 그들은 오로지 비핵화가 얼마나 진척이 되냐 안 되느냐만 보고있다. 물론 비핵화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작금의 국제정세,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의 첨예화라는 숲에 비하면 북한의 비핵화는 나무에 불과하다.
 이라크전쟁의 처참한 실패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겪으며 미국은 추락하고 있었다. 중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단숨에 경제력 2위 국가로 발돋움하며 당당히 G2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미국도 '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라는 구호를 내걸고 다시 동아시아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셰일혁명과 국내 경기 호전을 통해 하락세를 딛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채비를 마쳤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을 조이는데 그치지 않고 관세폭탄을 투하하는 등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최근 트럼프의 관세폭탄 릴레이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중미 무역전쟁이 대륙세력 대 해양세력의 패권투쟁의 양상을 보인다며 세간의 예측과 달리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를 "뉴 노멀"이라고 이름지었다. 
 헌데 다들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무역전쟁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그 누구도 대중국 포위망에 누수가 생겼다는 사실을 눈치채고있지 못하는 듯하다. 누수의 근원지는 바로 북한이다. 그리고 누수를 낸 것은 2017년 11월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게임체인저' 화성-15형이다. 이 ICBM은 미국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9.11 테러와 같은 참사를 수도없이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대중국 포위망의 누수는 오바마 시절에도 있었다. 북한은 계속해서 핵실험을 했다. 이것이 누수의 근원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대중국 포위망을 완성하는 데에만 급급하여 북한 핵문제는 뒷전이었다. 애써 누수를 못 본 척하며 현상 유지만 되기를 랬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소형 핵탄두 제작을 완료하고 화성 15형 발사에도 성공하자 이 누수는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과 ICBM이 야기한 대중국 포위망의 누수에 대한 현재 미국의 대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서거나, 아니면 뒤로 빠진 채 북한이 고사할 때까지 제재를 가하거나. 물론 또 하나의 선택지가 있다. 대북 선제폭격이다. 그러나 이는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다.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에 따르면 오바마는 대북 선제폭격을 검토했다가 북한 핵시설의 85%정도밖에 파괴할 수 없고 또 남한에 궤멸적인 피해가 가해질 것을 우려해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의 제거 시도는 자칫하면 제3차 세계대전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러니 미국에게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두번째 선택지 또한 미국이 고를 수 없다. 정말로 미국이 끝까지 북한을 제재해서 북한을 고사 일보 직전으로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벼랑에 내몰린 북한 지도부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다고 하며 미국 본토를 향해 소형 핵탄두를 단 ICBM를 대거 발사한다면? 그 결과는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북한이 정말로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는 걸 중국과 러시아가 보고만 있을 리도 없다. 어떻게든 뒷문으로 살 길을 열어줄게 분명하다. 결국 제재를 통한 북한 고사 작전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남은 건 미국이 적극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것뿐이다. 미국은 이 협상을 어떻게든 성공시켜야만 한다. 만약에 미국이 협상에 실패하고 북한 핵문제를 방기해 버린다면, 누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중국 포위망이 붕괴해버릴 위험이 있다. 당장 북핵을 눈 앞에 둔 한국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체 핵무장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일본도 개헌을 통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거듭나려고 할 것이다. 북핵을 둘러싼 북-중-러와 남-미-일의 대치가 격화될 것이다.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손놓아버리면 한국에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열거한 예측은 일부에 불과하다. 실현될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점이 하나 있다. 미국이 북핵 협상에 실패하면 동북아 정세는 그야말로 '통제불가능'에 빠지고 말 것이다.
 다행히도 이보다는 희망적인 시나리오가 미국 앞에 놓여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경제지원과 핵무기를 교한하는 빅딜을 성사시켜 북한 비핵화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북핵협상을 적극 중재한 대가로 남북통일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남북 분단의 현상 유지를 선호하던 미국은 결국 통일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다.
 
이는 동북아 정세를 뿌리부터 재정립할 수 있다. 그 이후의 정세가 미국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핵 협상에 실패한 이후의 시나리오보다는 나을 것이다. 잘하면 통일의 결과로 자코타(일본-남한-대만) 트라이앵글의 한 축이 서울에서 평양까지 올라가 대중국 포위망을 더 견고히 조일 수도 있다.

미국에는 선택지가 없다. 북핵협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북한의 태도가 어떠니, 살라미 전술이 어떠니, 사찰이니 검증이니 이렇니 저렇니 하면서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된다. 미국이 통 큰 양보를 해 최대한 빨리 빅딜을 성사해야만 한다. 이미 대중국 포위망의 누수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봇물처럼 터져나와 포위망이 붕괴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막아야만 한다.
 
결국 미국은 한가로운 처지도 아니다. 또 결코 시간이 미국의 편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을 동반으로 등정했다. 아베와 시진핑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암암리에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또 일본은 북한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한반도까지 연결하는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푸틴은 남북평화가 자신에게 줄 편익을 계산하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누수가 낳은 결과이다. 이미 동북아의 국가 주체들은 제각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물론 미국이 아쉬운 협상 결과를 손에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북아가 통제 불가능에 빠지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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